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위원회][성명] 고용노동부는 위헌·위법한 노동쟁의 대상 시행지침을 즉각 철회하라

2026-09-03 275

 

 

[성명]

고용노동부는 위헌·위법한 노동쟁의 대상 시행지침을 즉각 철회하라

 

고용노동부는 지난 2월 개정 노동조합법 해석지침을 발표한 데 이어 오늘(9월 3일) <경영성과급 등 노동쟁의 대상 시행지침>(이하 ‘시행지침’)을 발표했다. 주된 내용은 기업이익과 연동하는 방식의 경영성과급 요구는 노동조합법에 따른 의무적 교섭대상 및 조정·쟁의행위 대상으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며, 합병, 매각 등 기업조직 변동을 목적으로 하는 사업경영상의 결정은 세부계획이 구체화되어 근로조건의 변동이 객관적으로 예상되는 경우에만 노동쟁의 대상으로 보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위와 같은 시행지침은 그 형식과 내용 모두 헌법과 개정 노동조합법이 보장하는 노동3권을 침해하는 것으로서, 즉각 철회되어야 한다.

 

노동조합법 제2조 제5호는 노동쟁의를 “노동조합과 사용자 또는 사용자단체 간에 임금·근로시간·복지·해고·근로자의 지위 기타 대우 등 근로조건의 결정과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사업경영상의 결정에 관한 주장의 불일치”로 명확히 규정하고 있으며, 노동쟁의의 대상에 대하여 위임하는 조항을 두고 있지 않다. 그럼에도 노동3권을 법률상의 위임근거조항 없이 시행지침으로만 제한하려고 하는 것은 법률유보원칙을 위반한 것으로 즉각 철회되어야 한다.

 

청와대도 위헌 논란을 의식한 것인지 언론 공지로 시행령이 아닌 시행지침을 제정하겠다고 밝혔으나, 결국 현장에서는 형식과 관계없이 정부가 노동쟁의 대상이 아니라고 선언한 범위에 대하여 노동자들의 단체교섭권 및 단체행동권이 제한되는 결과를 낳을 것이다. 법적 구속력 없는 형식적인 가이드라인에 불과하다고 발을 빼기에는 해당 시행지침이 노동위원회의 행정지도, 쟁의행위에 대한 업무방해죄 성립 여부, 교섭거부에 대한 부당노동행위에 관한 판단에 있어 준거가 될 것이기 때문에 심각성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대한민국이 비준한 국제노동기구(ILO) 제98호 협약(단결권 및 단체교섭권 원칙의 적용에 관한 협약)에 대하여 ILO 이행감독기구도 교섭 사항의 범위를 당국이 일방적으로 제한하는 조치는 제98호 협약과 상충된다고 밝히고 있어, 이번 시행지침은 ILO 제98호 협약에도 위반된다.

 

기업이익과 연동하는 방식의 경영성과급 요구가 의무적 교섭대상이 아니라고 본 시행지침의 내용도 노동조합법과 단체교섭의 의미를 왜곡하여 해석한 결과에 지나지 않는다. 시행지침은 근로자의 임금 등 근로조건의 결정에 관한 사항에 해당하는 경영성과급은 의무적 교섭대상에 해당한다면서도, 기업이익의 일정 비율을 성과급으로 분배 요구하는 것은 영업의 자유의 본질적 내용을 제약할 수 있다고 하여 이른바 착한 경영성과급 요구와 나쁜 경영성과급 요구를 구분하고 있다.

 

그러나 경영성과급 등 임금에 대한 노동조합의 요구는 노사 간에 자율적인 협의대상일 뿐, 제3자인 정부가 이 중 어떤 요구가 가능하고 불가능하다고 선을 그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노동자의 노동 없이 기업의 이익이 발생할 수 없으며, 노동자가 자신의 성과에 따른 이익을 분배할 것을 회사에 요구하는 것은 당연하고 주장이 불일치할 경우 쟁의행위에 나서는 것은 정당하다. 그럼에도 기업이익과 연동하는 방식의 모든 성과급 요구를 국가나 주주의 이익을 침해한 것처럼 평가하고, 더 나아가 구체적 기준의 제시도 없이 기업 또는 제3자(국가, 주주)의 권익을 본질적으로 제약하는 경우에는 정당한 노동쟁의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겠다는 것은 정부가 노동3권의 존재 의의를 간과한 것이다.

 

‘사업경영상의 결정’ 역시 원칙적으로 노동쟁의의 대상이 된다고 보아야 마땅하다. 시행지침은 사업경영상의 발표·공시만 있거나 중장기 경영계획만 있는 경우는 단체교섭 대상이 아니고 근로조건의 변동이 객관적으로 예상되는 경우에만 노동쟁의의 대상이라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그러나 노동자의 근로조건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는 사업경영상의 결정이란 현실적으로 상정하기조차 어려우므로, ‘사업경영상의 결정’이라는 추상적·불명확한 요건을 통해 정부가 선제적으로 그 기준을 제시하고 재단하는 것은 결과적으로 헌법이 보장하는 노동3권에 대한 포괄적인 제약을 가져올 위험이 크다. 그럼에도 정부는 사용자의 기득권과 영업의 자유를 비호하는 데 급급한 나머지, 개정 노동조합법의 취지에 반하여 아무런 법률상 근거 없이 노동자의 정당한 쟁의권 범위를 축소하려는 명백히 위헌적 시도를 하고 있다.

 

AI 등 신기술 도입에 있어서도 정부는 동일하게 신기술 도입 결정 자체는 의무적 교섭대상이 아니고 근로조건의 변동이 객관적으로 예상되는 경우에만 노동쟁의의 대상이라고 한다. 그러나 이미 도입이 결정된 신기술 및 그에 따른 설비 구축이 완료된 이후에야 단체교섭이 가능하다면 노동조합의 단체교섭력은 크게 상실될 수밖에 없으며, 사용자는 다시금 영업의 자유를 운운하며 철회할 수 없다고 할 것이다. 노동조합법 제2조 제5호가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사업경영상의 결정”에 관한 주장의 불일치라고 규정하고 있음에도 시행지침이 “근로조건의 변동이 객관적으로 예상되는 경우”에만 노동쟁의의 대상이 된다고 노동쟁의의 범위를 축소해석하는 것은 단체교섭 및 쟁의행위의 범위를 확대하는 입법취지에 반한다.

 

2026. 3. 10. 개정된 노동조합법(노란봉투법)이 시행된지 불과 6개월도 채 되지 않았다. 이번 시행지침은 메가특구에 투자하겠다고 한 기업들에게 주는 선물로 비춰질 만큼, 사용자 측의 의견만이 반영된 위헌·위법한 행정규칙이자 노란봉투법을 유명무실하게 만들 것이다. 박근혜 정부의 이른바 양대지침(공정인사 지침, 취업규칙 해석 및 운영에 관한 지침)이 끝내 폐기되기 전까지 노동자들을 옥죄었던 것처럼, 이번 시행지침도 노동자들의 기본권을 심각하게 침해할 것이 명백하다. 따라서 우리 위원회는 노동부가 해당 시행지침을 즉각 철회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

 

2026년 9월 3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노동위원회

위원장 김상은

첨부파일

20260903_민변노동위원회_성명_고용노동부는 위헌·위법한 노동쟁의 대상 시행지침을 즉각 철회하라.pd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