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화예술스포츠위][성명]
안전하게 라이브공연을 즐길 권리를 보장하는 법이 필요하다
부산 남구의 라이브클럽 ‘오방가르드’가 관객들이 공연을 보며 춤을 추었다는 이유로 2026. 8. 26. 부터 두 달간 영업정지 처분을 받았다. ‘오방가르드’는 2018년부터 부산에서 다양한 음악인들에게 라이브공연 무대를 제공하고 음악인들과 관객들을 연결해 온 대표적인 소규모 라이브클럽이었다. 그러나 현실에 맞지 않는 규제와 행정기관의 경직된 조치로 인해 음악인들의 공연할 권리와 관객들의 공연을 즐길 권리가 하루아침에 막혀버린 것이다. 우리 모임은 이번 사태가 재발하지 않도록 국회와 정부가 관련 법령을 개정할 것을 촉구한다.
이번 사태를 초래한 직접적인 근거는 『식품위생법 시행규칙』 제57조와 [별표 17]이다. 위 법령은 휴게음식점, 일반음식점 영업자가 음향시설을 갖추고 손님이 춤을 추게 허용하는 행위를 금지하면서, 다만 같은 지역의 부산진구와 같이 별도의 조례로 안전기준과 시간을 정해 객석에서 춤을 추는 것을 허용할 수 있는 예외를 인정하고 있다. ‘오방가르드’는 라이브공연을 하는 ‘일반음식점’으로 등록되어 있었고, 별도 조례가 없는 부산 남구청은 ‘오방가르드’에서 선 채로 공연을 즐기며 자연스럽게 몸을 움직이는 관객들의 반응을 ‘춤’으로 해석해 위 법령 위반에 따른 행정처분을 부과한 것이다.
이번 사태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오방가르드’와 같은 공연 장소에 오랫동안 얽혀 있는 법적 문제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1990년대까지 한국 정부는 일반음식점이 관객에게 음식과 주류를 제공하면서 라이브공연을 제공하는 소위 ‘라이브클럽’ 이라는 영업 형태를 금지했다. 이에 대해 인디음악인들을 비롯한 문화계가 라이브클럽 합법화를 지속적으로 요구했고, 1999. 11. 18. 유흥주점이 아닌 일반음식점에서도 음악인들이 라이브공연을 할 수 있도록 『식품위생법 시행령』이 개정되었다. 하지만 일반음식점에서 공연을 하는 행위가 허용되었을 뿐 라이브공연을 할 수 있는 별도의 법적 공간을 마련한 것은 아니었고, 공연을 즐기는 관객들의 행위에 대한 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었다.
이후 사실상 유흥주점에 해당하는 업소가 일반음식점으로 신고하고 이른바 ‘감성주점’처럼 영업하는 행태가 문제되자, 정부는 2015. 8. 18. 휴게, 일반음식점이 음향시설을 갖추고 손님에게 춤을 허용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내용으로 『식품위생법 시행규칙』을 개정했다. 그 후 2019. 7. 27. 광주에 있는 나이트클럽의 복층 구조물이 붕괴되어 인명 피해가 발생하자, 정부는 2020. 8. 24. 동 시행규칙을 다시 개정해 위와 같은 행위에 대한 행정 규제의 수위를 영업정지 1개월에서 과징금 없는 영업정지 2개월로 상향했다.
이러한 정부의 규제가 대상으로 삼았던 것은 유흥주점을 운영하면서 그에 따른 각종 법령상 규제를 회피하려는 업주들이었다. 그러나 엉뚱하게도 이 규제는 현재까지 라이브공연을 보며 일어서서 몸을 흔들고, 박자를 타고, 음악에 호응하는 관객의 행위까지 금지하는 방향으로 해석되고 있는 것이다. 유흥주점에서 이루어지는 유흥 행위와, 음악인의 라이브공연을 관람하는 관객들의 행위를 동일한 기준으로 취급한 부산 남구청의 이번 영업정지 처분은 헌법, 행정법상 비례의 원칙 위반이라 평가할 수 있다. 또한 같은 행위를 두고 조례로써 예외를 두는 현행 법령 또한 지역에 따른 차별을 조장한다는 점에서 결코 바람직하다고 볼 수 없다.
『헌법』 제22조는 예술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고, 『문화기본법』 제4조는 모든 국민이 자유롭게 문화를 창조하고 문화활동에 참여하며 문화를 향유할 권리, 즉 ‘문화권’을 가진다고 선언하고 있다. 라이브클럽에서 음악인이 공연할 권리와 관객들이 공연을 온전히 즐길 권리는 이와 같이 헌법과 법률에서 보장된 권리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사태가 발생하게 된 1차적 책임은 관객의 ‘춤’을 풍속이나 안전을 이유로 규제해야 할 유흥 행위로만 접근하면서, 변화된 공연 문화 속에서 관객과 음악인의 안전을 위한 대책을 마련하지 못한 정책 당국에 있다.
따라서 국회와 정부는 전국에 있는 라이브클럽의 공연 및 시설 상황을 파악하고, 라이브클럽의 운영 주체와 음악인, 관객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여 라이브클럽에서의 공연이 지속될 수 있도록 법령을 개선해야 한다. 라이브공연 관객들의 호응 행위를 『식품위생법 시행규칙』상 금지되는 ‘춤’에서 제외하거나, 라이브클럽을 별도의 공연장소로 지정해 법적 지위를 인정하는 방법 등 다양한 입법 대안을 검토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위와 같은 입법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정부는 다른 라이브클럽에서 이루어지는 관객들의 공연 호응 행위를 지방자치단체가 무분별하게 금지하지 않도록 그에 맞는 행정 해석을 내릴 필요가 있다. 지방자치단체에 따라 라이브클럽에 대한 규제가 일관성 없이 이루어지는 것을 막고, 이로 인해 라이브공연 문화가 위축되지 않기 위해서 입법에 앞선 정부의 예방 조치가 있어야 한다.
이번 사태 이후 2026. 8. 26. 국회에는 『공연법』과 『식품위생법』 등 소규모 라이브클럽 관련 법령 개정 및 제도 개선을 촉구하는 국민청원이 제기되었고, 이에 2026. 8. 31.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관련 법령을 개정하거나 새로운 공연장 개념을 마련하는 등 대책을 세우겠다는 뜻을 밝혔으며, 2026. 9. 2. 라이브클럽 관객연대 이우진 공동대표는 『식품위생법 시행규칙』 제57조에 대한 헌법소원을 제기하였다. 음악인들과 관객들이 라이브클럽에서 자유롭고 안전하게 공연을 하고 즐길 수 있는 권리를 실질적으로 보장하는 새로운 법제를 만드는 것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대적 과제가 되었다. 국회와 정부는 20년이 넘도록 방치한 이 문제를 직시하고 신속하게 입법 작업에 착수할 것을 촉구한다.
2026. 9. 9.(수)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문화예술스포츠위원회
20260909 [문예스위][성명] 안전하게 라이브공연을 즐길 권리를 보장하는 법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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