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통상위][성명]
정부는 호르무즈 파병을 통상협상의 대가로 삼지 말라
언론보도에 따르면, 정부는 2026. 9. 3. 호르무즈 해협에 군사자산과 병력을 파견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고 국회에 제출할 파병동의안의 내용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한반도평화위원회는 2026. 9. 4. 성명을 통해 파병 추진의 즉각 중단을 요구한 바 있다. 국제통상위원회는 이에 더하여, 이번 파병 검토가 헌법이 정한 국회의 통제 절차와 대외 통상관계에 미치는 문제를 지적한다.
헌법 제60조 제2항은 국군의 외국에의 파견에 대하여 국회의 동의권을 규정한다. 이는 파견의 규모나 전투 참가 여부가 아니라 파견 그 자체를 통제 대상으로 삼은 규정이다. 2020년 정부는 청해부대의 작전구역을 확대하는 방식으로 호르무즈 해협에 전력을 투입하면서 별도의 동의 절차를 거치지 아니하였고, 이에 대하여는 국회 동의권을 침해하였다는 비판이 제기되었다. 그러나 당시와 지금은 사정이 근본적으로 다르다. 해적 대응을 임무로 하는 부대가 국가 간 무력충돌이 진행 중인 해역에서 다국적 군사작전에 참여하는 것은 임무의 성격을 전혀 달리하는 새로운 파견이며, 기존 동의로 갈음될 수 없다. 정부는 2020년의 전례를 들어 동의 절차를 우회하여서는 아니 된다.
정부는 파견의 국제법적 근거를 특정하여 공개하여야 한다. 근거가 국제연합헌장 제51조의 자위권인지, 안전보장이사회의 수권인지, 자국민 및 자국 선박의 보호를 위한 독자적 조치인지에 따라 대한민국이 부담하는 의무와 위험은 전혀 달라진다. 유엔 국제법위원회가 2001년 채택하고 유엔 총회 결의 제56/83호에 부속된 「국제위법행위에 대한 국가책임에 관한 조문」 제16조는, 타국의 국제위법행위를 그 정황을 인식하면서 지원한 국가는 그 지원행위에 관하여 스스로 국제책임을 진다고 규정한다. 국제사법재판소는 2007년 제노사이드협약 적용 사건 판결에서 위 조항이 관습국제법에 해당한다고 판시하였고, 헌법 제6조 제1항에 따라 일반적으로 승인된 국제법규는 국내법과 같은 효력을 가진다. 군수 지원과 정보 제공은 전투 자산이 아니라는 이유만으로 이 책임에서 벗어나지 아니한다. 정부가 근거를 특정하지 아니한 채 “실질적 기여”라는 표현으로 파병을 추진하는 것은, 국회의 심의를 사실상 불가능하게 하고 대한민국을 국제법상 책임의 위험에 노출시키는 일이다.
이란의 기뢰 부설과 민간 상선에 대한 공격 역시 유엔해양법협약과 국제인도법에 대한 위반으로서 즉각 중단되어야 한다. 자유항행의 회복이라는 목적 자체는 정당하다. 그러나 그 수단이 군사적 파견에 한정되는 것은 아니다. 항행 안전 정보의 공유, 해상보험 및 재보험 인수 여력 확보를 위한 국제협력, 국제해사기구를 통한 선원 보호 조치, 억류 선박과 선원의 송환 교섭 등 대한민국이 우선적으로 취할 수 있는 비군사적 기여 방안이 존재한다. 정부는 이러한 방안을 검토하였는지, 검토하였다면 그 결과가 무엇인지를 밝혀야 한다.
파병이 우리 기업과 국민의 안전을 실제로 증진하는지에 관한 근거도 제시되지 아니하였다. 정부가 파견의 근거로 드는 것은 에너지 수송로의 확보이다. 대한민국이 원유와 액화천연가스 수입의 상당 부분을 중동에 의존하고 있고, 국적선이 해협 인근에 발이 묶여 매일 손실이 발생하며, 우회 항로 이용으로 운임과 운송기간이 크게 늘어난 것은 사실이다. 항로 안정화의 필요성은 실재한다. 그러나 2026년 3월 한국무역협회의 분석에 따르면, 해협 인접국에 대한 우리 수출 비중은 전체의 2%에 미치지 못하는 반면 대체 항로 이용에 따른 추가 운임과 보험료는 중동 교역에 한정되지 아니하고 우리 수출입 전반에 전가된다. 파견으로 확보하려는 수송로의 이익과, 파견으로 새로 발생하는 위험이 우리 경제 전체에 미치는 비용은 별개의 계산을 요구한다. 이란은 대한민국의 군사적 관여를 전쟁 참여로 간주하겠다고 경고하면서 중동에 진출한 우리 기업 또한 공격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파병으로 줄어드는 위험과 새로 생기는 위험을 비교한 정부의 평가는 공개된 바 없다. 손실을 막겠다는 명분으로 더 큰 손실을 불러들이는 것은 아닌지, 정부는 숫자로 답하여야 한다.
무엇보다 이번 파병 검토가 관세와 대미 투자 등 통상 현안과 연계되어 논의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에 관하여 정부는 국민에게 설명하여야 한다. 헌법 제60조는 제1항에서 국가나 국민에게 중대한 재정적 부담을 지우는 조약의 체결·비준에 대하여, 제2항에서 국군의 외국에의 파견에 대하여 각각 국회의 동의권을 규정한다. 두 동의권은 서로 독립적으로 행사되어야 할 국회의 권한이다. 두 권한의 대상이 행정부의 단일한 협상 패키지로 결합되는 순간 국회는 어느 하나에 대하여도 실질적인 심의를 할 수 없게 되고, 그 부담은 전적으로 국민과 장병에게 돌아간다. 이는 특정 협상 결과의 당부를 떠나 헌법이 설계한 국회 통제 구조 자체를 무너뜨리는 문제이다.
정부는 파병의 국제법적 근거와 비군사적 대안의 검토 결과를 공개하고, 통상협상과의 연계 여부를 국민에게 밝히며, 어떠한 형태의 파견도 사전에 국회의 동의를 받아 시행하라. 국군의 해외 파견은 통상협상의 지렛대가 될 수 없다.
2026년 9월 11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국제통상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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