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사위][공동논평] 한통련 회원들에 대한 여권발급제한의 부당성을 확인한 인권위 결정을 환영한다.

2021-06-07 3

[공동논평] 한통련 회원들에 대한 여권발급제한의 부당성을 확인한 인권위 결정을 환영한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최근 재일한국민주통일연합(‘한통련’) 회원들에게 한통련 회원이라는 이유로 1년 내지 5년으로 유효기간이 제한된 여권을 발급하는 것은 진정인들의 거주이전의 자유를 부당하게 침해하는 것임을 인정하였다. 그리고 한통련 의장에게 여권발급을 거부하는 것은 거주이전의 자유를 본질적으로 침해할 우려가 있으므로 재외국민에 대한 여권발급 거부조치가 자국민의 국내입국을 불허하는 수단으로 활용되지 않도록 여권법과 시행령 등 관련 규정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표명하였다. 유신정권 당시 조작된 간첩사건으로 국가보안법상 ‘반국가단체’의 오명을 쓴 한통련 회원이라는 이유만으로, 30여년간 동포들의 입국이 불허되거나 제한되었던 현실의 부당함을 적극적으로 확인한 이번 국가인권위원회의 결정을 진심으로 환영한다.

한통련 회원들은 대한민국 국적의 재일동포임에도 불구하고, 한통련의 회원이라는 이유로 여권이 발급되지 않거나 기간이 제한된 여권이 발급되어왔다. 여권발급을 위한 심사과정에서 한통련 회원인지, 한통련을 탈퇴할 의사가 있는지, 북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등에 대하여 답변할 것을 요구받았고, 특히 한통련 의장 손마행(손형근)의 경우 대한민국 입국 시 국가정보원의 조사를 받을 것을 전제로 여권발급과 한국입국이 가능하다고 하여 사실상 조사를 강제하여왔다.

한통련의 전신인 ‘한국민주회복통일촉진국민회의일본본부’(한민통)는 1973년 8월 결성된 단체로, 반유신민주화운동을 시작한 해외동포조직으로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 민주화를 위한 활동을 계속하여왔다. 그러던 중 1977년 유신정권 하에 발생한 재일동포 유학생 김정사에 대한 간첩조작사건에서 한민통이 국가보안법상 반국가단체로 규정되었다.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는 2009년 위 간첩조작사건이 강압수사로 조작되었다는 결과를 발표했고, 2013년 5월 재심을 통해 위 국가보안법 사건은 무죄가 선고되었다. 그러나 반국가단체로 조작된 한통련에 대한 명예회복은 이루어지지 않았고, 한통련 회원들은 지난 30년간 고국인 대한민국에 자유롭게 왕래할 수 없었다. 2003년 9월에 이르러서야 일시적으로 조건 없는 입국이 보장되었으나, 이후에도 계속해서 여권발급이 거부되거나 제한되어왔다.

이에 한통련 의장 손마행과 회원들은 2019년 10월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하였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외교부장관이 1년 내지 5년으로 기간을 제한하는 여권을 발급하기 위해서는 ‘반국가단체의 구성원’이라는 요건과 ‘대한민국의 안전보장 등에 중대한 침해를 야기할 우려가 있는 경우’라는 요건을 모두 충족하여야 한다면서, 한통련이 과거 판결로 반국가단체로 여겨지고 있다는 사정만으로는 부족하고 진정인들이 대한민국의 안전보장에 위해가 되는지 여부가 구체적으로 인정될 정도에 이르러야 한다고 보았다. 그런데 외교부장관은 진정인들이 반국가단체의 구성원이라는 답변 외에 아무런 증명을 하지 않고 있고, 별도의 대면심사가 없었고 신원조회 결과 특이점이 확인된 사실도 없다는 점을 들어 형식적인 판단에 그쳤다고 보고, 이러한 여권발급제한 행위는 진정인들의 거주이전의 자유를 부당하게 침해한다고 인정하였다.

나아가 한통련 의장 손마행에 대한 여권발급 거부의 경우, 거주이전의 자유는 국외에 체류하고 있는 재외국민에게는 모국으로 돌아올 수 있는 자유를 보장한다는 점에서 특별한 의미를 갖고 있다면서, 위 진정인에 대한 여권발급 거부는 정치적 활동을 하는 재외국민의 국내입국을 막으려는 목적에서 이뤄진 것으로, 입국거부가 이와 같이 정부의 자의적 판단에 의해 이루어진다면 대한민국 국민이 대한민국에 들어오지 못하는 비극을 초래하여 국민의 거주이전의 자유가 본질적으로 침해될 수 있음을 지적하였다. 본질적으로 재외국민에 대한 여권발급 거부조치가 자국민의 국내입국을 불허하는 수단으로 활용되지 않도록 여권법과 시행령 등 관련 규정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표명하였다.

이 결정만으로 지난 30여년간 한통련 회원들이 고국에 대한 그리움과 고국 땅을 밟고 싶다는 염원과 무관한 답변을 강요받으며 대한민국을 자유롭게 왕래할 수 없었던 아픔의 시간을 되돌릴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번 국가인권위원회의 결정은 그동안 반복되었던 한통련 회원들에 대한 여권발급 거부와 제한의 부당성을 확인하고, 더이상 여권에 대한 부당하고 자의적인 조치로 한통련 회원들의, 재외국민들의 거주이전의 자유를 침해할 수 없음을 천명하였다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다. 우리는 이번 국가인권위원회의 결정을 진심으로 환영하며, 정부와 국회는 이 결정을 계기로 관련 법령을 개선하고, 한통련 회원들과 같이 정치적 목적으로 헌법상 기본권을 유린당하는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해야할 것이다.

2021. 6. 7.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과거사청산위원회 /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공익인권변론센터 / 한통련의 완전한 명예회복과 귀국보장을 위한 대책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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