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기 자원활동가 뉴스타파 견학 후기

2015-11-26 1

10월 자원활동가 월례회

뉴스타파 견학 후기

 

강한성 (14기 자원활동가)

 

 

지난 30일, 14기 자원활동가들은 대안언론의 새로운 모델을 구축해나가며 우리 사회에 크고 작은 파장을 일으키고 있는 뉴스타파를 방문하게 되었습니다. 서울 마포구 소재의 한 자그마한 건물, 6층으로 들어서자 누구보다 분주히 움직이는 사람들로 가득한 뉴스타파 사무실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저희를 맞아주신 분은 올해 초 대통령 신년 기자회견에서 기자들의 질문 순서와 내용을 예언 아닌 예언하며 유명세를 치르셨던 박대용 기자님(現 뉴스타파 뉴미디어 팀장)이셨습니다. 기자님은 견학요청이 오면 대부분 본인이 프로그램을 진행하신다며 능숙하게 저희를 이끌어주셨습니다. 곧장 뉴스타파의 실제 프로그램들이 제작되는 스튜디오로 안내되어 뉴스타파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청해 듣게 되었습니다.

 

뉴스타파의 출범 배경은 지난 정부 시절, 언론 환경이 크게 악화되고 4대강 문제 등 굵직한 이슈들이 주류 매체에서 제대로 다뤄지지 않았던 시절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많은 언론인들이 이에 대해 문제의식을 느꼈고 실제 언론 총파업이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총파업으로도 현실을 바꿀 수는 없었습니다. 이에 새로운 시스템의 언론이 필요함을 절감한 언론노조가 움직여서 만든 대안언론이 뉴스타파였습니다. 언론노조는 정치와 자본에 휘둘리지 않기 위해 전액 후원금으로 운영되는 언론사를 구상했습니다. 컨텐츠 제작은 마침 당시 저항과정에서 해직 혹은 정직된 기자, PD들이 꽤 있었기 때문에 이들의 참여를 통해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초기 운영자금은 언론노조 산하 민주언론실천위원회의 인큐베이팅으로 해결하였습니다.

 

박대용 기자님은 이후 뉴스타파의 대표작이라 할 만한 보도영상들을 재생하며 취재의 뒷이야기들을 들려주었습니다. 뉴스타파는 지금까지 4대강 공사 실태, 국정원 댓글조작 사건, 한국인 조세피난처 이용현황, 세월호 참사 현장상황, 한수원 원전 관리부실 등 큼직큼직한 이슈들을 다루며 많은 성장을 이뤘습니다. 시즌1 당시 달랑 노트북 한 대만 가지고 시작했지만 지금은 3만 명을 넘는 정기후원자와 함께할 정도로 성장하였습니다. 국민들이 날로 범람하는 저질 기사들의 홍수 속에서 전문성 있고 심층적인 보도에 대한 갈급함을 키워왔고 그에 부응한 게 뉴스타파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제는 국내를 넘어 해외에서도 뉴스타파가 성장한 과정과 그 운영모델에 대해 큰 관심을 가지고 문의를 해오고 있다고 합니다.

 

광고 없이 운영되는 언론사라는 것은 쉬이 상상되지 않습니다. 우리는 진보 색채를 띤다고 평가받는 언론사들조차 광고주의 압력에 굴복해버리는 모습을 종종 보아왔기 때문입니다. 심지어 최근에는 광고계약을 연장하지 않는 광고주에 대해 의도적으로 부정적인 기사를 내며 재계약을 종용하는 영세언론사의 모습이 알려져 언론에 대한 사람들의 염증을 높이기도 했습니다. 그럼에도 뉴스타파는 후원금 100%로 운영되는 언론사라는 당초의 목표를 지켜나가고 있습니다. 덕분에 지금껏 정부와 기업에 대해 날선 비판을 하는 기사들을 쏟아내었음에도 단 한 번도 외압을 받아본 적이 없다 하였습니다. 많은 후원을 바탕으로 유능한 인력을 더 영입하고 더 넓은 영역에 뉴스타파의 보도가 노출될 수 있게끔 하겠다는 비전도 들을 수 있었습니다.

 

“내가 종교처럼 숭앙하고 목숨을 걸어서라도 지키려고 한 것은 국가가 아니다. 소위 애국이라는 것이 아니다. 진실이다.” 뉴스타파 영상 서두에는 故 리영희 선생이 생전 이와 같이 말했던 인터뷰 영상이 삽입되어 있습니다. 뉴스타파 역시 이 땅에 진실을 보도한다는 뜻의 저널리즘을 회복시키기 위해 앞으로도 탐사보도라는 방식에 힘쓸 것이라고 합니다. 특히 뉴스타파는 비영리뿐만 아니라 비당파성을 표방하고 있습니다. 작년 재보선 과정에서 권은희 새정치민주연합 후보 재산 의혹 보도가 그 예시입니다. 특정 정치세력의 기관지가 아닌 진실을 추구하는 언론이 되고자 하는 것이기에 후원자 일부의 반발이 우려되는 상황에서도 보도를 포기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이러한 진심이 전달되었는지 다소간 감소했던 후원자의 숫자가 다시 증가하여 현재는 3만 5천명에 이르고 있었습니다.

 

강연 이후 자원활동가들의 질문들이 이어졌습니다. 탐사보도가 이루어지는 과정, 그리고 뉴스타파의 구조 및 성장과정에 대해 특히 자세한 답변을 듣게 되었습니다. 새로운 아이템 취재를 시작하게 되면 마치 TF처럼, 이에 특화된 인력들로 팀을 꾸리게 된다고 했습니다. 그를 통해 통상 2~3주, 업데이트가 긴급한 사안의 경우 1주 정도의 기간을 투입하여 게재를 완료함을 알 수 있었습니다. 박대용 기자는 구성원 각각이 자신의 영역에서 잔뼈가 굵은 유능한 인력들인데다 매일매일 보도를 내야하는 압박도 없기 때문에 수준 높은 컨텐츠를 만들 수 있는 여건이라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한편 뉴스타파 설립 과정에서 자본과 권력에 휘둘리지 않을 뿐만 아니라 내부에서도 다수에 의한 의결권 남용을 막기 위해 협동조합 형태조차 지양했고 유일하게 남은 선택지가 비영리 모델이었다는 사실이 신선했습니다.

 

강연을 들으며 현재의 뉴스타파라는 모델이 처음부터 A부터 Z까지 완벽하게 계획한 것은 아니었다는 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방송사, 신문사라는 안정적인 직장을 박차고 나와서 새로운 일을 벌인다는 것에는 많은 용기뿐만이 아니라 지속가능한 모델의 사전적 구상이 필수적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뉴스타파 멤버들은 금전적인 문제로 힘들어하면서도 뜻을 꺾지 않고 자신의 일을 지속해나갔고 서서히 정기후원자의 숫자가 늘어나게끔 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그 와중에 우연히 이외수 작가의 트위터 멘션이라는 도움을 통해 폭발적인 정기후원자 수 확대를 겪기도 했습니다. 이제는 더 큰 그림을 그리며 미래를 준비해나가는 모습을 보며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는 말을 떠올리게 되었습니다. 많은 여운을 남긴 견학이었습니다. 향후 뉴스타파가 더욱 성장하고 뻗어나갈 것이 기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