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변의 활동] ‘민간인 불법사찰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토론회 참석 후기

2012-06-28 95



‘민간인 불법사찰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토론회 참여 후기


글_8기 인턴 정병민




   최근 민간인 불법사찰 문제에 대해 국정조사 도입을 두고 19대 국회 여, 야 원(院) 구성에 계속 진통을 겪고 있다. 여당은 계속해서 특검을 주장하고 있는 상황이고, 야당은 특검의 ‘무용’을 주장하며 국정조사를 주장하고 있다.
 
 


   광범위한 범위에서 시도된 민간인 불법사찰의 심각성도 큰 문제이지만, 이를 해결하고, 진상 규명을 하는 “방법”에 있어서도 많은 고민거리를 갖게 한다. 이러한 민간인 불법사찰을 제대로 규명하고 해결할 방안을 모색하는 토론회(참여연대, 민변, 민주통합당 공동주최)가 21일 국회 입법조사처 대회의실(421호)에서 열렸다. 우리 민변에서 이혜정 상근변호사님과 장두일, 김태승, 최유라, 장예준 인턴과 함께 토론회를 참석해서 이야기를 듣고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졌다.


   박지원 민주통합당 원내대표의 축사로 시작된 토론회는 첫 번째로 “워터게이트 사건이 민간인 사찰 사건에 던지는 시사점”이라는 주제로 김정인 교수(춘천교대)가 발제를 하였다. 미국의 ‘워터게이트 사건’은 불법 도청 등 권력에 의한 불법행위의 발생이라는 점에서 내용은 다르지만 유사성을 지닌 사건으로서, 닉슨 대통령에 대한 탄핵과 뒤 이은 사임에 중대한 영향을 미쳤다. 미국의 워터게이트 사건을 어떻게 규명하고 밝혀냈는지를 분석함을 통해 현재 우리나라에서 유사하게 일어난 민간인 불법사찰의 해결책을 모색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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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 뉴스1 (http://news1.kr/photos/172003)



   김 교수는 ‘제왕적 권력을 누리는’ 대통령이 연루되었을 가능성이 있는 정치적 사건의 진실을 규명하기 위해서는 검찰, 의회, 법원 등의 권력 주체들이 각자 역할에 최선을 다했다는 점에 주목했다. 또한 특검의 기계적인 적용은 바람직하지 못하며, 워터게이트 사건의 결정적인 증언들은 미 상원 청문회에서 나왔다는 점에서 본다면 워터게이트 사건처럼 특검과 국정조사의 병행도 고려를 해보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언론의 성역 없는 비판과 취재가 요구되며, 진실 규명에 대한 신중하고 차분한 접근이 요구된다. 워터게이트 사건의 경우 상원 특조위가 1973년 2월에 발족해서 1974년 7월에 최종보고서를 내었다는 점에 비추어본다면, 그동안의 우리가 단기적인 결과물에 의존하고 혈안이 되어있지는 않았는지 반성하게 한다. 미국은 그 사건을 통해 모든 권력주체와 시민이 관심을 갖고 진실을 규명하는데 각자 힘을 썼다는 점에서 국민적 합의와 관심이 무엇보다도 중요함을 다시금 깨달았다.


   이어서 박주민 변호사(민변 사무차장)는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의 민간인 불법사찰 등에 관한 검찰 수사의 문제점과 검찰 개혁”이라는 주제로 두 번째 발제를 하였다. 박변호사는 2010년 10월 경 이미 검찰이 민간인 불법사찰과 증거인멸에 관한 수사를 한 바 있는데 2012년 3월 다시 “재수사”를 하고 있다는 것은 검찰에게는 치욕스러운 일로 받아들어야 한다고 했다. 그런데 이러한 재수사마저도 부실수사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고 본다. 윗선 개입이 있었는지를 제대로 수사를 할 생각이 없었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는 이상한 수사임을 조목조목 따져 들어갔다. 또한 박변호사는 검찰제도에 대한 개혁을 주장하였는데, 특검이나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의 설치는 제도적 한계를 극복하기는 어려운 측면이 있기 때문에, 검찰에 대한 민주적인 통제방안을 도입하여 권력으로부터 독립시킬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야한다고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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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 뉴스1 (http://news1.kr/photos/171990)

   세 번째 발제로 한상희 교수(건국대)는 “감찰과 사찰 : 공안기구의 권력남용 방지”라는 주제로 발표하였다. 한교수는 사찰과 감찰은 개념적으로 명백히 구분되는 개념이며, 민간인 불법사찰의 경우 사상과 경향에 대한 자유에 대한 직접적인 제한일뿐만 아니라 일상적인 생활을 편안하게 누릴 권리마저 박탈한다는 점에서 심각성을 갖게 한다고 했다. 또한 판옵티콘(Panopticon)의 현실화를 이루고 초국가(superstate)의 절대 권력이 생길 가능성도 있다며 깊이 우려하였다. 또한 새누리당의 “불법사찰방지법안”의 발의 의안 역시도 미봉책일 뿐만 아니라, 법률적으로 심각한 문제를 갖고 있다. 따라서 오히려 “방지책을 이름으로 한 민간인사찰을 허용하는 정반대의 대안을 내놓고 있는 것”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진 토론에서는 한성훈 교수(연세대)는 “현 정권에 비판적이라고 간주되는 사람들은 정권의 편집광적인 사찰에 의해 인간성을 상실했다”고 안타까워했고, ‘민간인 불법사찰과 증거인멸에 청와대가 개입’한 사실을 양심고백한 장진수 주무관의 변호인인 이재화 변호사는 검찰 수사 당시의 문제점들을 실무적인 차원에서 비판하였다. “수사라인은 국민들에게는 ‘최악의 수사라인’이지만, 대통령에게는 ‘최고의 수비라인’이었다”며, “실체적 진실을 밝히려는 모 검사를 수사팀의 확대를 핑계되고 배제시키는 등의 수사방해를 저질렀다”고 주장하였다. 장 변호사는 마지막으로 “어떠한 판결을 이상하다며 화성인판결이라고 불린다면, 이 수사결과는 화성인수사의 정점에 있는 것”이라고 이야기를 마무리했다.


 


   토론 마지막 즈음, 김종익 前 KB한마음 대표이자, 민간인 사찰의 피해자도 말씀을 하였다. 가장 인상적이고 가슴이 아팠던 시간이었다. 피해자임을 감지함에도 자신의 피해 사실에 알면서도 외면한 국가기관의 미필적인 고의에 큰 배신감을 느끼며, 3년 넘게 걸리는 소송 과정은 너무나도 지치고 힘든 고통의 시간이라고 하였다. 그는 불법사찰의 손해배상뿐만 아니라 정부의 진정한 사과를 함께 받고 싶다고 하였다. 공권력의 무지막지한 행사를 경험했을 때 가장 먼저 그가 떠올린 것은 국가인권위원회였지만, 오히려 진상규명을 제대로 해명해줄 것이라는 기대감보다는 왜곡시키지 않을까하는 불안감이 더 컸다고 하였다. 그는 “사찰 이후의 삶은 실존이 뿌리 채 뽑힌 상황이며, 돌아온 세상은 또 다른 감옥 같은 느낌이다”는 말을 할 때에는 숙연함마저 들었다. “피해자의 구체적인 삶의 피해에도 귀를 기울여달라며” 호소하였다.


 


   방송통신위원회 회의를 마치고 참석한 박경신 교수(고려대)는 “오히려 사찰이라고 행위를 규정하는 것은 범죄행위의 본질을 가리는 효과를 갖는다”며, 사찰이라고 규정된 사건들이 강요죄 및 기타 형사범죄에 구성요건 해당성을 충족할 여지가 충분히 있다고 비판했다. 또한 “국민을 MB, 반(反)MB로 이분화하여 갈라놨다는 것 자체는 악랄하며”, ‘통신자료제공’제도 (전기통신사업법 제83조 제3항)에 대한 대응을 시작하자고 하였다. 또한 특검 도입의 문제는 아무리 훌륭한 특별검사를 선임한다고 하더라도, 그 특별검사를 돕는 인력들 자체들이 비협조적일 수밖에 없기에 회의적이라고 하였다. 그러한 상황에서 “특검의 수사는 오히려 범죄를 밝히는 것이 아니라 면죄부를 주게 되는 것에 불과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두 시에 시작한 토론회는 다섯시가 끝나서야 마무리가 되었다. 민간인 불법사찰의 해결 방안에 대한 심도 있는 토론은 깊이가 있었으며, 진지했고, 어느 순간에는 숙연하기까지 했다. 다만 아쉬웠던 점은 토론회에 방문한 방청객들의 숫자가 적었다는 점, 언론의 취재도 기대만큼 많지 않았다는 점이다. 토론회에서도 나온 것처럼 민간인 불법사찰의 문제해결은 방법론적인 대응도 중요하지만, 국민들의 관심과 비판을 절대적으로 필요로 한다. 그러한 점에서 이 민간인 불법사찰문제에 국민적인 관심사를 이끌어내는 것이 간절히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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