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변 논평] 원세훈 국정원장 등 선거법 위반 무죄판결을 규탄하며_“정치개입은 인정하면서 대선개입은 아니다?, 판치주의 판결이다.”

2014-09-12 1,210

[민변 논평]

 

-원세훈 국정원장 등 선거법 위반 무죄판결을 규탄하며

“정치개입은 인정하면서 대선개입은 아니다?, 판치주의 판결이다.”

 

 

지난 9.11. 서울중앙지법 형사 제21부(부장판사 이범균)는 국정원법 위반 및 공직선거법 위반죄로 기소된 원세훈 전 국정원장, 이종명 전 국정원 3차장, 민병주 전 국정원 심리전단장에 대한 선고공판에서 국정원법 위반 혐의에 대한 유죄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는 무죄를 인정하였다. 원 전 원장에게 징역 2년6월, 집행유예 4년을, 이종명 전 국정원 3차장과 민병주 전 심리전단장에게는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형을 선고하였다.

본 사건은 수사 초반부터 수많은 댓글 수나 내용을 논외로 하더라도 법무부, 검찰 수뇌부의 노골적인 수사 방해가 있었다. 채동욱 검찰총장 혼외자 보도를 통해 현직 검찰총장을 낙마시키는가 하면, 선거법 위반에 따른 구속수사를 주장하던 윤석력 특별수사팀장을 수사에 서 배제시켰다. 심지어 재판과정에서 특별수사팀을 사실상 공중 분해시키기까지 하였다. 검찰은 ‘관행’대로 정치를 하였더라도 법원은 달라야 하였다. 특히 시민들의 선거운동에 대해서는 정치의 자유측면에서 관대하더라도 국정원 등 국가공권력의 정치개입, 선거개입은 국기문란으로서 엄격하게 판단하였어야 하였다.

위 판결은 이유와 결론 모두 납득할 수 없는 정치적 판결이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의 정치관여를 인정하여 국정원법 위반죄에 대하여는 유죄를 선고하였다. 그렇다면 선거 시기 국정원의 정치관여가 공무원의 지위를 이용한 선거개입이 있었다고 보는 것이 논리와 경험칙에 부합하고 나아가 국민일반의 법 상식에도 부합한다. 그런데 재판부는 ‘선거 때 정치관여가 당연히 선거운동이 되는 것은 아니다’며 선거운동으로 유죄를 인정하려면 특정 후보자의 당선이나 낙선을 위한 능동적·계획적 행위라는 점이 입증되어야 한다는 논리를 동원하여 공직선거법 무죄의 연결고리를 삼았다. 굳이 중앙정보부, 안기부의 역사를 들춰낼 것도 없이 이명박 정부 시기 국정원이 어떻게 국정원의 본분을 망각하고 국민의 여론형성에 개입하고 현실정치에 개입하였는지 판결문에 고스란히 나타나 있다. 그런 점들을 확인하고도 공직선거법 위반 부분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한 것은 미리 결론을 내놓고 이유를 짜 맞춘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

재판부는 단체가 선거 이전부터 지지·반대하여 온 특정 정책이 이른바 ‘선거쟁점’에 해당하게 된 경우, 특정 정당 등과 관련성을 나타내지 않고 정책 자체에 대한 지지·반대 의사를 표현하는 단체의 활동이 ‘선거에 영향을 미치게 하기 위한 목적의 탈법행위’ 또는 ‘선거운동’에 해당하는지 판단하는 기준에 관한 대법원 2011.10.27. 선고 2011도9243 판결을 원용하면서 “그 단체가 국가정보원과 같은 정부기관이라 할지라도 달리 볼 것은 아니”라고 판시하였다. 그러나 재판부가 원용한 대법원 판결은 친환경 무상급식을 실현하기 위해 10여 년 전부터 활동해 온 친환경 무상급식 풀뿌리 국민연대라는 시민단체에 관한 판결이다. 특히 특정 정당을 직간접적으로 언급하면서 정책을 지지· 비판하는 행위는 선거에 영향을 미치려는 목적의지를 인정한바 있다. 원세훈 판결이 인정한 바와 같이, 댓글에는 특정 후보자와 소속정당에 대한 반대·비방취지가 상당히 있었다면 이는 특정 후보의 당선에 영향을 미치려는 정치개입일 뿐만 아니라 선거개입임이 논리상 필연인 것이다.

이번 판결은 법리적으로나 사실적으로나 판사가 판결로서 정치하려한 판치주의(判治主義)판결이다. 국정원이 조직적으로 대선에 개입하였음을 수많은 댓글의 내용이나 기간 등에서 있어서 명백하다. 능동적·계획적 행위라는 것은 고안된 궤변에 불과하며, 국민 중 누가 정치개입이라 하더라도 대선에 개입한 것은 아니라는 판결을 수긍할 것인가.

특히 주권자인 국민의 가장 최고의 주권행사인 선거 국면에 국가정보기관이 개입한 것은 결코 묵과할 수 없는 중대한 헌법침해이다. 재판부 스스로 지적한바와 같이 우리 헌정사는 국가기관의 선거개입 등으로 인한 관권 선거로 자유민주주의의 본질이 훼손된 뼈아픈 경험을 겪은바 있다. 그렇다면 국가기관의 선거개입의 진실을 규명하고 그에 대하여 엄단함으로써 그러한 뼈아픈 경험을 반복하지 않도록 하여야 함에도, 재판부는 오히려 자가당착적 궤변으로 국정원의 선거개입을 오히려 정당화하고 면죄하는 판결을 하였다.

항소심은 헌법상 직업적 양심에 따라 무너진 사법부를, 그리고 민주주의를 바로 세워줄 것을 촉구한다.

2014. 9. 12.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회장 한 택 근 

첨부파일

[논평] 원세훈 국정원장 등 선거법 위반 무죄판결 규탄 논평(140912).pd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