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기고] 2026 퀴어문화축제 : 우리의 밤은 당신의 낮보다 뜨겁다 / 김군찬 회원

2026-07-02 387

2026 퀴어문화축제 : 우리의 밤은 당신의 낮보다 뜨겁다.


– 김군찬 회원

 

1. 들어가며

오랫동안 퀴어는 ‘우리의 밤은 당신의 낮보다 뜨겁다’는 노랫말 속에서 살아야 했습니다. 낮에 허락되지 않는 존재들은 밤의 종로와 이태원, 홍대 등지에서 자신을 드러내왔습니다.

하지만 지난 20여년 간 매해 퀴어문화축제에서 LGBTQ+ 시민들은 뜨거운 낮에 치열하게 존재를 증명하고 있었습니다.

 

1. 밤에서 낮으로, 광장 아닌 을지로로

이제는 더 솔직하게, 당당히 자신을 드러내는 퀴어들도 생겨나고 있습니다. 법제화가 되지 않았지만 결혼식을 올리는 이들도 점차 늘어나고 아주 느리지만 사회 곳곳에서 변화도 감지되고 있습니다(지난 4월에는 KBS(한국방송)에서 게이 父·레즈비언 母·비혼모의 육아 고충을 담은 ‘이웃집 가족들’이라는 프로그램을 방영했습니다).

그럼에도 아직도 밤에 살고있는 많은 퀴어들이 일 년 중 딱 하루, 그들의 정체성이 온전히 빛나는 날인 것은 틀림없습니다.

서울광장을 빼앗겼지만, 을지로와 명동의 빌딩 숲 사이 시민들의 일상 더 가까운 곳에서 여러 무지개 깃발을 올렸습니다.

퀴어문화축제의 하이라이트인 퍼레이드 순간에는 각자의 고유한 정체성을 가진 퀴어들이 연대하고, 나아가 퀴어와 비퀴어의 경계를 넘어 모두가 하나로 어우러져 서로의‘교집합 : 다름을 연결로(2026년 슬로건)’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2. ‘자유‘의 의미를 묻다

물론 을지로 거리 한편에는 언제나처럼 ‘거룩한 방파제’ 등을 외치며 확성기를 틀어대는 혐오주의자들이(더 이상 세력이라 부르고 싶지 않습니다)있었습니다. 그들은 자신들이 ‘자유대한민국’을 수호한다고 믿는 듯하지만, 역설적이게도 그들이 보여주는 모습은 배타적인 혐오주의에 불과합니다.

서로 다른 존재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모든 다양성이 공존하며 존중받아야 우리 헌법과 민주주의가 지향하는 참된 의미의 ‘자유’가 실현될 것입니다.

(올해 퍼레이드의 상징색 역시 파랑과 빨강이 합쳐진 연보라색 이었습니다.)

 

3. 모든 존재를 위하여

올해 퍼레이드 홍보 부스에서 나눌 애정 가득한‘굿즈’로 부채를 제작했습니다. 고양이 ‘민뱌옹’이 그려진 부채 하나를 만드는 데도 고민이 많았습니다.

상단 문구는 평등권 조항인 헌법 11조의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라는 조항을 차용하지만 “모든 존재”라고 조금 수정했습니다. 어제까지도 숨어 있던 퀴어들을 품기위해 그리고 고양이 ‘민뱌옹’을 비롯한 그 어떤 존재도 소외되지 않고 당당하기를 바라는 의미를 담았습니다.

프로그램으로는 ‘혼인신고수리통지서’와 ‘성별정정허가서’ 포토 판넬도 준비했습니다. 최근 성별정정에 대한 일부 재판부의 전향적인 판결, 영남권 혼인평등소송 발족과 함께 어느 때보다 높아진 동성혼 법제화에 대한 기대를 증명하듯 수 많은 퀴어 시민들의 뜨거운 반응이 이어졌습니다.

마침 이웃 부스에서 준비한 ‘가족관계증명서‘ 판넬을 보며, 멀지 않은 미래에 동성간 혼인이 마땅한 권리로써 인정될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감이 차올랐습니다.

 

4. 무지개 밀짚모자와 함께 앞으로

이번 축제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무지개 밀짚모자를 쓴 루피 해적단 같은 우리 회원들의 모습이었습니다.

바다를 향해 거침없이 항해를 시작하는 만화 ‘원피스’의 주인공들처럼 우리 역시 각자의 다름을 연결하여 디딤돌/걸림돌 판결도 소개하고 굿즈도 판매하고 판넬과 함께하는 참가자들의 사진도 남기고 모임 홍보도 하며 든든하게 성공적인 행사를 위해 힘썼습니다.

모두의 다름을 연결하면

우리의 낮은 계속 뜨거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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