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보위][성명] ‘생명’보다 ‘의전’이 우선이었던 공무원들에게 면죄부를 준 경찰의 불송치 결정을 규탄한다. – 김해시청의 황새 폐사 사건 불송치 결정에 대한 성명 –
‘생명’보다 ‘의전’이 우선이었던 공무원들에게 면죄부를 준 경찰의 불송치 결정을 규탄한다.
김해시청의 황새 폐사 사건 불송치 결정에 대한 성명
2025년 10월 15일, 김해 화포천습지과학관 개관식에서 천연기념물이자 멸종위기 1급 야생생물인 황새가 방사 행사 대기 중 극심한 스트레스를 이기지 못하고 폐사하는 참담한 사건이 발생했다. 생태계 복원이라는 미명 하에 자행된 이 비극의 책임자인 김해시장 및 김해시청 소속 공무원 등(이하 ‘피의자들’)에 대한 대대적인 고발이 있었으나, 2026년 4월 1일 경남김해서부경찰서(이하 ‘경찰’)는 피의자 전원에게 ‘혐의없음’과 ‘각하’라는 불송치 결정을 내렸다. 우리 모임은 황새 폐사의 책임이 있는 피의자들에게 부당하게 면죄부를 준 경찰의 이번 불송치 결정을 엄중하게 규탄한다.
장황하고 두서 없는 경찰의 불송치 결정문의 취지는 ‘야생으로 황사를 방사한다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적법한 절차에 따라 방사 행사를 진행했음에도 불구하고 불의의 사고로 인하여 황새가 폐사한 것으로 추정되고 관련자들에게 (야생동물을 학대한다는) 고의나 중대한 과실을 인정하기 어려우므로 형사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김해시청의 빗나간 과시욕과 전시행정이라는 비극의 본질을 철저히 외면한 것이고, [동물보호법] 및 [야생생물법], [자연유산법]의 입법 취지를 무시하는 지극히 소극적인 법리 해석에 불과하다. 우리 모임은 아래와 같이 불송치 결정문의 문제점을 밝히는 바이다.
- ‘미필적 고의’에 의한 명백한 동물 학대 및 방치 치사
경찰은 피의자들에게 황새에게 고통을 주려는 ‘고의’가 없었다고 판단했으나, 이는 형법상 ‘미필적 고의’의 법리를 몰각한 것이다. 황새는 몸길이 1m, 날개 길이 2m에 달하는 대형 조류임에도 불구하고 폭 30~40cm에 불과한 비좁은 케이지에 1시간 40분 가량 갇혀 있었으며, 행사 당일은 섭씨 22도의 강한 햇볕이 내리쬐는 날씨여서 행사 참여객들에게 차양용 양산이 지급될 정도였음에도 황새들에게는 어떠한 차양 조치도 제공되지 않았다. 야생동물은 1-2시간의 감금만으로도 치명적인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으며, 황새의 사인으로 추정되는 ‘포획성 근병증(Capture Myopathy)’은 단시간의 극심한 스트레스로 유발될 수 있다. 피의자들은 방사 행사 이전의 황새 보호 과정에서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고 하더라도 행사 당일의 부적절한 조치만으로 황새에게 치명적인 위험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을 당연히 인지하고 있어야 했다.
당초 방사 계획과 달리 사건 당일 1시간 40분이나 방사가 지연된 결정적 이유는 ‘개관식 행사’와 ‘내빈들의 축사 및 연설’ 등 정치적·행정적 의전 때문이었다. 생태 복원이라는 본래의 목적을 달성하고자 했다면, 피의자들은 지체 없이 황새들을 안전하게 방사했어야 마땅하다. 그러나 피의자들은 행사를 빛내기 위한 ‘소품’으로 황새를 활용하기 위해 생명에 치명적인 위험을 초래할 수 있는 상황을 용인한 채 행사를 강행한 것이다. 이는 결과 발생의 가능성을 예견하고도 이를 감수한 전형적인 ‘미필적 고의’ 사안으로, [동물보호법] 및 [야생생물법]을 위반한 학대 행위라 평가할 수 있다.
- ‘중대한 과실’에 의한 천연기념물 멸실
경찰은 피의자들이 전문가의 자문을 받아 행사를 진행하였다는 것을 근거로 피의자들의 ‘중대한 과실’을 인정하기 어렵다고도 판단했다. 이는 [자연유산법] 제68조 제7호에 규정된 ‘천연기념물ㆍ명승이나 임시지정된 천연기념물ㆍ명승의 관리ㆍ보존에 책임이 있는 자가 중대한 과실로 인하여 해당 자연유산을 멸실 또는 훼손하게 한 행위’를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경찰의 이러한 판단 또한 황새의 안전을 보장해야 할 피의자들의 관리·감독 책임을 부당하게 축소하고 있을 뿐이다.
피의자들은 이번 황새 방사 행사의 단순 조력자가 아니라, 행사를 기획하고 예산을 집행하며 자연유산인 황새의 임시 보호와 관리에 대하여 법적 책임을 직접 부담하는 주체다. 외부 전문가의 자문을 받았다는 사실은 이러한 법적 책임을 회피하게 해주는 장치가 될 수 없다. 우리 모임은 되묻고 싶다. 전문가의 자문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황새가 폐사하는 결과를 초래한 피의자들의 책임은 더 무거운 것이 아닌가? 그리고 어떤 전문가가 과연 “국회의원과 시장의 연설이 끝날 때까지 직사광선 아래에 있는 좁은 케이지에 황새를 가둬두어도 괜찮다”고 자문하겠는가? 만약 피의자들이 그런 자문을 받았다고 한다면 그런 자문 내용이 과연 타당한지 여부를 판단했어야 하지 않은가?
이번 사고의 직접적 원인은 ‘방사 기술의 부족’이 아니라, ‘행사 진행을 위한 무리한 방사 지연’이라는 피의자들의 잘못된 행정적 판단에 있다. 당시 피의자들이 주변 환경 변화에 민감한 대형 조류를 관리하면서, 현장의 기상 조건과 동물의 건강 상태를 수시로 체크하고, 위급상황 발생 시 즉각적인 조치를 취해야 할 기본적인 주의의무를 충실히 이행했다는 증거는 경찰의 불송치 결정문에서조차 찾아보기 어렵다. 우리가 생생하게 기억하는 것은 황새를 장시간 좁은 우리에 감금하는 것도 모자라 황새의 부리를 붙잡아 강제로 끌어냈고, 황새를 경사면으로 굴러떨어지게 만든 참상이었다. 행사 당일 피의자들의 이러한 일련의 행위는 설령 학대나 방치의 고의를 인정하기 어렵다 하더라도, 단순한 실수를 넘어 조금만 주의를 기울였다면 피할 수 있었던 ‘중과실’이라 판단하는 것이 마땅했다.
- 전면적인 재수사와 김해시청의 재발 방지 노력이 필요하다.
경찰의 불송치 결정문은 당일 방사 행사에서 황새 3마리 중 1마리가 폐사했다는 사실을 두고 ‘불의의 사고’ 가능성을 운운하고 있다. 이번 사건을 이렇게 인식하고 있는 것은 경찰과 김해시청이 황새 폐사라는 결과를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지 않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 이번 사건은 결코 불의의 사고가 아니라, 생명 감수성이 결여된 과시성 행정, 그리고 이를 제어하지 못한 법적 무책임이 빚어낸 명백한 ‘참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찰의 이번 불송치 결정은 지금 이 순간에도 전국 곳곳에서 동물을 동원해 치적을 쌓으려는 행정기관들에 잘못된 선례와 면죄부를 제공하는 행위다.
우리는 이번 경찰의 불송치 결정을 다시 한 번 규탄하며, 수사 심의회를 통한 전면적인 재수사로 관련자들의 법적 책임을 명백히 밝힐 것을 요구한다. 또한 이번 사건에 대한 수사와 별개로, 김해시청은 김해시장이 2025년 10월 23일 공식 사과에서 밝힌 것처럼 ‘야생동물의 보호와 이송, 방사 등 모든 과정에서 안전기준과 체크리스트를 강화하고, 유관부서의 역할과 책임을 명확히 하는 등 재발 방지 노력을 다하겠다’는 약속을 반드시 이행해야 한다. 경찰은 이번 사태에 대한 명확한 법적 책임을 추궁하고, 김해시청은 황새 폐사에 책임이 있는 관련 공무원들에 대한 조사와 징계 착수, 동물의 생명 보호를 위한 실효성 있는 실무 매뉴얼 제정 등 재발 방지 조치를 실시해야, 이번과 같은 ‘생명 전시 행정’의 비극을 막을 수 있을 것이다.
2026년 4월 10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환경보건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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