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위][논평] 헌법재판소의 ‘동의 없는 성폭력’ 무죄 판결에 대한 재판소원 본안회부 결정을 적극 환영한다

2026-06-10 316

 

[논평]

 헌법재판소의 ‘동의 없는 성폭력’ 무죄 판결에 대한 재판소원 

본안회부 결정을 적극 환영한다


– 강간죄 ‘최협의설’에 갇힌 사법부의 퇴행을 바로잡고, 형사피해자의 기본권을 보장하는 헌법재판소의 전향적 결정을 촉구하며 –

 

지난 9일, 헌법재판소는 성폭력 피해자가 성범죄 무죄 확정판결을 취소해달라며 헌법재판소에 청구한 재판소원 사건을 사전심사를 거쳐 전원재판부에 회부했다. 지난 3월 재판소원 제도 도입 이후 접수된 수많은 사건 중 대다수가 사전심사 단계에서 각하되는 가운데, 헌법재판소가 ‘국민의 기본권 보호’라는 목적 하에 사법권에 대한 헌법적 통제를 목적으로 출범한 재판소원 제도의 취지를 살려 해당 사건에 대한 정식 심리에 돌입한 것이다. 우리 위원회는 성폭력 피해자의 기본권 구제를 향한 헌법재판소의 전향적인 결정을 적극 환영한다.

 

이 사건은 우리 형사사법체계가 성폭력 피해자의 현실을 얼마나 철저히 외면해왔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다. 법원은 성폭력 피해 당시 피해자가 무려 75차례 넘게 명시적으로 성적 행위를 거부하고 저항하였음을 인정하면서도, ‘피고인이 피해자의 내심의 의사를 오인했을 가능성이 있다’, ‘항거를 현저히 곤란하게 할 정도의 폭행·협박이 입증되지 않았다’는 성차별적인 논리로 가해자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형사소송법상 범죄 피해자에게 독립된 상소권이 없는 제도의 한계 속에서 ‘재판소원’은 헌법이 보장하는 자신의 기본권을 지키기 위한 유일하고도 마지막 사법적 보루였다.

 

이 사건의 피청구인 법원은, 대법원이 2023년 전원합의체 판결을 통해 강제추행죄에서 ‘최협의설(폭행·협박이 피해자의 항거를 불가능하게 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할 정도여야 한다는 해석)’을 40년 만에 폐기했음에도, 동일한 법익침해가 문제되는 강간 및 유사강간죄에 대해서 여전히 이 낡은 이론을 기초로 무죄판결을 선고했다. 법원이 ‘의사에 반하는’ 절도나 주거침입 등은 처벌하면서도, 동의 없는 성기 삽입 등 가장 심각한 신체적 침해를 수반하는 성범죄에서만 유독 ‘죽을힘을 다해 저항했음’을 피해자에게 증명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성차별적인 ‘강간통념’에 기댄 명백히 위헌적 판단이며, 성적 자기결정권과 평등권에 대한 침해다.

 

헌법재판소가 이번 사건을 전원재판부에 회부한 것은 단순히 하나의 판결을 뒤집는 것을 넘어, 사법부가 성폭력을 바라보는 근본적인 잣대를 바꾸라는 시대적 요구에 대한 응답이 되어야 할 것이다. 형사재판의 당사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피해자의 재판절차 진술권과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가로막아 온 구조를 획기적으로 전환하고, 사법절차 내에서 피해자의 기본권을 실질적으로 보호할 수 있는 제도를 확립해야 할 시점이다.

 

우리 위원회는 헌법재판소가 충실한 본안 심리를 통해 사법부의 오랜 악습인 ‘최협의설’에 마침내 종지부를 찍고, 피해자의 기본권을 근본적으로 침해하는 위헌적 판결을 취소하는 역사적인 결정을 내릴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 나아가 국회 역시 이번 사건이 던지는 엄중한 메시지를 받아, ‘동의 없는 성관계는 강간’이라는 상식에 맞추어 형법상 강간죄를 개정하는 데 즉각 나서야 한다.

 

우리 위원회는 헌법재판소가 성폭력 피해자의 기본권 구제를 위한 최종 결정을 내리는 그날까지 이 사건과 같이 형사사법절차에서 소외되고 고통받고 있는 수많은 피해자들과 함께, 그리고 피해자중심주의에 입각한 성평등한 형사사법제도 구현 및 강간죄 개정을 위해 끝까지 연대하며 투쟁할 것이다.

 

2026년 6월 10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여성인권위원회

 

첨부파일

MWRC20260610_[여성위][논평] 헌법재판소의 ‘동의 없는 성폭력’ 무죄 판결에 대한 재판소원 본안회부 결정을 적극 환영한다.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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