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변의 활동] 6월 인턴 월례회 스케치 – ‘성 소수자와 인권’ 강연회, 영화 <두 개의 문>

2012-07-03 82


6월 민변 인턴 월례회 스케치





글_8기 인턴 김가람, 최유라, 류기현





지난 6월 27일, 8기 인턴 월례회가 있었다. 이 날 월례회는 1부와 2부로 나눠져 진행되었다.



1부 | ‘8가지 열쇠말로 살펴보는 성적지향. 성별정체성과 인권’

먼저 1부에서는 공익인권변호사 모임 ‘희망을 만드는 법’에서 활동하시는 한가람 변호사가 ‘8가지 열쇠말로 살펴보는 성적지향. 성별정체성과 인권’ 이라는 주제로 뜻 깊은 강연을 진행했다. 8가지 열쇠를 통해 성적소수자들의 감정이 결코 소수자들만의 감정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느끼는 사랑이라는 것을 배울 수 있었던 뜻 깊은 강연이었다.






2부 | 영화 <두 개의 문> 


한가람 변호사의 강연이 끝난 후, 2부 행사의 일환으로 광화문에 있는 독립영화전용관 인디 스페이스로 자리를 옮겨 최근 개봉한 다큐멘터리 영화 ‘두 개의 문’을 감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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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개의 문’은 2009년 1월20일, 철거민 5명, 경찰 특공대원 1명이 사망한 ‘용산 사태’를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다. 각종 영상을 사건 발생 전후 시간 순으로 재구성하여 3년 전 당시의 참혹했던 현장을 생생하게 재현해낸다. 유가족의 동의 없이 이뤄진 시신 부검, 사라진 3000쪽의 수사기록, 삭제된 증거수집 영상 등을 차례로 언급하지만, 그날의 ‘진실’에 대한 판단은 관객 몫으로 돌린다. 한편, 이 영화는 철거민, 특공대원 모두를 야만적인 국가폭력에 의한 희생양이라고 정의하면서 ‘그 날’, 저항하는 자와 진압하는 자가 똑같이 느꼈던 공포에 초점을 맞췄다.


 


개봉 8일 만에 독립영화의 흥행 선인 1만 관객을 돌파한 두 개의 문은 현재 연이은 매진 행렬 중이다. 배우 유지태, 가수 이승환 등 유명 인사들이 ‘영화 함께 보기’를 직간접적으로 독려하며 영화에 대한 사회적 관심도 점점 커지고 있다. 물론 ‘두 개의 문’을 바라보는 입장은 ‘두 개의 시각’으로, 아니 어쩌면 더 다양한 시각으로 나뉜다. 이 영화를 보고난 후의 느낌은 저마다 다를 것이기에.


   


영화가 끝난 후, ‘두 개의 문’ 주연배우이신 권영국 변호사님을 직접 모시고 뒷풀이 겸 영화 감상 후기를 공유하는 자리를 가졌다. 인턴들 모두 자신들이 느낀 솔직한 감상평을 자유롭게 이야기 하면서 영화를 보고 난 후의 먹먹한 마음을 달랬다. 아래에서는 류기현 인턴의 영화 감상평으로 이 날의 월례회 후기를 조금 더 생생하게 전달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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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개의 문>  감상 후기


글_8기 인턴 류기현
 

  2009년 1월 20일 이른 새벽, 정부가 책임 있는 이주 대책을 세워 달라며 용산의 남일당 건물에서 망루를 짓고 농성하던 용산 재개발 4구역 주민들과 전국철거민연합 소속 철거민들에 대한 경찰의 강경 진압이 이루어졌다. 놀랍게도 이들을 제압하기 위해 투입된 공권력은 테러 진압 부대인 경찰 특공대 병력들이었다. 이들은 철거민들을 향해 물대포를 쏘아대며 컨테이너를 이용해 진압 작전에 나섰다. 유례없이 성급하고도 강경한 진압 작전 과정에서 두 번에 걸쳐 망루에 화재가 발생하였고 그 과정에서 농성하던 철거민 5명과 경찰특공대원 1명의 생명이 희생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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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건이 발생하자마자 정부는 이 참사의 진실을 왜곡하고 은폐하기에 바빴다. 정부는 이른바 ‘강호순 사건’을 언론에 대대적으로 홍보하며 용산에서의 참사를 은폐하고 축소시키려 하였다. 검찰은 철거민들과 경찰 특공대원의 죽음을 부른 화재의 원인이 농성자들이 보유하고 있었던 ‘화염병’ 때문이었다고 발표해버렸다. 더 나아가서 농성 과정에서 생존한 철거민들에게는 경찰 특공대원의 사망과 공무 집행 방해에 대한 책임을 물어 기소하였지만 철거민들의 사망에 대해서는 그 누구에게도 어떤 책임도 묻지 않았다. 생존권을 보장해달라던 철거민들은 도심 테러범으로 몰린 반면 폭력적인 강제 진압으로 생명을 앗아간 공권력에는 아무런 잘못을 묻지 않은 것이다.


 


  다큐 영화 ‘두개의 문’ 은 용산 참사의 이러한 일련의 과정에 대한 기록이다. 영화는 관람자들에게 ‘이것을 믿어야 한다’ 고 강하게 주장하거나 설득하려고 노력하는 느낌을 주지 않는다. 다만 참사의 그날, 현장에서 정말로 일어났던 일은 무엇인지 그것에는 어떠한 배경이 있었는지 담담하게 팩트(fact)를 하나하나 진술하고 있을 뿐이다. 철거민 측 변호인들, 인권 활동가들, 현장을 촬영한 사람들과 진압에 참여했던 특공대원들의 진술에 이르기까지 각자가 기억하고 바라본 기억의 조각들을 하나하나 모아 진실을 복원하기 위한 노력을 영화를 통해 보여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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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개의 문’ 이 재현한 용산 참사는 다시금 우리에게 국가의 본질에 대해서 질문하게 만든다. 국민의 생명과 재산,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는 것이 국가가 존재하는 목적이다. 가지고 있는 재산의 정도, 사회적 지위의 높고 낮음에 상관없이 국민에게 기본적인 생존권과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보장하는 것, 그리고 그것이 혹여 공공의 이익과 충돌하는 경우가 발생한다면 국민의 입장을 존중하며 충분히 소통하고 대화하는 과정을 통해 서로가 동의할 수 있는 대안을 만들어가는 것, 이런 것이야 말로 국민에게 권력을 위임받은 국가의 마땅한 의무라 할 것이다.


 


  그러나 소위 ‘business friendly’를 내세우며 ‘국민의 국가’ 가 아닌 ‘자본의 국가’를 자처한 이 정권은 그러한 의무를 ‘법치’ 라는 미명하에 여지없이 저버렸다. 재개발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거대 자본의 이익 앞에 철거민들의 생존의 터전을 지켜주는 문제나 합리적인 이주 대책 마련 같은 것은 치워야 할 장애물일 따름이었다. 국민의 생명과 재산 보호라는 가장 기초적인 의무를 저버리고 다른 것과 결합한 국가는 자신의 부당함을 은폐하기 위해 폭력과 강압을 행사한다. 용산 참사는 자본에 대한 봉사를 자임한 이명박 정부의 본 모습, 본질을 저버린 국가의 삐뚤어진 자화상을 있는 그대로 보여준 사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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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는 또 한편으로 철저하게 국가 폭력에 희생되어 삶이 망가지는 철거민들의 모습을 통해 집과 땅이라는 생존의 기초적 공간을 빼앗긴 사람들의 아픔을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게 한다. 정부가 합리적인 이주 대책을 세우지 않은 채 주민들의 삶의 터전을 빼앗아 가버린 사례는 용산이 처음이 아니었다. 이미 1990년대부터 문제가 되었던 강남의 포이동 재건 마을 문제, 청계천 복원 과정에서 대안적인 일터를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고 쫓겨났던 상인들의 문제 등, 이미 용산 이전부터 국가 권력은 여러 차례 강제력을 이용해 도시 빈민들의 인권을 오랜 시간 유린하여 왔다. 용산 참사도 이렇듯 거주와 생업의 공간을 국가가 제대로 된 대책 없이 빼앗아 간 또 하나의 사례로 기록되었다. 영화는 철거민들의 처절한 마지막 저항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면서 삶의 터전을 빼앗긴다는 것이 사람에게 얼마만큼의 절망과 공포로 다가오는지를 짐작하게 한다. 이것이 단순히 살 곳이 바뀌는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자신과 가족의 존재 자체를 근본적으로 흔드는 문제임을 자각하게 한다. 철거민과 도시 빈민들의 문제에 대한 본질적인 시각의 전환이 있지 않으면 제2, 제3의 용산이 발생하지 않으리라는 보장은 없음을 깨닫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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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는 시종일관 무겁고도 우울하였다. 검찰에 의해 기소된 철거민들이 지난 2010년 대법원에서 최종적으로 4~5년의 징역을 선고받음으로서 사법적 차원에서 진실을 규명하려는 노력이 실패로 돌아갔기 때문이다. 그러나 2009년 1월 19일과 20일 용산에서 있었던 이 참사의 진정한 진실에는 여전히 밝혀지지 않은 많은 부분들이 존재한다. 드러나야 할 것들, 풀리지 않는 의문들, 그리고 무엇보다 도심 테러범으로 낙인찍힌 채 화염 속에서 죽어간 철거민들의 슬픔과 상부의 무리한 진압 명령이 원인이 되어 목숨을 잃은 특공대원의 아픔이 여전히 남아 있다. 우리 앞에 놓인 이 과제들을 해결하고 사건의 올바른 진실을 규명, 기록하는 것은 영화를 보고 마음의 무거움과 우울함을 느낀 이들 모두의 몫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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