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평화위][성명] 외교부는 대통령의 평화 기조를 흔드는 월권과 이중 행보를  당장 멈추라 -정부는 한목소리로 북미정상회담 성사와 평화체제 전환에 모든 노력을 다하라

2026-09-03 182

[성명] 외교부는 대통령의 평화 기조를 흔드는 월권과 이중 행보를  당장 멈추라

-정부는 한목소리로 북미정상회담 성사와 평화체제 전환에 모든 노력을 다하라-

 

 

1953년 7월 27일 총성은 멈췄지만 전쟁은 끝나지 않았다. 정전협정은 “ 평화적 해결을 위한 적당한 협정”으로 교체될 것을 스스로 예정하고도 73년째 잠정협정으로 남아 있다. 그 사이 한반도는 세계에서 가장 오랜 정전 상태를 살아왔고, 북한의 핵무기는 고도화되었다.

이재명 대통령은 8월 15일 광복절 경축사에서 “한반도의 불안정한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바꾸는 여정에 나서겠다”며 “오래된 전쟁을 끝내기 위한 당사자들 간의 논의”를 제안했다. 이어 8월 16일(현지시간)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한미연합연습이 북한에 “완전히 부적절하고 적대적인 신호”를 보낸다며 연습의 대폭 축소를 지시했고, ‘을지 자유의 방패’ 연습은 시작 닷새 만에 종료되었다. 이재명 대통령은 8월 19일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을 “한반도에서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대화여건을 조성하려는” 결단으로 규정하고 경의를 표하며 ‘페이스메이커’ 역할을 자임했다. 

우리는 연합연습의 조정과 중단이 1992년 북미 고위급대화의 시작점이었고 2018년 남북·북미 정상회담의 선결조치였음을 기억한다. 지금은 2018년 이래 한반도 평화체제 전환의 최대의 기회다. 7개 종단이 참여하는 한국종교인평화회의가 이번 조정을 ‘평화의 기회’로 만들자고 호소하고, 미국의 73개 종교·시민사회단체가 정전협정 73주년에 한국전쟁의 공식 종식을 촉구한 데서 보듯, 이 기회를 평화체제 전환으로 이어가야 한다는 것은 시민사회의 일치된 요구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 기회 앞에서 외교부가 보인 행태는 개탄을 넘어 묵과할 수 없는 것이다.

첫째, 외교부 장관은 8월 5일 통일부가 대통령에게 보고한 ‘북미정상회담 견인과 4자대화 동력 확보’를 두고 “이상주의에 근거한 희망”이라며 “디스카운트를 해주셨으면 좋겠다”고 공언했다. 4자·6자 협력 틀의 가동은 다름 아닌 외교부가 주관하는 국정과제이다. 자신이 이행해야 할 국정과제를 ‘이상주의’로 폄하한 것이다. 이는 정책 이견이 아니다. 주관 부처가 제 국정과제를 스스로 조롱한 것이며, 대통령 앞에서 보고된 정책을 기자들 앞에서 깎아내린 국무위원의 본분 이탈이다.

둘째,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경의를 표한 결정에 대해 외교부는 외교채널을 통해 미국에 ‘유감’을 전달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대통령이 환영한 결정에 외교부가 유감을 표하는 나라가 어디 있는가. 설령 사전 협의의 결여라는 절차에 대한 유감이라 하더라도, 대통령이 이미 ‘경의’로 규정한 결정에 외교 라인이 별도의 부정적 메시지를 발신한 것 자체가 대외 메시지의 이원화다. 국회에서는 “새로운 국면의 전환”이라 답하고 워싱턴에는 유감을 전하는 외교부의 이중적 처신은 대한민국의 대외 메시지를 둘로 갈라놓았고, 동맹국의 눈에 대통령과 외교라인이 서로 다른 말을 하는 정부로 비치게 했다. 동맹국 앞에서 자국 대통령의 결정을 뒤집으려 한 행위는 외교가 아니라 대통령의 외교권에 대한 월권이다. 

셋째, 외교부 장관은 8월 24일 국회에서 “비핵화는 한미의 일관된 목표”라고 단언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비핵화 질의에 “그 이야기는 하고 싶지 않다”며 의제화를 유보한 마당에, 미국 대통령의 입장이 미국의 입장이 아니냐는 물음에 대해 장관은 “미국의 대통령이 요즘 그렇습니다”라고 답했다. 장관 스스로 미국 대통령이 아니라 ‘담당기관’과 ‘담당자’의 입장을 준거로 내세웠다. 미국 국무부 실무라인의 관성을 미국의 입장으로 여기고, 미국 대통령이 열어 놓은 대화의 문을 한국 외교부가 닫으려는 형국이다. 이것은 현실주의가 아니다. 낡은 관성에 기대어 판단을 멈춘 직무의 방기이며, 동맹국 정상을 폄하한 것으로 읽힐 수 있는 외교적 결례다.

우리는 분명히 말한다. 비핵화를 평화체제의 선결조건으로 둔 접근은 9.19 공동성명, 10.4 선언, 판문점선언, 싱가포르 공동성명에 이르기까지 단 한 번도 평화체제 전환에 이르지 못한 채, 미국 대통령의 입에서 “57개의 매우 강력한 핵무기”라는 말이 나오게 만든, 실패가 검증된 길이다. 북한이 비핵화의 의제화 자체를 거부하는 지금 ‘비핵화 우선’을 고집하는 것은 대화의 입구를 봉쇄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헌법은 외교에 관한 권한을 대통령에게 부여하고 있다. 그리고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바꾸는 일 역시 헌법이 대통령에게 맡긴 일이며, 대통령은 조국의 평화적 통일을 위한 성실한 의무를 진다. 외교부는 대통령의 외교 방침을 집행하는 기관이지, 그 방침을 평가절하하거나 대외적으로 다른 메시지를 발신할 권한을 가진 기관이 아니다. 대통령의 방침을 대외적으로 뒤집는 것은 정책 이견이 아니라, 헌법이 대통령에게 부여한 권한을 무시하고 그 외교권을 잠탈하는 행위다.

이에 우리는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하나. 외교부는 ‘비핵화 우선’의 낡은 관성과 미 국무부 실무라인에 대한 추종을 즉각 버리고, 대통령이 천명한 ‘평화체제 대화여건 조성’의 기조에 따라 평화체제 논의의 외교적 여건을 조성하는 본연의 임무에 복귀하라. 이를 거부한다면 외교부는 대통령의 외교 방침을 집행할 의사도 능력도 없음을 스스로 인정하는 것이다.

하나. 정부는 미국에 ‘유감’을 전달했다는 보도의 사실 여부와 경위를 낱낱이 밝히고 사실이라면 책임자를 엄중히 문책하라.

하나. 정부는 대외 메시지를 하나로 통일하고, 연내 북미정상회담 성사를 위해 가능한 모든 외교적 노력을 다하라. 9월 유엔총회를 비롯한 연내 외교 일정을 평화체제 논의 착수의 계기로 삼으라.

하나. 정부는 북미정상회담을 우리를 포함하는 다자대화로 이어가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경주하라. 정전협정을 대체할 협정의 당사자인 남·북·미·중 4자회담을 통해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전환하는 논의를 연내에 시작하라.

하나. 국회는 정전체제의 평화체제 전환을 초당적으로 뒷받침하고, 판문점선언을 비롯한 남북합의서의 비준 동의를 통해 평화가 정권 교체와 무관하게 지속될 법적 기반을 마련하라.

민변 한반도평화위원회는 국내외 법률가·시민사회와 연대하여 이 땅에서 전쟁을 끝내고 평화공존을 제도화하는 일에 함께할 것이다.

2026년 9월 3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한반도평화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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