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위][아동위][공동성명]
<참교육>식 교육활동보호국 신설 구상에 우려를 표하며, 국가인권위 권고 이행의 논의를 촉구한다.
안민석 경기도교육감 당선인이 드라마 <참교육>과 결부하여 제기한 이른바 ‘교권보호국 신설’ 논의에 깊은 우려를 표한다. 안 당선인은 최근 라디오 방송에서 해병대·특전사 등 특수부대 출신 교원을 학교 현장에 투입하는 방안을 언급하여 논란을 불러일으켰고, 이후 6월 25일 국회 토론회에서 발언이 과하게 표현되었다는 취지로 해명하면서도 교육감 직속 교육활동보호국 설치 방침은 재확인하였다. 안 당선인은 덧붙여 교육활동보호국 논의가 학생의 배움권과 학교 질서, 공교육 신뢰를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 문제를 ‘통제되지 않는 학생과 이를 제압할 권위를 가진 교원’의 문제로 구성하는 순간, 교육활동 보호는 공동체의 신뢰 회복이라는 본래의 취지를 벗어나 학생과 학부모를 잠재적 가해자로 상정하는 통제의 언어로 바뀐다. 이러한 접근은 교사의 고통을 해결하지도 못하고, 학생의 존엄을 보장하지도 못한다.
특히 이러한 논의가 드라마 속 응징과 통제의 상상력, 특수부대 출신 교원 투입 발언 등과 함께 교권 담론의 일부로 제시되었다는 점은 더욱 우려스럽다. 이는 단순한 개인적 발언의 문제가 아니라, 학교 갈등을 어떤 관점에서 진단하고, 학생과 교사를 어떤 존재로 바라보며, 그 갈등을 어떤 방식으로 해결할 것인지에 관한 관점의 문제다.
교육활동 보호를 위해 필요한 것은 교사가 악성 민원과 과중한 책임, 정당한 생활지도에 대한 불안 속에 고립되지 않도록 교육청이 책임 있는 지원체계를 마련하는 것이다. 이미 국가인권위원회는 2026년 2월 12일 교육부장관과 17개 시·도교육감에게 ‘인권친화적 학교 조성 정책’을 권고한 바 있다. 이 권고에는 교원의 교육활동을 지원하기 위한 ‘통합지원’ 및 ‘상호의존 시스템 구축’, 학교 사법화를 해소하기 위한 ‘갈등 중재 제도 검토’, ‘민원처리 시스템의 실효적 운용’, ‘생활지도의 인권친화적 기준 및 관리자 책임 규정 마련’ 등이 포함되어 있다. 또한 ‘교사 인권 실태조사’, ‘교사 건강권 보장제도’, ‘저경력 교사 보호’, ‘직장내 괴롭힘 대응체계 구축’ 등 교사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제도 마련도 함께 권고하였다.
그렇다면 지금 안민석 당선인이 해야 할 일은 드라마의 이름을 내건 조직의 신설을 서두르는 것이 아니다. 국가인권위의 권고를 바탕으로 인권친화적 학교 조성 정책을 어떻게 이행할 것인지, 기존 교육활동 보호 제도가 학교 현장에서 실제로 작동하고 있는지, 그리고 교사에게 필요한 지원이 충분히 제공되고 있는지를 점검하는 것이 우선이다.
이러한 과제를 외면한 채 ‘교권보호국’이라는 이름만 앞세운다면, 그것은 공교육 회복이 아니라 갈등의 행정화와 교육의 사법화를 심화시키고 학교 구성원의 분열을 키우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학교 안의 갈등을 다루는 기구가 필요하다면, 그 역할은 관계를 회복하고, 당사자의 권리를 보장하며, 필요한 지원을 연결하고, 반복되는 구조적 문제를 개선하는 데 있어야 한다. 그러나 ‘교권보호국’이라는 명칭은 이름에서부터 학생과 학부모를 배제한 채 교사의 권리만을 내세운다. 이러한 조직이 과연 학교 갈등을 공정하게 조정하고 공동체의 신뢰를 회복하는 기능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아이들은 꽃으로도 때려서는 안 된다”는 말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그 말이 정책이 되려면, 교육행정은 통제와 응징의 상상력을 내려놓고 인권과 회복, 지원과 신뢰의 체계를 세워야 한다. 안민석 당선인은 지금이라도 국가인권위 권고를 출발점으로 삼아, 학교 구성원 모두가 안전하고 존엄한 학교를 만드는 책임 있는 논의에 나서야 한다. 학생의 인권, 교사의 교육활동 권한, 학부모의 참여와 책임은 서로 빼앗는 관계가 아니다. 학교 구성원 모두의 존엄과 안전이 함께 보장될 때에만 교육활동도 보호될 수 있다.
이에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교육위원회, 아동청소년인권위원회는 안민석 경기도교육감 당선인에게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하나, 특수부대 출신 교원 투입 발언을 명확히 철회하고, 학생과 학부모를 통제와 제압의 대상으로 상정한 정책적 언어에 대해 공개적으로 사과하라.
하나, 드라마 〈참교육〉식 교육활동보호국 신설 논의를 중단하고, 기존 교육활동 보호 제도의 운영 실태를 우선 점검하라.
하나, 국가인권위원회의 ‘인권친화적 학교 조성 정책’ 권고를 충실히 검토하고, 학생·교원·학부모가 참여하는 공개적 논의 절차를 마련하라.
하나, 교육청 내 갈등 대응 기구를 설치하려면 징벌과 배제의 준사법적 기구가 아니라, 회복적·갈등중재적·인권친화적 기구를 설계하라.
하나, 교사의 권리와 학생의 인권을 대립시키는 낡은 프레임을 중단하고, 학교 구성원 전체의 신뢰 회복과 인권 보장을 중심에 둔 종합정책을 마련하라.
2026년 6월 30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교육위원회·아동청소년인권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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