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소수자인권위원회 준비모임 소개

2010-07-28 113



(가) 소수자인권위원회 준비모임 소개




 한 사람의 인생은 그의 전 우주이다. 그런 전 우주들이 모여서 사회가 구성되기도 하고,
국가라는 체제를 만들기도 한다. 각각의 전 우주들은 그만큼의 다양한 모습을 지니고 있다.
그 중에서 어떤 모습은 사회적으로 주류화 되어 당연하게 받아들여지지만,
어떤 모습은 그 존재만으로 없는 사람 취급되거나 귀찮은 존재 또는 위협적인 존재로 배척을 당한다.



 
최근 한 방송사 드라마에서 동성애를 다룬 것을 두고 동성애를 반대하는 단체에서 “며느리가 남자라니, 동성애가 웬 말이냐!”라는 지면광고를 낸 적이 있다. 결혼이 기본적으로 ‘사랑’을 전제로 이루어진다는 전제를 이 광고에서 찾을 수가 없다. 사랑하는 두 사람의 결합을 ‘며느리’라는 단어로 전형화 된 가족관계 속으로 배치시키고, 연속하여 그 다음 동성애를 배치시킴으로써 동성애는 ‘사랑’이 아니라 그저 사회를 위협하는 ‘이물질 ’같은 것으로 인지하게 만드는 것이다.

 
입법과정에서도 비슷한 예가 있었다. 2007년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를 거쳐 법무부는 ‘차별금지법안’을 입법예고하였다. 그러나 법무부 원안에 차별금지사유로서 성적지향이 포함된 것에 대해 일부 보수 기독교 단체들이 반대를 표명하자 성적지향, 출신국가, 학력, 가족 형태, 가족상황, 병력 등 7가지 차별금지 사유가 삭제되었다. 성문법이 문서화된 형식을 통해 한 사회의 가치를 드러내고 있다면 7가지 사유가 삭제된 차별금지법은 그 자체로 ‘성적지향’등에 의한 차별이 존재한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는 것 내지는 성적지향이 다른 존재를 비가시화 하는 방식을 통한 ‘차별법’일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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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지 성적 소수자 외에도 장애,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 감염인, 이주민 등 다름으로 인해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취급되거나 위협적인 존재로 취급되어 제도나 법의 설계에서 전혀 고려되지 않는 우주들이 많이 존재한다. 민변의 (가) 소수자인권위원회 준비모임(이하 ‘준비모임’)은 이에 대한 고민을 함께 하기 위해 모였다. 준비모임은 급하게 어떤 사업을 추진하기 보다는 모임 성원들의 고민을 함께 공유하고, 법의 적용과정과 입법과정에서 뿌리박혀있는 인식에 대한 문제제기와 법제도들에 대한 연구를 차분히 진행할 예정이다. 가끔씩은 소수자인권에 대해 이야기 하면서도 무심코 던지는 말 속에서 기존의 언어를 답습하고, 차별적인 언어를 내뱉은 경우를 발견할 때도 있다. 이런 면에서 준비모임은 성원들의 ‘감수성’을 다시 한 번 돌아보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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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수자 인권위원회’가 적합한 명칭인가에 대한 논의도 아직 진행 중이다. 1, 2차 준비모임에서 성원만큼이나 명칭에 대한 다양한 아이디어(‘소수자위원회’ ‘평등위원회’ ‘반차별 위원회’ ‘사회적 약자 위원회’ ‘마이너리티 위원회’ ‘인권위원회’등)가 나왔다. 이는 차별 또는 소수자의 문제를 명확하고 깔끔한 언어로 정리하려는 방식이 주는 위험성과 무게감에 대한 고민이 반영된 현상일 것이다.

 
준비모임은 법무부가 올해 다시 차별금지법 제정을 다시 검토하고 있는 것에 대응해 우선 차별금지법의 쟁점 등에 대한 공부를 먼저 시작하기로 했다. 2차 준비모임에서 차별금지법의 제정과 쟁점에 대한 발제와 토론을 하고 이후 8월 진행될 3차 회의에서는 2006년 국가인권위원회의 차별금지법 권고법안에 대한 발제와, 차별반대활동에 대한 단체들의 논의들에 대해 공부를 해 볼 것이다.

 
인권과 차별의 문제가 법률제정의 영역으로 오는 순간 맥락이 사라진 열거나 예시가 되지 않기 위해 어떤 고민이 필요한가, ‘법률가들의 언어’가 소통에서 어떤 문제를 재생산하고 있는지 등도 논의의 내용이 되어야 할 것이다. ‘(가)소수자인권위원회 준비모임’은 여전히 조직의 정비나 구체적인 활동방향의 측면에서 모호한 점이 많다. 그러나 이런 모호함을 긍정하면서, 그리고 답답하고 모호한 해답 속에서도 활동은 충분히 즐겁게 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실현해보고자 한다.




 


– 글 / 서선영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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