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보건위][성명] 환경·보건·동물 보호의 안전장치를 통째로 파괴하는 초광역특구법 발의를 즉각 철회하라!
정부·여당은 10월 20일 「지방주도성장을 위한 초광역권전략산업특구 지정 및 운영에 관한 특별법안」(이하 ‘초광역특구법’)을 발의했다. 이번 발의안은 기존 특구제도의 한계 극복과 국가적 성장 역량을 확충하여 기업의 지방 이전과 투자를 촉진하고 환경친화적 에너지 활용 기반을 마련한다는 명분으로 초광역권전략산업특구와 재생에너지특별선도단지 지정운영하기 위한 법률이나, 지금까지 우리 법제에서 시도된 적이 없는 광범위한 규제특례와 인·허가 의제 제도를 예정하고 있다. 개별법의 규제는 탐욕적 자본과 난개발로부터 시민의 건강과 안전, 자연환경 등 중요한 공익을 보호하는 사전예방적 장치들이다. 그러나 이번 발의안은 이러한 공익보호장치들을 규제특례와 인·허가 의제 제도를 통해 무력화시켜 시민의 안전과 보건, 환경에 관한 국가의 보호의무를 포기하였다.
발의안은 초광역권전략산업특구를 위해 제23조부터 제174조까지 152개 법률의 각종 공익보호장치 특례를 규정하고 있다. 그중 환경영향평가와 재해심사 규정을 살펴보면 시민의 안전과 환경권을 지키는 실질적 방어벽을 통째로 허물고 있다. 이미 파괴된 생태계나 재난 피해는 뒤늦은 소송으로도 되돌릴 수 없다. 그럼에도 이 발의안은 현행법상 부득이한 사유로 인한 환경영향평가 협의기간 연장 및 전문위원회 검토기간 불산입 규정이 불분명한 채, 부실 평가서 보완 이나 환경영향 조사 횟수를 제한하고 있다. 이에 더해 기후위기로 산사태와 폭우 위험이 급증했음에도, 사업의 초기 입지 안전성을 검증하는 재해영향성검토를 생략한 것도 모자라 재해영향평가 협의는 20일 내에 결과를 통보하지 않으면 협의가 완료된 것으로 간주하도록 하고, 특구 조성 사업의 댐 기본계획 관련 협의 역시 14일 무응답 시 협의가 완료된 것으로 보는 초법적 독소조항까지 신설했다. 전문적 검토가 끝나지 않았는데도 무응답이 곧 안전성 판단을 대신하게 되는 것이다. 이로써 전국의 중소 하천들이 무분별하게 댐과 보로 가로막힌다면, 하천 생태계 단절과 수질 악화로 시민들의 건강은 위험에 처할 뿐 아니라 녹조 정화에 막대한 세금을 낭비하게 될 것이다. 이는 국가의 안전과 수자원을 재벌 대기업에 바치는 명백한 ‘안전 파괴·수자원 사유화 법안’에 다름 아니며, 그 피해는 고스란히 지역 주민들의 부담으로 돌아갈 것이다.
다음으로 발의안은 보전 가치가 높은 산림보호구역까지 무분별하게 해제하도록 허용하여, 개발로부터 산림을 지켜주던 마지막 안전장치를 부수고 생태계 파괴를 부추길 가능성이 높다. 특히 절대 완화해서는 안 될 핵심 환경 기준을 법률에 명시하지 않고 정부가 마음대로 바꿀 수 있는 대통령령에 위임함으로써 정권과 기업의 입맛에 따라 규제를 무제한 풀어줄 수 있는 길을 열어두었다. 또한 시민의 공동 재산인 국유림의 처분과 활용은 법률로 엄격히 통제해야 함에도, 이를 무시한 채 대통령령으로 각종 예외를 두게 하고, 철거 등을 조건으로 영구시설물 설치까지 허용하고 있다. 그러나 시설을 철거한다 해도 한번 훼손된 성숙한 산림과 서식처의 회복이 보장되지는 않으며, 국유림의 공적 관리 기반과 보전 기능은 약화될 수밖에 없다. 아울러 개발제한구역 해제 전 조건부 허가 조항은 국토부 협의와 중앙도시계획위원회 심의라는 절차를 두고 있으나, 개발을 원하는 시장·군수의 신청으로 구역 해제 전에 미리 개발을 허가함으로써 기존의 엄격한 보전 심사 기능을 상실하게 하고 그린벨트 해제를 기정사실화하는 ‘선(先)개발 후(後)해제’를 가능케 한다. 이에 더해 재생에너지특별선도단지는 사업의 필요성과 경제성에 대한 1차 판단제도로서 예비타당성조사를 면제하고 있고, 초광역권전략산업특구는 환경영향평가 등 중요 규제에 특례를 적용하도록 하고 있으며, 인·허가 의제에서는 44개 법률의 인·허가, 승인 등이 선도단지 개발실시계획승인으로 모두 의제되도록 하고 있다. 특히 인·허가 의제 중 국가유산영향진단결과 협의, 습지보호지역에서의 행위 승인 등은 새만금 권역을 재생에너지특별선도단지로 지정·운영하기 위한 ‘꼼수 입법’이라 할 수 있다. 그밖에도 특구 내에서는 폐기물관리법상 허가를 받지 않고도 산업단지 내 폐기물처리업 운영이 가능하도록 하고 있어 폐기물의 전 주기를 관리하도록 한 폐기물관리법제를 형해화하고, 유해화학물질 명칭을 대체명칭으로 고지할 수 있도록 해 시민의 정보접근권과 알 권리를 무력화시키고 있다.
의료, 식품, 화장품 등 보건 분야의 문제도 심각하다. 환자의 몸을 검증이 부족한 의료기술의 실험 대상화할 수 있다는 우려는 과거 첨단재생의료법을 둘러싸고 거듭 제기되어 왔다. 그런데 발의안은 이것도 모자라 첨단재생의료법의 재생의료 심의 주체를 바꾸려 하고 있다. 투자 유치를 추진하는 지방정부가 재생의료 심의체계까지 운영하면 산업 육성과 환자 보호 사이에는 이해충돌의 우려가 생길 수밖에 없다. 더욱이 자료 제출 조건을 이행하지 않아도 허가 취소 대신 시정명령에 그치게 하고 있다. 환자 동의와 사후 감독만으로 이러한 사전 검증의 구멍을 메우기에는 너무나 부족하다. 의료의 공공성과 식품, 화장품 등 생활용품의 안전성을 지역 투자 유치의 조건으로 흥정하는 것도 위험하다. 이번 발의안은 의료법인의 부대사업과 외국법인의 의료기관 개설 범위를 넓히고, 외국인전용약국을 건강보험 요양기관과 의료급여기관에서 제외하고 있다. 외국법인의 병원 설립은 영리병원 도입과 맞물려 의료 공공성 훼손 우려로 오랫동안 논란이 되어 온 사안이다. 이는 그동안 사회적 반대에 부딪혔던 규제 완화를 ‘특구’라는 이름으로 다시 포장하고, 이미 안전성 논란을 낳았던 제도의 규제까지 더 풀어주는 행태다. 게다가 식품 표시기준을 지역별로 달리 정하도록 하고, 화장품 책임판매관리자를 공동품질관리자로 대체하거나 포장 표시를 바코드 등으로 갈음할 수 있게 하는 것은 환자와 소비자의 알 권리와 건강권 보장에 치명적일 수 있다.
닭·오리 등을 조리·판매하는 장소에서 직접 도살하는 ‘자가 조리·판매’ 특례도 재검토해야 한다. 발의안은 “특구전략사업과 관련하여”라는 불분명한 요건 아래 대상 동물의 지정권을 식약처장에서 지방자체단체의 장으로 변경하고 있는데, 기존 지역특구법보다 허용 범위가 넓어질 수 있음에도 그 필요성과 보호방안은 제시되어 있지 않다. 세포배양식품 특례 역시 세포 추출용 소 도체의 등급판정 없는 반출을 허용함으로써 그 이력이나 용도 외 유출을 통제하기 어렵고, 이는 자칫 공중보건 문제로도 이어질 수 있다. 만일 동물 개체를 장기간 사육하며 반복적으로 세포를 채취하면 개체가 부담하는 고통이 커질 것이고, 세포 확보 후 나머지 도체를 유통하지 않고 폐기하면 동물 이용을 줄인다는 취지와는 거리가 멀어질 것인바, 동물의 고통과 관리 책임은 안중에도 없는 모양새다. 더욱이 발의안에 따르면 “수의사 등 전문 인력”이라는 표현만으로는 침습적 채취를 수행할 자격의 범위가 명확하지 않고, 생체 세포 채취의 대상 동물과 기준도 구체적으로 정하지 않아 사각지대로 남아 있다. 기업에는 기존의 규제를 메뉴판식으로 골라 우회할 특혜를 주고, 그 불확실성과 피해는 환자와 소비자와 동물에게 떠넘기는 입법을 ‘규제혁신’이라 부를 수는 없다.
발의안은 문어발식 규제특례로 발생할 수 있는 위험에 대해 규제특례의 보완조치로 해결하려 하고 있다. 문제는 이들 보완조치는 사실상 위험이 현실화된 이후 사후조치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사업 중지, 제품 수거·폐기 등 보완조치권자를 지방자치단체의 장으로 예정한 결과, 보완조치마저 적시 발동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또한 규제특례로 위험에 노출된 시민의 피해에 대해 책임보험제도를 운영한다고는 하나, 책임보험은 금전적 일부 배상에 불과하고 피해의 원상회복이 될 수 없다. 나아가 규제특례를 받은 사업자가 사업수행과정에서 발생된 피해에 대해 고의·과실 없음을 입증하면 면책되도록 하고, 피해 시민이 가해자의 사업으로 인해 피해가 발생하였다는 점을 입증하도록 하고 있는 사실만 보더라도 이번 발의안에 시민이 아닌 자본과 개발 중심주의가 관철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특히 발의안은 이 법에 따른 규제특례 적용으로 사업을 용이하게 한 공무원에 대한 보호특례도 마련하여 징계 대상에서 제외하거나 적극행정 면책 요건 추정, 민·형사에 법률조력 등을 예정하고 있어 사업의 신속성만을 추구하고 있다.
지방 균형발전과 재생에너지 확대는 모두 중요한 과제이다. 그러나 그 과제 수행이 시민의 생명과 안전, 환경과 동물의 보호를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를 걷어내는 방식이라면 용납될 수 없다. 국가가 지켜야 할 생명과 안전의 최전선까지 투자 유치의 장애물로 취급하는 정부·여당의 무책임한 특례 발의안은 즉각 철회되어야 한다.
2026년 10월 23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환경보건위원회
M261023 [성명] 환경·보건·동물 보호의 안전장치를 통째로 파괴하는 초광역특구법 발의를 즉각 철회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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