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위][성명] 정책적 실효성과 아동 인권을 모두 외면한 촉법소년 연령 하향 반대한다

2026-02-26 3,311

이재명 대통령은 2026. 2. 24. 국무회의에서 압도적 다수의 국민이 촉법소년 연령 하향 의견을 가지고 있다고 발언하고 2개월 이내에 결론을 낼 것을 주문했다. 지난 2022년 윤석열 정부의 법무부가 같은 취지의 정책을 발표하였을 당시에도 우리 위원회는 국회 및 시민사회와 함께 촉법소년의 연령 하향이 이를 정당화할 사실적 근거도, 형사정책적 실효성도, 아동보호 정책으로서의 정당성도 없음을 지적하며, 정확한 실태조사를 진행하고 관련 통계를 구축할 것, 소년사법제도의 취지를 존중할 것, 국제인권기구의 권고를 따를 것을 촉구하였다. 그러나 이후로도 일부 언론보도나 그에 편승한 여론 이외에 ‘소년범죄 흉포화’를 뒷받침할 근거가 전혀 확인되지 않음에도, 대통령이 충분한 논의 없이 국무회의에서 아동ㆍ청소년의 권리를 중대하게 후퇴시킬 우려가 있는 정책을 빠른 시일 내에 결정해야 한다고 발언한 것에 대하여 우리 위원회는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 

첫째, 소년범죄의 흉포화와 촉법소년 증가라는 현상을 뒷받침할 객관적 증거가 전혀 없다. 촉법소년 연령을 하향하는 것은 ‘아동의 회복과 사회복귀’라는 아동을 위해 특별히 고안된 소년사법 제도의 보호 영역을 축소하는 것이므로 매우 신중한 검토가 선행되어야 한다. 명확한 사실적 근거 없이 촉법소년의 연령을 하향한다면 범죄의 책임을 오로지 아동 개인에게 돌리게 되고, 보호와 회복의 기회를 박탈하게 되며, 형사정책의 관점에서도 예방효과는 달성하지 못한 채 아동의 법익만 침해할 뿐이다. 따라서 촉법소년 연령을 하향하기 위해서는 (1) 소년범죄의 흉포화와 촉법소년 증가라는 현상이 있다, (2) 촉법소년 연령 하향을 통해 범죄 예방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양 측면에서 명백한 근거가 존재해야 한다. 

그러나 현재 각종 통계에 의하더라도 소년범죄, 특히 문제가 되는 13-14세 소년범죄의 추이나 경중을 파악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대검찰청 범죄분석과 법무연수원 범죄백서는 촉법소년 통계와 검찰을 거치지 않는 통고사건 통계가 누락되어 있고, 여기에 담긴 범죄소년 총수에는 법원의 불처분결정과 무죄판결을 받은 자료까지 포함되어 있어 이를 통해 소년범죄의 흉포화나 촉법소년 증가라는 현상이 실존하는지 단정할 수 없으며, 법원행정처 사법연감도 세부 죄명별 소년형사, 소년보호사건을 파악할 수 없게 되어 있다. 이와 같이 존재하는 자료를 모두 종합하더라도 쟁점이 되는 13-14세 청소년의 유형별 범죄발생 건수나 경중, 증감 추이 등은 확인이 불가능하다. 2022년 국가인권위원회와 법원도 같은 지적을 하며 소년범죄의 저연령화・흉포화 경향을 확인할 수 없다고 밝힌 바 있다. 또한 2022년 당시 촉법소년 연령 하향을 뒷받침하는 근거로 제시되었던 “14세 이상 ‘범죄소년’의 강력범죄 건수나 경찰 단계에서의 촉법소년 전체 인원 수 증가”라는 현상은  ‘13-14세 소년의 범죄 및 처벌 필요성 증가’와는 아무 관련이 없다. 지난 정부에서도 이러한 비판에 부딪혀 결국 촉법소년 연령 하향 추진을 포기했는데, 그 정부를 청산하고 들어선 현 정부가 정확한 통계적 근거도 없이 높은 지지율과 일부 악의적인 여론에 편승하여 촉법소년 연령하향을 추진한다면, 이는 국민을 대상으로 한 기망행위에 불과하다. 

둘째, 촉법소년 연령 하향을 통해 기대할 수 있는 범죄 예방 효과 또한 전혀 없다. 현재의 부족한 통계를 살펴보더라도, 소년범죄의 흉포화 경향은 없다. 법원행정처 ‘사법연감’에 따르면, 최근 10년(2015-2024)간 촉법소년(10-13세) 중 13세의 비율은 오히려 감소세를 보이고 있으며(2014년 75.8%에서 2023년 62.1%), 대검찰청 ‘범죄분석’ 또한 소년범죄 중 흉악범죄(살인, 강도, 방화, 강간)의 비율은 증감을 반복하고 있고, 오히려 2023년에는 감소세[전년대비 32건(-0.7%) 감소]를 보이고 있다. 국내 통계를 망라한 사법정책연구원의 2025년 연구 결과에서도 우발적인 생계형 재산범죄가 늘어났다고 해석할 수 있을 뿐 지능범죄나 중한 강력범죄가 증가한 양상이나 추세는 파악되지 않는다고 분석했다. 반면 2023년 발간된 형사정책연구 자료에서는 국외의 과학적ㆍ실증적 연구결과를 모두 종합하여 청소년의 뇌 발달을 고려하여 형사책임능력을 한정하는 것이 타당하며, 뇌 성숙의 증거는 지역에 따른 영향이 상대적으로 미미한 영역에 해당하므로 해외의 연구 결과를 국내 정책에서 충분히 고려할 수 있다고 밝혔다. 범죄를 저지른 아동을 성인과 같은 형사절차로 다루었을 때의 재범률은 그대로이거나 오히려 높아진다는 결과는 다수의 해외 사례 연구에서 반복적으로 확인되고 있다.

셋째, 촉법소년 연령 하향은 소년에 대한 차별적인 낙인을 강화하여 아동의 권리를 명백하게 침해하는 최악의 선택이다. 언론이 일부 잔혹한 아동의 범죄 사건을 자극적으로 보도하여 아동에 대한 부정적 편견이 강화되고, 정치권이 이에 편승해 무책임한 입법을 추진하는 작태가 오랫동안 반복되었다. 잔혹한 범죄사건이 언론에 경쟁적으로 보도되면 보도를 접한 사람들은 잔혹범죄가 증가한 것으로 오해하거나, 언론이 소년범죄를 부각하는 반면 그와 반대되는 사실 보도는 하지 않는 한국 사회의 경향은 심각한 문제였다. 2025년 사법정책연구에 의하면, 2022년 설문조사 결과 34%의 응답자는 전체 범죄 중 촉법소년 범죄가 10% 이상이라고 보았고, 5%의 응답자는 심지어 촉법소년 범죄가 50% 이상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통계로 확인되는 소년범죄의 비율은 전체 범죄의 4% 내외다. 이와 같이 사람들의 인식이 실제와 크게 동떨어져 있는 것이 현실인데도, ‘여론’을 이유로 과연 13세 아동까지 형사처벌 대상으로 삼아야 하는지 심각하게 되물을 수밖에 없다. 이미 소년범죄에 대한 한국 사회의 차별적 낙인은 심각한 수준이며, 촉법소년 연령 하향은 그러한 낙인을 더욱 심화시킬 것이다. 

넷째, 정부는 소년범죄에 대한 정확한 통계를 구축하고, 소년사법 제도와 아동ㆍ청소년 복지제도의 열악한 인프라를 개선해야 한다. 위와 같이 소년범죄의 기본적인 현황조차 파악하지 못하면서 새로운 입법의 효과를 예측하고 분석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유엔 아동권리위원회는 아동이 저지른 범죄의 숫자와 성격, 미결구금의 사용 및 평균 기간, 사법절차 이외의 조치에 따른 아동수, 유죄판결을 받은 아동수, 그들에게 부여된 제재의 성격과 자유를 박탈당한 아동수 등과 같은 세분화된 데이터를 체계적으로 수집할 것을 촉구하였다. 따라서 정부가 지금 당장 해야 할 일은 촉법소년 연령 하향이 아니라, 소년범죄와 관련된 현황과 실태를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는 통계 시스템을 구축하고,  소년사법 제도의 경험이 소년에 대한 낙인과 차별이 되지 않도록 지역사회에 기반한 복지ㆍ지원체계와 연동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을 강화해야 한다.  

무엇보다 소년범죄 대책은 열악하고 취약한 현재의 제도적 인프라를 개선하는 것에서 출발해야 한다. 소년범죄를 예방하고 소년을 건전한 시민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안정적인 양육과 성장 환경을 조성하고, 가정 밖 아동과 청소년에 대한 보호 및 자립 지원 체계를 마련해야 하는데, 현행 소년사법 시스템은 소년의 신체의 자유를 박탈하는 것을 당연시하고, 소년에 대한 의무교육은 물론 프라이버시와 각종 기본권 보장을 도외시하고 있으며, 관련 종사자의 전문성과 역량도 확보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여있다. 

 정부는 소년이 처한 열악한 환경은 전혀 개선하지 않은 채 일부 소년 범죄의 예를 들어 ‘처벌 강화’를 외치는 여론에 편승하지 말라. 2개월 후에 촉법소년 연령 하향을 기어이 추진할 경우, 이는 역대 최악의 아동 인권 침해 행위로 역사에 분명히 남을 것이다. 소년을 처벌하려고만 할 것이 아니라, 소년 범죄가 일어나는 원인과 구조를 살피고 해결하려 노력하려는 성숙한 정부의 모습을 보여주기 바란다. 

1. 정책적 실효성도, 인권적 정당성도 없는 촉법소년 연령 하향 철회하라!

2. 소년범죄의 실질적인 예방과 재범 방지를 위한 통계 인프라부터 확충하라!

3. 증거에 기반하여 아동 최선의 이익 원칙을 준수하는 형사정책을 수립하라! 

2026년 2월 26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아동청소년인권위원회

첨부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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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위][성명] 정책적 실효성과 아동 인권을 모두 외면한 촉법소년 연령 하향 반대한다 _ 2026. 2. 26.(목).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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