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변 실무수습 후기

2015-07-28 2

민변 실무수습 후기

 

– 민변 2015년 여름 로스쿨 실무수습생 이승훈

 

지난 7월 6일 월요일 오후, 무더위 속에서 오랜만에 단정한 복장을 하고 처음으로 민변 사무실을 찾아가는 길은 녹록지 않았습니다. 사무실 규모는 크지 않더라도 자랑스러운 민변의 이름이 크게 걸려있지 않을까 했는데, 지도상의 위치에 와서도 도무지 간판이 보이지 않아 적잖이 당황한 끝에 건물안내판을 찾아 겨우 지각을 면할 수 있었습니다. 이런 의문을 뻔히 예상하셨는지, 송상교 팀장님께서 인사말에 앞서 “저희는 일부러 간판을 안 달아놨어요. 요즘 워낙 시위하러 많이 찾아오셔서, 종북세력 해체하라고 막 그러니까… 하하.” 하고 농담인 듯도 하지만 생각할수록 진담일 것만 같은 설명을 해 주셨습니다. 우리 사회에서 민변이라는 이름이 갖는 의미를 새삼 되새기며, 2주간의 짧은 수습생활이 시작되었습니다.

 

가장 긴 시간을 보냈던 곳은 17명의 수습생이 1, 2명씩 나누어 배정된 각 사무소였습니다. 저는 수륜아시아 법률사무소에 배정되어 지도변호사이신 김종우 변호사님과 한 방을 쓰며 밀착 지도를 받았습니다. 또 송기호, 노주희, 최재홍, 조선영 변호사님께서도 각자의 다양한 경험에 기초한 조언을 아끼지 않으셨고, 따로 기록을 주시거나 과제를 내주시기도 했습니다. 정리된 사실관계를 읽고 교과서의 쟁점을 논하면 되는 사례집에서의 문제만을 접해오다가 실제 사건에 기초한 과제를 수행하려니, 사실관계를 정리하고 당사자를 특정하는 단계에서부터 혼란 끝에 자신감을 잃기 일쑤였습니다. 그래도 매번 큰 줄기를 놓치지 않으려 노력했고, 변호사님들의 지적과 격려를 받으며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는 생각에 즐겁기만 한 하루하루였습니다.

 

한편 민변의 속살을 가장 가까이 볼 수 있었던 것은 위원회 참석을 통해서였습니다. 2주간 여러 위원회들에 자유롭게 참석해 보면서 각 위원회마다의 확연한 개성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먼저 노동위 수요모임은 짧은 시간동안 점심식사와 함께 그야말로 치열하게 이루어졌습니다. 각종 성명서, 기자회견, 현장조사, 사건변론 등 한주간의 활동보고와 주요 노동사건 정리, 판례동향까지 두툼한 인쇄물에 담긴 내용을 빠르게 짚으며 논의하는 모습이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민생경제위원회 조세재정팀에서는 조세 현안에 대한 활발한 정책 논의가 이루어졌습니다. 이른바 명예세 도입에 관하여 치열하게 찬반토론하고, 우리나라 조세정책상의 과세사각지대에 대해서 논의하는 것을 들으며 마치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 와있는 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또 민생경제위원회 월례회에서는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에 관하여 미처 알지 못했던 사실들을 많이 배울 수 있었고, 재벌그룹의 세습경영 문제에 대한 토론을 통해 보다 넓은 시야를 가질 수 있게 되었습니다. 특히 민생경제위원회에서는 전문화된 네 개의 팀이 은근한 경쟁을 통해 긍정적인 시너지효과를 내는듯하여 앞으로의 성과가 기대되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수습 일정이 모두 끝난 금요일 저녁에는 사법위원회에 참석할 수 있었는데, 다른 위원회에 비해 많은 원로급 변호사님들과 그래서인지 더 젊게 보이는 청년 변호사님들이 잘 조화되어 각자의 역할을 맡고 계셨습니다. 특히 토론에 있어서는 경력과 나이를 접어두고 오직 지식과 논리를 무기로, 각을 세우되 모두가 경청하는 자세로 임하는 모습이 참 ‘민변답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면법, 사형폐지법, 변호사시험 성적 공개, 일부 범죄 공소시효 적용 배제 등 하나같이 묵직한 주제들을 다루었지만 오히려 가장 센스와 유머 넘치는 발언들이 많았던 유쾌한 회의시간이었습니다.

 

또 권영국 변호사님 기소사건의 공판기일을 다함께 방청한 것도 의미있는 경험이었습니다. 검사측의 최종의견을 들으며 뭔지 모를 거부감이 느껴졌지만 법리적인 문제점을 콕 집어내지 못해 답답해하고 있다가, 변호사님들의 ppt를 적절히 활용한 날카로운 변론을 들으며 연신 고개를 끄덕거리게 되었습니다. 특히 검사측의 부적절한 발언에 대한 강문대 변호사님의 호통과 같은 변론에 와서는 크게 박수를 치고 싶은 마음을 꾹 참아야 했습니다.

 

이 외에도 여러 차례의 특강이 있었고, 공통과제를 수행하고 송기호 변호사님의 초대로 평등사회 전환포럼의 창립총회에 참석하는 등 정말 알찬 일정을 소화했습니다. 그저 짧은 기간이 아쉬울 뿐, 단순한 사무실에서의 실무수습만이 아니라 많은 분들을 만나고 여러 가지를 경험하며 감사한 배움을 얻을 수 있었던 시간이었습니다.

 

저는 단순히 생계를 위한 직업을 갖기보다 좀 더 의미있는,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갖고 로스쿨에 진학하였습니다. 학업부담과 과도한 경쟁, 로스쿨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과 전망들, 또 희망을 찾기 어려운 갑갑한 뉴스들에 조금씩 지쳐만 가던 2학년 여름에 이렇게 민변을 만날 수 있었던 것은 큰 행운이었습니다. 민변의 여러 변호사님들을 만나면서, 변호사라는 직업의 ‘해야 하는 일과 하고 싶은 일을 조화롭게 병행시킬 수 있다‘는 장점을 저도 충분히 살릴 수 있겠다는 확신을 얻게 되었습니다. 2년 후에 꼭 수습 동기들과 함께 정회원이 되어 다시 뵙겠습니다. 여러 간사님들, 변호사님들, 모두 감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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