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 혐오로 묻어버린 학생인권조례, 민주주의로 되살려라. 13대 충청남도의회와 12대 서울특별시의회의 첫 과제는 학생인권조례의 부활과 강화다.

2026-06-09 351

 

[성명]

혐오로 묻어버린 학생인권조례, 민주주의로 되살려라. 13대 충청남도의회와 12대 서울특별시의회의 첫 과제는 학생인권조례의 부활과 강화다.

 

2026년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를 통해 충청남도의회와 서울특별시의회의 구성이 크게 변경되었다. 국민의힘이 다수를 차지하며 각종 퇴행을 일삼았던 12대 충청남도의회 (국민의힘 36, 더불어민주당 12)와 11대 서울특별시의회(국민의힘 76, 더불어민주당 36)는 모두 더불어민주당이 다수인 새 의회로 바뀌었다(13대 충청남도의회 더불어민주당 37, 국민의힘 13 / 12대 서울특별시의회 더불어민주당 80, 국민의힘 38). 또한 이와 함께 치러진 교육감 선거에서 충남에서는 이병도 후보가 당선되고, 서울에서는 정근식 교육감이 재선에 성공하면서 기존의 교육 정책 기조가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선거 결과는 두 지방의회가 자행해 온 반인권적·구시대적 행태에 대한 명백한 경고이자, 무너진 교육 민주주의를 바로 세우라는 주민들의 의지라 할 수 있다. 새로운 시대를 시작하는 충청남도의회와 서울특별시의회가 해결해야 할 첫 번째 과제는 명확하다. 우리 모임은 두 지방의회가 지난 지방의회에서 강행한 학생인권조례 폐지안을 즉시 폐기하고, [충청남도 학생인권조례]와 [서울특별시 학생인권조례]를 부활시킬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

 

충청남도와 서울특별시에서 학생인권조례가 폐지된 과정은 일맥상통했다. 성소수자, 청소년 혐오 세력이 주민조례발안이라는 제도를 악용해 학생인권조례 폐지에 불을 붙였고, 국민의힘이 다수였던 두 지방의회는 학생들의 인권을 보호해야 할 법적 의무를 저버린 채 이를 받아들여 다수의 힘으로 학생인권조례 폐지를 강행했다. 이에 충청남도, 서울특별시 교육감이 재의 요구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두 의회는 학생인권조례 폐지안을 재의결했고, 교육감들이 대법원에 재의결 무효확인 소송을 제기하고 재의결 효력의 집행정지를 신청하는 법정 다툼이 이어졌다. 대법원이 집행정지를 인용하면서 학생인권조례의 효력은 유지되었으나, 학생들은 자신들의 인권이 정치인들의 혐오 선동의 제물이 되는 참담한 현실을 목격해야 했다.

 

이렇게 학생인권조례가 수난을 겪은 부작용은 이번 교육감 선거 과정에서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강원도 신경호, 인천광역시 이대형, 충청남도 이명수, 부산광역시 정승윤, 서울특별시 조전혁 교육감 후보는 정책연대라는 미명 하에 “동성애 퀴어 교육 OUT, 전교조 OUT”이라는 끔찍한 혐오 캠페인을 전면에 내세웠다. 여기에 서울특별시 김영배 후보는 적극 동조했고, 윤호상 후보는 이러한 캠페인을 반대했다가 선거 막바지에 이르자 동일한 내용의 손팻말을 들고 1인 시위를 하는 촌극을 벌이기도 했다. 성소수자 학생들을 비정상으로 낙인찍고 위축시키는 캠페인으로 선거판을 더럽혔던 이들 후보는 모두 당선되지 못했으나, 이러한 혐오 몰이를 통해 이들이 적지 않은 표를 얻었다는 사실은 우리 모두를 참담하게 만들었다. 학생인권조례 폐지를 둘러싸고 2년 가량 이어진 정치적 선동은 학교 안팎에 성소수자, 장애인, 이주배경, 빈곤 등 다양한 소수자 학생들에게 적대적인 학교 환경을 만들고, 소수자들을 마음껏 공격해도 된다는 위험한 사회적 신호를 낳았다. 이것이야말로 지난 충청남도의회, 서울특별시의회가 남긴 가장 부끄러운 유산이다.

 

충청남도와 서울특별시를 포함한 여러 지역의 학생인권조례는 모든 학생이 헌법상 존엄과 자유, 평등을 가진 시민이라는 헌법, 국제인권법상 확립된 원칙을 학교라는 공간 안에서 보장하는 최소한의 장치다. 이들 학생인권조례는 학생이 성별, 종교, 나이, 성적 지향, 성별 정체성, 성적 등을 이유로 차별받지 않을 권리를 명시하고, 체벌과 따돌림, 집단괴롭힘, 성폭력 등 모든 물리적·언어적 폭력으로부터 자유로울 권리를 보장해 왔다. 학생인권조례가 시행된 지역에서는 학교 현장에서 체벌 관행이 줄고, 두발·복장 규제와 학생생활규정에 학생 의견을 반영하려는 변화가 조금씩 이루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충청남도의회와 서울특별시의회가 학생인권조례를 ‘학생에게만 특권을 준다’, ‘교권을 침해한다’는 이유로 폐지했던 것은 단순히 하나의 조례를 없앤 것을 넘어서 학생들을 다시 폭력, 억압, 침묵이 난무했던 과거로 밀어 넣으려는 악행이었다.

 

학교에서 교사의 권리와 학생의 권리는 단순히 충돌하는 관계로 볼 수 없다. 모든 구성원에 대한 폭력과 차별이 사라진 학교, 구성원 간 책임과 역할 존중이 분명한 학교, 학생, 교사도 함부로 모욕 당하지 않는 학교야말로 교사와 학생의 권리가 함께 보장되는 학교다. 이런 원리를 무시한 채 학생인권조례를 교권 침해의 원인으로 몰아간 것은 학교 현장에서 벌어지는 복합적 문제를 가장 약한 구성원에게 전가하는 비겁한 정치다.

 

따라서 13대 충청남도의회와 12대 서울특별시의회는 개원 즉시 학생인권조례를 온전히 부활시키는 절차에 착수해야 한다. 지난 의회들의 독단적 조치로 인해 학생인권을 왜곡하고 혐오하는 세력의 준동은 더욱 거세졌다. 그 와중에 충청남도와 서울특별시의 시민들이 학생인권조례 폐지 조치의 위법성을 다투는 행정 소송을 제기하였지만 성과를 거두지 못했고, 교육 현장은 계속 불필요한 법적, 행정적 혼란을 겪어야만 했다. 이제 충청남도의회와 서울특별시의회는 전 의회의 만행을 반성하고, 학생인권조례 부활을 최우선 안건으로 처리해야 한다. 학생인권조례의 부활은 혐오 세력들이 훼손한 교육 민주주의를 회복하고, 학생의 인권 보호를 공적인 의무로 확인하는 절차가 되어야 한다.

 

또한 두 의회는 학생인권조례의 단순한 원상회복에 그치지 않고, 다시는 학생인권조례가 혐오 세력의 발호에 흔들리지 않도록 학생인권조례를 개정해 그 규범력과 실효성을 강화하는 작업에도 착수해야 한다. 두 학생인권조례는 모두 학생인권옹호관, 학생인권센터, 학생인권 침해시 구제 신청과 조사 절차 등의 규정을 두고 있으나, 실제 학교 현장에서 발생하는 인권 침해 행위를 신속하고 실효적으로 구제하기에는 여전히 한계가 있다.

 

따라서 학생인권옹호관의 임기와 신분 보장을 강화해 인권 침해 사건에 대한 독립적 조사가 가능하도록 보호하고, 학생인권옹호관의 조사 활동을 방해하지 않도록 방해 행위에 대한 제재 수단을 규정할 필요가 있다. 또한 학생 인권 침해가 발생한 경우 학생인권옹호관도 긴급 보호 조치를 취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고, 인권 침해에 대한 권고 조치에 대하여 학교의 이행계획 보고, 미이행 시 언론 공표 등의 이행 강제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성소수자, 장애, 이주배경 등 다양한 소수자 청소년에 대한 혐오표현의 의의를 구체적으로 규정하고 이에 대한 모니터링과 예방 교육을 정기적으로 실시하며, 이들이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는 전담 보호, 상담 체계를 마련할 근거를 마련하는 것도 절실한 과제다. 마지막으로 학교 밖 청소년과 같이 학교에서 보호받지 못하고 있는 위기 청소년들에 대한 지원 체계도 학생인권조례를 통해 마련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개정을 통해 학생인권조례는 선언에 머무는 조례가 아니라, 학교 현장에서 학생들의 삶을 실제로 바꾸는 조례가 되어야 한다.

 

이병도 충청남도교육감과 정근식 서울특별시교육감 또한 학생인권조례의 부활 및 강화라는 과제 이행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이병도 당선인은 당선 후 인터뷰에서 학생인권조례에 대해 “의회에서 다시 재논의하고자 하는 의지만 있다면 여러 의견을 다시 반영할 생각을 갖고 있다”고 밝힌 바 있고, 정근식 교육감은 전 서울특별시의회의 학생인권조례 폐지 움직임을 여러 차례 비판하면서 법적 조치를 취했던 바 있다. 따라서 새 의회에서 학생인권조례를 부활시킨다면 두 교육감은 의회와 협력하여 학생 인권 보장 강화를 위해 학생인권조례를 개정하는 작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특히 교원단체들의 ‘교육활동 보호 강화’, ‘교권 강화’ 등의 요구에 일방적으로 편승해 학생인권조례의 내용을 후퇴시키거나 소극적으로 유지하는 데 급급해서는 안 되고, 학생들과 학생 인권 전문가들의 의견이 학생인권조례에 충분히 반영될 수 있도록 보장해야 할 것이다.

 

충청남도와 서울특별시의 학생인권조례는 한 번 폐지되었지만, 학생의 인권은 결코 폐지될 수 없는 우리 모두의 권리이다. 그래서 우리 모임은 충청남도의회와 서울특별시의회에 다시 한 번 강력하게 요구한다. 학생인권조례를 폐지한 지난 의회의 반동을 신속하게 반성하고, 학생인권조례 폐지안을 철폐하라. 인권과 민주주의의 이름으로 학생인권조례를 부활시켜 다시는 혐오 세력의 선동과 다수의 횡포로 학생인권조례가 폐지되지 않도록 보호하고, 학생 인권을 더욱 두텁게 보호할 수 있는 학생인권조례 개정안을 마련하라. 그리고 충청남도 교육감과 서울특별시 교육감은 학생인권조례의 부활과 강화를 교육 정책의 최우선 과제로 삼고, 학생·교사·학부모·시민사회가 함께 참여하는 실질적 논의 절차를 시작하라.

 

마지막으로 학생인권조례 문제는 결코 이 두 지역만의 문제가 아니다. 다른 지역의 의회와 교육청도 학생인권을 보호하는 조례를 제정하거나 개정할 필요성이 역력하다. 그리고 근본적으로 국회는 아직도 계류 중인 학생인권법안을 신속하게 심사해 통과시켜 지역에 따라 학생인권보장에 차별이 발생하지 않도록 보장해야 할 책무가 있다. 한국의 모든 학생들이 학생인권법과 학생인권조례를 통해 학교 안팎에서 차별받지 않고 존엄한 시민으로 살아갈 수 있는 안전한 학교가 완성되는 그날까지, 우리 모임은 지방의회와 교육청, 국회와 정부를 지켜보고 투쟁할 것이다.

 

2026년 6월 9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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