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디지털정보위][성명]
공공기관의 연이은 개인정보 유출과 책임방기
안전장치 없는 개인정보 활용 인공지능 정책 중단하라
최근 공공기관에서 시민의 개인정보가 무더기로 유출되는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국가와 지자체 등 공공기관은 누구보다 엄격한 기준으로 시민의 개인정보를 보호해야 할 책무가 있음에도 사전 예방 조치는커녕 유출 사실조차 제때 인지하지 못하는 총체적 부실을 드러내며, 개인정보보호법 등 관련 법령이 정한 개인정보 유출 사실 통지마저 실기하는 등 법적 책무를 심각하게 방기하고 있다. 이처럼 개인정보 보호에 대한 기본적 관리·감독 체계조차 허물어진 상황에서, 정부가 아무런 안전장치 없이 개인정보를 인공지능 학습 및 산업적 활용에 적극 개방하겠다는 정책을 일방적으로 강행하는 것은 시민의 기본권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일이다.
최근 서울시설공단이 운영하는 공공자전거 ‘따릉이’에서 휴대전화 번호, 생년월일, 성별, 체중, 우편번호, 미성년자의 경우 보호자 휴대전화 번호·생년월일·성별 등 약 462만 건에 달하는 시민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사실이 드러났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공단의 책임 방기와 늑장 대응이다. 공단은 유출이 발생한 2024년 6월 직후인 7월, 서버 관리 용역업체로부터 유출 정황이 담긴 보고서를 받아 사태를 인지하였음에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은 채 사건을 방치했다. 결국 유출 발생 약 1년 6개월이 지난 2026년 1월 27일, 별건 수사를 진행하던 경찰의 통지를 받고서야 뒤늦게 사실 확인에 나섰으며, 개인정보보호위원회 신고 역시 이로부터 사흘 후에야 이뤄졌다. 시민의 일상과 밀접한 공공서비스에서 최소한의 보안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유출 정황을 인지하고도 은폐에 가깝게 방관해 온 공공기관의 안일함에 깊은 분노를 금할 수 없다.
이러한 사태는 비단 따릉이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중소벤처기업부가 운영하는 공공사업 ‘모두의 창업’에서는 참여자 5천명의 창업 아이디어 요약본과 이메일 주소 등이 통째로 유출되었고, 용인세무서에서는 8만 2천여건의 납세자 정보가 유출되는 등 공공 부문 전반에서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잇따라 발생되고 있다. 공공기관에서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반복되고 있는 현실은, 공공기관 전반의 개인정보 보호 책무의식이 얼마나 심각하게 결여되어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누구보다 엄격한 관리 책임을 지녀야 할 공공기관들이 법적 보호·관리 의무를 계속해서 방치하는 한, 공공이 다루는 그 어떤 개인정보도 결코 안전을 담보받을 수 없다.
그럼에도 정부는 이러한 현실을 외면한 채, 보건복지부가 추진하고 있는 ‘디지털헬스케어법안’ 등을 통해 민감한 의료·건강 정보까지 공공기관 주도로 집적하고 이를 산업적으로 활용하도록 하는 법제화를 무리하게 추진하고 있다. 정보 주체인 시민의 동의와 안전을 보호할 실질적 대책은 전무하다시피 하다. 또한 국가 AI 정책의 컨트롤타워를 자임하는 대통령실 산하 국가인공지능전략위원회 역시 오직 산업 육성과 규제 완화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을 뿐, 개인정보 활용에 따른 정보주체의 기본권 보호 의무는 철저히 도외시하고 있다. 보호와 통제 장치가 결여된 산업진흥 중심의 정책은 시민의 기본권을 산업적 이익을 위한 수단으로 전락시키는 것에 다름 아니다.
정부와 공공기관은 사고 발생 후의 형사 고발이나 사후 보상 등 임기응변식 수습에 급급할 것이 아니라, 공공 부문의 개인정보 보호 정책 패러다임을 근본적으로 전환하여 헌법상 권리인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이 이를 보호할 의무가 있는 공공기관에 의하여 침해되는 아이러니한 상황을 바꾸어야 한다. 정책 및 공공서비스 추진 과정에서 개인정보 보호 책무는 사업 추진에 부수적으로 따르는 행정업무가 아니다. 개인정보를 안전하게 관리하고 보호할 전문적인 체계를 독립적으로 구축하고, 이 시스템이 실질적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예산과 전문 인력을 확충하는 것이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다.
개인정보 보호에 대한 시각의 근본적인 전환 없는 AI 공공서비스 및 데이터 활용 정책은 또 다른 유출 참사를 부르는 예견된 수순에 불과하다. 최소한의 관리 체계와 자원조차 갖추지 못한 정부와 공공기관이 과연 시민의 개인정보를 다룰 자격이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우리 위원회는 공공 부문이 개인정보 보호 책무를 올바르게 이행하고 실질적인 안전 체계를 구축해나갈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감시하며 행동해 나갈 것이다.
2026. 7. 28.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디지털정보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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