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기고] 다시는 이와 같은 불행한 일이 일어나지 않기를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희생자를 추모하며) / 송창운 회원

2025-01-28 69

 

다시는 이와 같은 불행한 일이 일어나지 않기를

– 송창운 회원

 

지난 2024. 12. 29. 방콕발 무안행 제주항공 여객기가 방위각시설이 설치된 콘크리트둔덕에 부딪혀 폭발하는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이 사고로 승객과 승무원 181명 중 179명이 사망하는 대형 참사가 발생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의 2024. 12. 3. 계엄선포 및 국회의 탄핵의결 그리고 이에 따르는 혼란한 정치적 상황으로 온국민이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을 때 대형 참사가 발생하여 또 다시 온국민이 충격과 슬픔에 빠졌습니다.

처음에는 큰 사고가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일요일 아침 뉴스에서 ‘무안공항에서 비행기 외벽 충돌’이라는 짧은 자막을 보았을 때는 일종의 접촉사고 같은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공항 외벽이 시멘트벽돌블록으로 만들어진 것이라 생각해서 충격으로 공항담장이 허물어지고 기체가 일부 손상되었을 것이며, 충격으로 몇몇이 부상을 입은 사고일 거라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얼마 뒤 보도된 사고영상은 생각과는 전혀 달랐습니다. 외벽이라고 알려졌던 것은 콘크리트로 만들어진 거대한 벽이었고, 사고장면은 충격적이었습니다. 얼마 뒤 2명이 구조되었다고 보도되었지만, 그 이후 더 이상 생존자 소식은 들려오지 않았습니다.

 

사고 소식이 들리자 광주지방변호사회에서는 곧바로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법률지원단’을 구성했습니다. 임태호 변호사(전 민변 광주전남지부 지부장)를 비롯하여 부단장 2명, 간사 2명 등으로 지원단 집행부를 구성한 뒤 지원변호사를 모집했습니다. 80여분의 변호사님들이 지원하셨고, 지원변호사들은 법률상담, 법률검토, 왜곡대응, 진상규명, 언론대응 5개 팀 중 한 팀에 소속되어 활동하였습니다.

저는 지원단의 간사를 맡아 사고 다음날인 2024. 12. 30. 다른 지원단 변호사님들과 함께 현장 상황 확인차 무안공항에 갔습니다. 공항청사입구에는 이미 근조화환이 가득했고, 1층과 2층 공항 로비에는 유가족 쉘터가 빼곡하게 설치되어 있었습니다. 관계기관 공무원들, 공항직원들, 자원봉사자들은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습니다.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2층에 올라가는데 한 쉘터에서 유족의 울부짖음이 들려왔습니다. 난생 처음 듣는 소리였습니다. 움직일 수가 없었습니다. 다른 사람들도 모두 시간이 멈춘 듯 움직이지 못했습니다.

함께 현장에 간 지원단변호사들은 유가족대표단과 만나 지원방안 등을 논의했고, 그 다음날인 31.에 광주지방변호사회는 대표단과 지원협약서를 작성한 뒤 본격적으로 유가족들을 지원했습니다.

이른바 상주지원팀은 아침부터 저녁까지 매일 현장에 상주하며 유가족대표단과 밀착하여 이들의 활동을 도왔습니다. 상주지원팀은 오전·오후 두 차례 진행되는 유관기관합동브리핑에 앞서 열리는 회의에 참석하여 상황공유하고, 유가족대표단의 요청에 맞추어 법률적인 조언을 하였으며, 기자회견문 문구 검토, 제주항공과의 장례비지급문제 협상지원, 시신수습, 유류품 반환문제 등에 대하여 지원하였습니다.

법률상담팀은 매일 10시부터 저녁 10시까지 현장의 상담실에서 유가족들의 법률상담을 했고, 법률검토팀은 현장의 요청을 받아 구체적이고 깊이 있는 법률검토를 해주었고, 왜곡대응팀은 유가족들에 대한 명예훼손, 모욕 등에 대하여 법률적으로 대응하였습니다, 진상규명팀은 진상규명과 관련된 법률검토 및 독립적이고 공정한 조사가 이루어질 수 있는 조사단 구성과 관련된 의견 정리 등을 해주었습니다. 언론대응팀은 수없이 쏟아지는 기사 중에 유족들의 개인정보가 드러날 수 있는 기사나 일부 사실과 다른 기사들에 대해 대응했습니다.

왜곡대응과 관련하여서는 정부 차원에서도 전담팀을 구성하고, 또 경찰에서도 전담경찰을 현장에 배치하여 피해사실을 접수하는 창구를 만들어 대응하는 등 적극적으로 대처하여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시신수습, 고인들의 유류품 반환, 장례 절차가 마무리되었고, 2025. 1. 11.에 유가족총회가 열려 기존 유가족대표단의 대표가 계속하여 대표를 맡기로 결정되었습니다. 그리고 2025. 1. 18. 합동추모제가 열렸습니다. 광주지방변호사회의 회장과 법률지원단 변호사들이 추모식에 참석했습니다.

고인들의 혼을 달래고, 이들이 극락왕생할 수 있도록 염원하는 씻김굿이 열렸고, 정부기관 관계자 여·야당대표, 자치단체장 등의 헌화와 추도사 낭독 등이 이어졌습니다.

추모식 끝자락에 유가족 3인이 이 사고로 유명을 달리한 가족에게 쓰는 편지를 낭독했습니다.

아버지를 잃은 한 딸은 다른 유족들에게는 미안하지만, 생존자 중에 자신의 아버지가 있기를 간절히 바랐고, 자신의 아버지가 생존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된 뒤에는 시신이라도 온전하기를 바랐는데, 퉁퉁부은 아버지의 한 팔을 보고 통곡하게 되었다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현장의 모든 유가족들이 사고 초기에 자신의 가족이 살아 돌아올 것이라 기대했을 것이고, 생존자 중에 자신의 가족이 있기를 바랐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 기대가 무너졌을 때 어떤 심정이었을 것인지 감히 생각하지도 못하겠습니다.

아버지를 잃은 또 다른 딸은 앞으로 내세를 믿겠다면서, 내세에서 먼저 간 반려견과 함께 행복해하고 있을 아버지를 만나고 싶다는 말을 했습니다.

이 사고로 아내와 딸을 잃어버린 한 남성은 자신을 두고 엄마와 함께 여행을 간 딸이 꿈에 나타나 외로움 값이라면서 자신에게 송금하는 꿈을 꾸었는데, 이 사고로 꿈에서 딸이 말한 외로움 값이라는 게 무엇인지 알게 되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많은 분들이 시신이 온전치 않았으나, 자신의 딸은 아내 품에 안겨 있어서 다행히 상대적으로 시신이 온전했다고 하였습니다.

편지낭독 내내 눈물을 흘리고 있었는데, 이 말을 듣고서는 또 눈물이 터져나왔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마찬가지였습니다.

마지막에는 고인들의 생전 모습이 담긴 사진 등이 화면에 흘러갔는데, 바로 제 뒤에서 한 유족이 한 사진을 보며 ‘엄마!!!’라고 외쳐 또 한 번 눈물이 터져나왔습니다.

추모식은 끝났지만 유가족들이 앞으로도 겪어야 할 고통의 크기와 슬픔의 깊이를 가늠할 수가 없습니다. 공항 2층에서 들었던 한 유족의 울부짖음을 잊지 못할 것입니다.

활주로 끝에 콘크리트둔덕이 없었다면, 랜딩기어가 제대로 작동했다면, 조금 더 일찍 새떼를 발견하여 조종사에게 경고하고, 새떼를 멀리 쫒아버렸었다면 이런 참사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 생각하면 참으로 안타깝기만 합니다.

 

공항에서 많은 공무원들, 자원봉사자들, 시민들이 진심으로 슬퍼하며, 유가족들을 위해 도움을 아끼지 않는 모습을 보며, 이들이 우리 사회를 지탱하고 있는 든든한 토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유족들의 슬픔이 잘 치유되었으면 합니다.

앞으로 유족들이 납득할 수 있도록 명확하게 진상규명이 이루어지고, 다시는 이와 같은 참사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기를 빕니다.

다시 한 번 삼가 고인들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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