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위원회][성명] 기업의 요구를 받아 적은 기획재정부의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 개정 의견을 규탄한다!

2022-08-26 4

 

[성명]

기업의 요구를 받아 적은 기획재정부의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 개정 의견을 규탄한다!

 

지난 2022. 8. 25. 기획재정부가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 개정에 관한 연구용역을 마치고 이를 바탕으로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 개정방안을 정리하여 고용노동부에 전달한 것이 언론보도를 통해 드러났다. 주된 내용은 본 법 제2조 제9호 가목에서 ‘경영책임자등’의 정의가 명확함에도 시행령에서 ‘안전보건최고책임자(CSO)가 사업장의 안전‧보건에 관한 최종 의사결정을 할 수 있다면 경영책임자로 본다’는 내용을 추가할 것과, ‘사업주가 사업장 안전‧보건에 관한 인증을 받으면 중대재해처벌법상 안전보건관리체계를 구축한 것으로 본다’라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 두 가지 시행령 개정안 의견은 그동안 기업들의 일관된 요구사항이었는데, 다음과 같은 심각한 문제가 있다.

 

우선 기획재정부의 개정의견은 위임입법의 한계를 넘어서므로 위법하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사업 또는 사업장에서 안전‧보건 조치의무를 위반하여 인명피해를 발생하게 한 경영책임자 처벌 등을 규정하여 중대재해를 예방하는 것을 그 목적으로 하는 법이다. 본 법에서는 이 법을 준수할 의무 주체인 ‘경영책임자등’을 ‘사업을 대표하고 사업을 총괄하는 권한과 책임이 있는 사람 또는 이에 준하여 안전보건에 관한 업무를 담당하는 사람’이라고 명확히 규정하면서 별도의 위임규정을 두지 않았다. 시행령은 본 법에서 위임 내용과 범위를 정하여 위임한 경우 그 범위 내에서 규정해야 하는데, ‘CSO를 경영책임자로 보도록 하는’ 시행령 개정의견은 본 법의 위임 없이 시행령에 임의로 창설된 조항으로 위임입법의 한계를 넘어서기 때문에 법체계상 절대 반영될 수 없는 주장이다.

 

무엇보다 국가의 주요 정부 부처인 기획재정부가 그동안 경영계에서 지속적으로 요구해 온 내용과 동일한 내용으로 시행령 개정의견을 내었는바, 일국의 정부 부처가 경영계의 주장을 그대로 받아쓴 것과 다름없는 법령 개정의견을 제시한 것이기 때문에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경영계는 경영책임자인 대표이사들의 형사처벌을 피하기 위해 사업장 안전‧보건 업무를 담당하는 CSO를 경영책임자로 보도록 하고 사업대표가 의무주체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하자는 의견을 줄기차게 주장해왔다. 2022. 5. 경영자총협회에서 발표한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 개정에 대한 경영계 건의서’(10~14쪽)에서 동일한 내용의 주장이 명시되어 있다. 현 정부가 일방적으로 기업편에 섰다는 그동안의 우려가 다시 한 번 현실로 확인되었다.

 

나아가 기획재정부가 주장하는 ‘사업장 안전‧보건에 관한 인증제도 도입’의 경우 기준이 모호한 현재 상황에서 기업을 면책하는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기 때문에 시행령 개정의견으로 부적절하다. 기획재정부가 제시한 인증제도가 느슨하게 설계, 운영될 경우 기업은 인증만 통과한다면 중대재해가 발생해도 면책이 가능하다. 구체적으로 인증제도를 어떻게 설계하고 운영할지에 대한 논의도 없는 상황에서 인증제도를 주장하는 것은 경영계가 중대재해처벌법의 면책 방안을 마련해달라는 요구에 부응하는 것에 불과하다. 만약 엉성한 인증제도가 도입될 경우 중대재해처벌법은 유명무실해질 것이 너무도 뻔하다. 이는 지난 6. 17. 국민의힘 박대출 의원의 중대재해처벌법 개정 발의안에서 역시 소관부처의 장이 아닌 ‘법무부장관’이 사업장 안전‧보건체계에 관한 인증을 하면 양형 감형에서 면책이 가능하도록 한 법안 내용과 유사한데, 당시 이러한 인증제도는 중대재해처벌법을 무력화할 수 있다는 강력한 비판이 제기 되었던 터다. 그런데 소관부처도 아닌 기획재정부가 같은 내용을 시행령 개정의견으로 다시 제출한 것이다.

 

이에 대하여 기획재정부는 ‘노사관계 정책의 협의‧조정 업무’의 일환으로 고용노동부가 참고하도록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 개정의견을 제출하였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정부는 2022. 6. 13.자 “새 정부 경제정책방향”에서 기업의 경영활동을 위축시키는 법적 불확실성 해소의 일환으로 중대재해처벌법 개정을 천명한 바 있고, 최근에는 국무총리실이 고용노동 분야 규제완화의 하나로 중대재해처벌법의 완화를 시도한다는 정황이 확인된 바 있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기획재정부가 소관법령도 아닌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의 완화 의견을 고용노동부에 제시한 것은 정책의 협의·조정이나 단순 참고용이 아니다. 이는 안전보건법령조차 규제로 인식하고, 그 개정을 경제부처가 주도하겠다는 것을 명확히 드러낸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기재부의 변명은 매우 궁색하다.

 

한편, 기획재정부는 이번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 개정의견을 제출하기 위해 국민의 세금을 들여 연구용역을 실시했다고는 하나 그 보고서를 전혀 공개하지 않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자신의 소관법령이 아닌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 개정에 관하여 왜 연구용역을 실시하게 되었고, 연구진은 누구이며, 연구 내용은 무엇인지 당장 공개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기획재정부가 경영계의 의견을 받아쓰기 했다는 의혹과 지적으로부터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다.

 

기획재정부가 정부 부처로서 본분과 역할을 망각한 채 일개 기업법무팀에서나 제출할만한 의견서를 제출했다는 오명을 뒤집어쓰지 않으려면, 지금이라도 고용노동부에 제출한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 개정의견을 거두어들여야 한다.

 

2022. 8. 26.()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노동위원회

위원장 이 용 우

첨부파일

20220826_민변노동위_성명_기업의 요구를 받아 적은 기획재정부의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 개정 의견을 규탄한다!.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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