세월호 참사, 그 후 100일

2014-07-28 1,061

세월호 참사, 그 후 100일.

 

글_특별회원 이재승

 

“특별법을 제정하라, 대통령이 책임져라.”

 

민변 특별회원이 된지 1주일 남 짓. 아침 일찍부터 청주를 나섰습니다. 무거운 발걸음으로 국회로 향했습니다. 바로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100일째 되는 날 ‘세월호 특별법 제정 법률가 선언’이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사건이 일어난 지 100일이 된 지금 진척된 것은 그야말로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유병언 회장은 사망하였고, 사건의 책임자는 누구인지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또한 이러한 책임의 내막을 밝힐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법은 국회에 묶여있었습니다. 이러한 답답한 현실 속에 예비 법조인으로써 가만히 앉아 있을 수 없었습니다. 우연이 아닌 필연이란 생각으로 법률가 선언에 참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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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12시가 되어 법률가 선언이 시작되었습니다. 선언의 내용은 진상규명을 위한 독립적 수사권과 기소권을 부여하는 기구를 만들고 안전문화를 위한 대한민국을 만들자는 내용이었습니다. 그 내용자체는 참사의 근본원인을 조사하고 대형참사를 막기 위한 대안을 마련하고자 하는 지극히 당연한 것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법체계의 혼란과 과도한 피해자에 대한 보상·배상이란 억측으로 여당이 정국을 호도하는 현실이 안타까웠습니다. 선언 마지막에 세월호 참사 유족 분께서는 “어떠한 지원도 받지 않겠다.”라고 외치는 그 모습이 아른거리기만 했습니다. 그래도 1043명의 변호사분들께서 십시일반으로 많은 도움을 보태어 주신 덕에 아직 희망의 불씨가 살아있음을 몸소 느끼고 있었습니다.

 

국회에서 시청으로

 

안산 단원고에서 여의도 국회까지는 대략 40여km입니다. 이 거리를 아이들이 걸어왔습니다. 아직 몸도 성하지 않은 아이들인데, 원래대로라면 학교에서 한창 공부하고 있었어야 할 아이들인데, 어른들은 그들을 거리로 나오게 했습니다. 7월 24일 우리 시민들도 아이들처럼 걷고 있습니다. 국회에서 시청까지 남녀노소 각계각층을 대표해서 거리로 나왔습니다. 저도 로스쿨 재학생을 대표해서 거리를 걸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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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아이들이 1박 2일 동안 걸어온 거리보다 짧은 도보 3시간 정도의 거리였지만, 세월호 특별법 제정이 하루 빨리 이루어지길 바라는 간절한 맘은 누구에게나 마찬가지였습니다. 거리를 걷는 거리의 많은 시민들이 격려의 박수를 보내주었습니다. 덕분에 다리가 아파도 다리가 가벼운 거처럼 느껴졌고 땀이 나도 시원한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덤으로 ‘박삼성 변호사’님께서 민변에서 활동하면서 어려운 점 중 하나가 ‘체력부족’이란 것을 일깨워주신 뒤에는 3시간 거리도 심리적으로 가뿐하게 느껴진 것 같기도 했습니다.

 

내 눈물을 기억하라 – 시청광장에서

 

오후 7시경 시청광장에 도착했습니다. 작년에 故 노무현 대통령 추모회 때 이후로 언 1년 만에 시청광장을 찾았습니다. 민심은 거짓말을 하지 않았습니다. 시청광장이 인파로 가득 찬 것입니다. 이 사람들의 외침이 국회까지 들려서 국회의원들이 귀담아 들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시청광장에는 많은 재능기부자들이 시낭송과 음악회 등의 다채로운 문화행사들을 준비했습니다. 시인들은 추모의 뜻이 담긴 시집을 만들기도 하였고, 가수들도 와서 헌정노래를 바치기도 했습니다. 그래도 무엇보다도 가장 가슴이 뜨거워졌던 순간은 열변을 토하는 시낭송도 감미로운 노래도 아닌 피해자 유족들이 광장을 들어설 때 광장을 울려 퍼진 기립박수였습니다. 그 박수의 의미는 감사함과 미안함과 연대의 박수였습니다. 인권의 감수성과 인간의 공감대였습니다. 40여km를 걸어와야 했단 이들의 눈물을 모두가 기억하고자 하는 것이었습니다. 비록 늦은 시간이어서 9시경 청주로 나서야 했지만 다음을 기약하면서 자리를 일어섰습니다. 참사가 일어난 지 100일이 지나갑니다. 성역 없는 수사를 촉구하는 특별법이 시급하게 제정되어 이들의 눈물을 다시 보지 않기를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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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를 마치며

 

로스쿨에 입학하고 로스쿨 내 인권법학회에서 주로 활동을 하였습니다. 인권법학회에서는 충북청소년노동인권네트워크의 한 단체로 참아하여 중․고등학생, 대학생 위주로 노동교육강사로 참여하였습니다. 노동교육에 참아하면서 좀 더 인권적 지평을 넓혀 활동해보고자 하여 개인적으로 민변에 연락을 취하게 되었고 회원에 가입하게 되었습니다. 민변회원으로써 이번 세월호 참사 추모회에 참여하면서 세월호 참사에 대한 관심과 예비 법조인으로써 사명감을 실천할 수 있었던 계기가 되어서 배움의 기쁨을 느낍니다. 아울러 따뜻한 인사와 환영을 해주신 민변 소속 변호사님들과 간사님들께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기회가 되는대로 계속 참여하도록 하겠습니다. 앞으로도 미래의 공익변호사가 되기 위해 갈고 닦아 언젠가는 특별회원이 아닌 정식 변호사 회원으로 활동하는 날이 머지않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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