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국제통상위원회는 2026년 3월, 법무부가 2025. 11. 18.자 론스타 중재(ISDS, Investor-State Dispute Settlement) 판정취소결정문(Decision on Annulment, LSF-KEB Holdings SCA and others v. Republic of Korea, ICSID Case No. ARB1237)의 원문 및 국문본 공개 청구에 대해 비공개 결정을 내린 것을 강력히 규탄하며, 즉각적인 공개를 촉구한다.
LSF-KEB Holdings SCA 외 7명(이하 ‘론스타’)이 2012년 제기한 ISDS 사건(ICSID Case No. ARB/12/37)은 한국 정부를 상대로 5조원 이상의 손해배상을 청구한 사건으로, 그 판정 과정과 결과는 대한민국 국가재정 및 국민 전체의 이익에 직결되는 사안이다. 2025. 11. 18. 내려진 취소결정(annulment)은 해당 분쟁의 최종적 또는 중대한 전환점에 해당하는 문서로서, 국민이 그 내용을 알아야 할 헌법적 권리가 있음에도 법무부는 이번 정보공개 청구에 대해 다음과 같이 두 가지 이유로 비공개 결정을 통보하였다.
첫째, 취소결정문 원문에 대해서는 ‘ICSID 취소위원회의 기밀유지명령’을 내세우고,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 제9조 제1항 제2호(외교관계 사항), 제6호(사인 성명), 제7호(법인등의 영업상 비밀)를 사유로 공개를 거부하였다.
둘째, 취소결정문의 번역문은 ‘부존재’하여 공개가 어렵다고 하였다.
이에 대해 민변 국제통상위원회는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법무부의 비공개 결정이 위법하고 부당하다고 판단한다.
첫째, ICSID 기밀유지명령은 비공개의 절대적 근거가 될 수 없다. 기밀유지명령은 국제중재 절차 내의 당사자 간 합의 또는 중재판정부의 결정에 불과하다. 대한민국 정부는 이 사건의 당사자로서 기밀유지 범위에 대해 국민 대표기관인 국회와 사회적으로 검토하고 공개 범위를 조정할 의무가 있다. 정부가 기밀유지명령을 방패 삼아 국민에게 취소 판정문 일체를 공개하지 않는 것은 주권자의 알권리를 정면으로 침해하는 것이다.
둘째,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 제9조의 남용이다. 법무부가 근거로 든 동법 제9조 제1항 제2호는 “공개될 경우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현저히 해칠 우려가 있다고 인정되는 정보”를 비공개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미 판정취소결정이 내려진 이상, 비공개를 정당화할 ‘현저한 국가이익 침해’의 구체적 근거가 없다. 제6호(사인 성명)와 제7호(법인 영업상 비밀)는 해당 부분만 비공개 처리(부분공개)하면 족한 사유이지, 문서 전체의 비공개를 정당화하는 근거가 될 수 없다.
셋째, 번역문 ‘부존재’는 직무유기에 해당한다. 법무부가 수조원의 국가재정이 걸린 ISDS 판정취소결정문조차 번역하지 않았다고 한다면, 이는 국민과 국회에 대한 책임을 방기한 것이다. 해당 결정문은 2025. 11. 18. 이미 내려진 것임에도, 법무부는 수개월이 지난 현재까지 번역본을 마련하지 않았다. 정부가 국민의 세금으로 대응하고 있는 국제중재 결과를 국민이 이해할 수 있도록 번역·제공하는 것은 기본적인 행정 의무이다.
민변 국제통상위원회는 2018년 론스타 ISDS 중재판정문 공개 촉구 때부터 일관되게 이 사건의 투명한 공개를 요구해 왔다. 당시 정부는 끝내 판정문 전문 공개를 기피하였고, 이번에도 동일한 패턴이 반복되고 있다. 국민이 그 내용을 알지 못한 채 국가 대리인단이 막대한 예산을 들여 소송을 진행하고, 그 결과조차 감추는 행태는 민주주의 원칙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ICSID 판정취소결정은 국제적 차원에서도 공공적 성격을 가지는 사법 행위이다. 국제투자법 학계, 시민사회, 언론, 그리고 무엇보다 납세자인 국민은 이 결정문의 내용을 알 권리가 있다. ICSID 협약 및 절차규정 자체도 투명성 원칙을 강조하고 있으며, 대한민국 헌법 제21조가 보장하는 정보공개 청구권 역시 국민의 기본권에 해당한다.
이에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국제통상위원회는 법무부에 다음을 강력히 촉구한다.
하나. 2025. 11. 18.자 ICSID 판정취소결정문(Decision on Annulment, ARB/12/37)의 원문 및 국문 번역본을 즉각 공개하라.
하나. 부분공개가 가능한 비공개 항목(사인 성명, 법인 영업상 비밀 등)은 해당 부분만 비공개 처리한 후 나머지를 즉시 공개하라.
하나. 법무부는 향후 모든 ISDS 판정 결과를 적시에 번역하여 국민과 국회에 보고하는 제도적 절차를 마련하라.
2026년 3월 16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국제통상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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