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위][논평] 법원의 ‘자사고지정취소처분 취소 청구’ 인용 판결은 교육의 공공성을 외면했다.

2021-03-09 3

 

  1. 서울행정법원은 지난 2021. 2. 18. 서울시교육청의 자사고 지정 취소 처분은 재량권 일탈 남용으로 위법하다고 판결했다. 법원은 “자사고 재지정제도 자체를 폐지하거나 자사고 운영기준을 현저하게 다른 형태로 운용할 수밖에 없도록 만드는 중대한 공익상 필요가 인정되지 않는데도, 피고가 중대하게 변경된 평가기준을 이 사건 평가 대상기간에 소급적용하여 평가를 진행하고 이 사건 학교가 지정목적을 달성하지 못하였다고 평가한 것은 처분기준 사전공표제도의 입법취지에 반하고 재지정제도의 본질 및 공정한 심사요청에 반하”였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러나 이 판결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납득할 수 없다.

 

  1. 법원은 자사고 지정 취소 권한에 대한 교육청의 재량권을 지나치게 축소하여 해석하고 있다. 자사고 지정 처분은 교육감에게 광범위한 재량을 부여한 사안이다. 판결문에서도 밝혔듯이 이 사건 취소 규정에 따른 자사고의 지정 및 지정 취소는 원칙적으로 교육감 및 교육부 장관의 고유한 정책적 전문적 판단에 맡겨진 것으로 폭넓은 재량에 속한다. 따라서 이에 관한 행정청의 판단이 사실오인, 비례·평등의 원칙 위배, 목적위반 등에 해당하지 아니하면 이를 재량권의 일탈·남용이라고 하여 위법하다고 할 수가 없다.[대법원 2001. 2. 9., 선고, 98두17593, 판결]

 

  1. 법원이 문제삼은 2019년 평가기준의 변경은 중대한 공익상의 필요에 따른 것이었다. 헌법재판소는 자사고가 다양한 고등학교 교육을 제공한다는 취지에 따라 일반고보다 앞서 학생을 선발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실제 일반고와 교육과정에서 큰 차이가 없이 운영되었고 오히려 전기모집 제도를 활용한 우수 학생 선점에 기반하여 대학입시에 치중한 결과 고교서열화 현상의 원인으로 지목받고 있음(헌법재판소, 전원재판부 2018헌마221, 2019. 4. 11.)을 밝혔다. 또한 2015년 정진후 전 국회의원의 보도자료에 의하면 전체 수업의 최대 66.9%를 국영수로 편성한 자사고도 있었다. 교육과정의 다양성이라는 설립목적과는 너무나도 거리가 먼 결과였다. 다양한 교육과정을 운영하라고 자율권을 부여한 것인데 입시위주의 교육과정으로 획일화되었다. 따라서 자사고의 설립 목적 달성에 관한 면밀한 평가가 사회적으로 강하게 요구될 수밖에 없었다. 입시위주의 운영을 시정하고 설립목적에 부합하는 자사고 운영 평가라는 중대한 공익상 필요가 대두된 것이다. 평가 요소의 변경은 불가피했다.

 

  1. 법원에서 구체적으로 지적한 평가 요소는 2019년 교육청 재량지표와 감사 및 지적 사례이나 이들 평가 요소는 학교의 공공성과 공익성이라는 측면에서 평가 가능하고 평가지표 및 배점 설정에 현저한 재량의 일탈 남용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 2019년 교육청 재량지표는 학교 운영의 자율성과 책무성 제고, 인성교육 강화, 학부모 학교교육 참여 및 지역사회와의 협력 등인데 이 항목들은 교육의 공익성과 공공성이라는 측면에서 평가 가능하다. 또한 감사 및 지적 사례는 2013년 전국 자사고, 외고, 국제고 입학전형 감사 이후 교육의 공공성 제고 및 학교 운영에 대한 책임을 강화하고자 평가 지표에 반영한 것으로 이러한 변경에 위법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

 

  1. 법원은 교육청이 2019년 평가지표를 예측가능성 없이 소급적용하여 사전공표제도의 입법취지에 반하였다고 하나 자사고로서는 변경된 평가지표를 예측할 수 있었다. 2014년 수정평가 지표, 교육청 홈페이지에 공고된 ‘2015년 자사고 평가 계획’과 매년 학교로 안내된 ‘학교평가 지표’ 등을 통해 2019년 평가기준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다. 법원은 수정된 2014년 수정 평가는 대법원이 위법성을 인정했고 교육청 홈페이지에 게시한 2015년 자사고 평가 계획은 다른 자사고에 대한 것으로 예측가능성을 담보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또한 주요업무계획, 학교업무정상화 매뉴얼 등이 일반적인 학교운영을 지원하는 업무표준안에 불과하다며 예측가능성을 부정했다. 그러나 대법원의 판결은 2014년, 이미 1차 평가를 통해 형성된 신뢰의 정당성을 인정한 것이지 2차 평가 지표 설정 자체가 위법하다거나 그 내용이 재량의 일탈 남용이라고 판단한 것이 아니다[대법원 2018. 7. 12., 선고, 2014추33, 판결]. 교육청 홈페이지에 공시된 것이라면 응당 해당 제도의 수범자인 자사고로서는 그 내용을 인지하는 것이 보통의 상식이며 일반적인 학교 운영 지원안이라고 하더라도 공교육 체계속에 있는 자사고로서도 이를 숙지하기 위한 노력을 했어야 하므로 법원의 예측가능성 여부 판단의 근거는 설득력이 부족하다.

  2. 자사고가 일반고로 전환되더라도 고교학점제 도입 등의 변화에 따라 다양한 교육과정 운영이 가능하므로 그 제한되는 사익은 크지 않는데 비해 이로 인해 담보될 사학의 책무성과 공교육의 공공성은 제고라는 공익은 매우 크며 다른 자사고 평가에 비해 해당 자사고의 평가요소가 달라지지 않아 비례‧평등의 원칙에 위배되지 않았다. 위와 같이 평가지표의 변경에 대한 예측가능성 또한 충분했으므로 사전공표제도의 입법 취지 위반에도 해당하지 아니 한다. 따라서 광범위한 재량권이 부여된 자사고 지정 취소 처분을 재량권의 일탈·남용이라고 하여 위법하다고 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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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법원은 자사고 지정 평가가 왜 강화될 수밖에 없었는지 사회적 요구를 고려해야 한다. 앞으로도 자사고 지정 취소 처분의 위법성을 판단하는 판결 선고가 남아있다. 교육의 공공성과 공익을 고려한 법원의 판단을 촉구한다.

2021. 3. 9.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교육청소년위원회
(위원장 강은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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