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디지털정보위][성명]
AI 산업 육성을 명분으로 국민의 기본권을 후퇴시켜서는 안 된다
-초광역특구법안의 개인정보자기결정권 침해 우려와 사회적 공론화를 촉구하며
정부는 지난 6월 29일 반도체, 피지컬 인공지능, AI 데이터센터를 중심으로 한 3대 메가프로젝트 정책을 발표하였다. 대규모 산업투자와 지역별 산업거점 구축을 통하여 AI 기술발전과 산업구조 전환을 가속화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한 정부의 메가특구법안이 시민사회 내 우려 속에 회자되고 있던 가운데, 마침내 그 법안이 ⌜지방주도성장을 위한 초광역전략산업특구 지정 및 운영에 관한 특별법⌟ (박상혁의원 대표발의. 일명 초광역특구법)이라는 이름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우려한 바와 같이 해당법안은 국가전략산업의 육성과 지방투자 촉진을 명분으로 광범위한 규제특례를 도입하고 있다. 특히 이 가운데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을 바탕으로 한 정보인권 관점에 한정하여 보더라도 해당 법안에 대하여 아래와 같이 심각한 문제가 있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첫째, 자율주행자동차 산업을 위하여 ⌜위치정보의 보호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상 의무를 포괄적으로 배제하는 것은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을 침해할 우려가 있다.
법안 제144조는 자율주행 관련 특구에서 개인위치정보를 수집한 후 데이터 값 삭제, 총계처리, 범주화 등의 비식별조치를 취하면 ⌜위치정보의 보호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 제19조 및 제23조의 적용을 배제하도록 규정하여, 개인위치정보의 이용 ⋅ 파기에 관한 의무적용을 배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개인위치정보는 개인의 이동경로와 생활반경은 물론 사생활까지 추론할 수 있는 정보이므로 그 내용이 명확하지 않은 비식별 조치를 이유로 보호의무를 배제하고 충분한 통제장치를 마련하지 않은 것은 심각한 문제이다.
특히, 법안은 비식별 조치의 적정성을 누가, 어떠한 기준으로 판단할 것인지, 원본 개인위치정보를 언제까지 보관하고 어떻게 파기할 것인지에 관한 구체적인 통제장치를 충분히 마련하지 않고 있다.
기술 실증을 위한 편의를 이유로 국민의 위치정보에 대한 법률상 보호를 일괄적으로 배제할 수 있는 입법은 재검토되어야 한다.
둘째, 광범위한 규제특례를 허용하면서 개인정보 보호와 정보주체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심사체계는 미흡하다.
법안 제15조는 정보통신융합, 모빌리티, 금융혁신, 스마트도시 등 여러 분야에 걸쳐 신속확인, 임시허가 및 실증특례를 신청할 수 있도록 하면서, 관계 행정기관이 일정한 기간 안에 회신하지 않으면 관련 허가⋅승인⋅인가 등이 필요하지 않은 것으로 보는 규정까지 두고 있다.
또한 제16조에서는 법률을 제외한 하위법령에 따른 규제의 효력을 일정 기간 배제하거나 완화할 수 있도록 하고, 제17조는 특수구역에서 추가적인 규제특례까지 허용하고 있다.
법안 제4조에서는 다른 법률과의 관계에서 규제 특례를 적용할 때는 다른 법률에 우선하여 적용한다고 규정하고 있는 바, 법안의 특례 적용에 의하여 개인정보 보호법 상의 규율이 무력화 될 위험이 있다.
그러나, 법안은 규제유예를 심사하면서 국민의 생명⋅건강⋅안전과 환경에 미치는 영향은 명시적으로 고려하도록 하면서 개인정보 보호와 정보주체의 권리 침해 여부는 독립적인 심사기준으로 규정하고 있지 않다. 개인정보를 대규모로 수집 ⋅ 처리하는 신기술 실증사업에 대하여 개인정보보호위원회 등 감독기관의 실질적인 관여와 사전 위험평가가 보장되지 않는다면, 개인정보 보호에 대한 판단이 법안의 특례 적용에 따른 산업 진흥과 규제완화 의사결정 과정에서 부차적인 문제로 취급될 우려가 있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셋쩨, 바이오산업 산업 육성을 위한 특례 적용으로 인하여 민감정보인 개인건강정보에 대한 침해 우려를 제기한다.
민감정보인 건강정보에 대하여, 법안 제165조는 원격장비를 이용한 분산형 임상시험을 허용하고, 제167조는 의료기기의 실제 사용 과정에서 생성되는 정보를 안전성⋅유효성 평가자료로 활용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으면서도, 의료정보의 처리 목적과 범위, 제3자 제공 및 재이용에 대한 통제에 관한 내용이 전무하다.
이 외에 법안에서는 AI 학습용 데이터 수집을 위한 드론 운용, 자율운항선박 산업데이터 공유 조항 등 그 실증과 운영 과정에서 노동자, 지역주민 등 다양한 사람들의 영상정보, 위치정보가 수집 ⋅ 이용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AI 시스템 개발을 위한 데이터 확보와 활용이 확대될수록 정보의 수집 목적과 범위, 제3자 제공, AI 학습을 위한 재이용, 보유기간 및 책임주체를 명확하게 규정할 필요가 있으며, 적어도 개인정보에 있어서는 법안의 특례 적용에 개인정보보호법상의 기본원칙이 관철될 수 있어야 한다.
AI 기술의 발전과 산업 육성이라는 국가적 과제는 중요할 수 있다. 그러나, 국민의 기본권 보호를 후퇴시키는 방식으로는 정당화 될 수 없으며, 이에 관하여 사회적인 합의나 논의의 과정이 전무하다. 지역균형발전과 AI 산업 육성이라는 국가의 정책은 민주적 공론화와 합의를 토대로 하여 기본권 보장을 전제로 추진되어야 한다.
이를 위하여 법안에서 앞서 지적한 국민의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을 형해화할 수 있는 지점들이 전면 재검토되어야 하며, 개인정보를 처리하는 특례에 따른 사업에 대해 여전히 개인정보호원칙의 적용과 그 감독이 관철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국민의 기본권 보장을 외면한 정책은 결코 사회의 정의로운 미래와 양립할 수 없다. 지금이라도 국회와 정부는 AI 산업 정책에 의하여 영향을 받는 노동자와 지역주민을 비롯한 시민사회에 관련 정보를 충분히 공개하고, 실질적인 공론화와 숙의 절차를 거쳐 사회적 합의를 형성해야 할 것이다.
지금은 사회적 숙의와 합의에 속도전을 벌여야 할 때다.
2026. 10. 21.
민변 디지털정보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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