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익인권변론센터][성명] ‘가자를 향한 항해’ 해초에 대한 여권 반납명령 취소 청구를 기각한 법원의 판결에 깊은 우려를 표명한다. 

2026-08-28 130

[성명] ‘가자를 향한 항해’ 해초에 대한 여권 반납명령 취소 청구를 기각한 법원의 판결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명한다. 

8월 27일 서울행정법원 제12부(재판장 강재원)는 ‘가자를 향한 항해’에 참여한 해초 활동가가 외교부의 외교부의 여권 반납명령 및 이에 따른 여권 무효화 처분(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을 취소해 달라며 제기한 소송에서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다. 민변 공익인권변론센터 해초 활동가 대리인단은 이번 판결이 헌법적 가치에 반하는 행정권력의 자의적인 행사로부터 시민의 자유와 권리를 보호해야 할 법원의 역할을 저버렸다는 점에서 깊은 우려를 표명한다.

대한민국은 법치주의 국가이다. 모든 행정작용은 국민의 대표가 만든 법률의 테두리 안에서 이루어져야한다. 외교부는 여권법 제12조 제4호 가목에 근거하여 해초 활동가에게 여권 반납 명령을 내렸는데, 해당 조문은 ‘출국할 경우’에 생명이나 신체의 안전이 침해될 위험이 큰 사람을 대상으로 할 수 있다고 적시하고 있다. 하지만 해초활동가는 여권 반납 명령 처분 당시에 이미 출국한 상태였고, 이러한 외교부의 실정법을 근거없이 넘어선 처분은 위법·부당함에도 불구하고, 법원이 외교부의 주장을 그대로 인정한 것은 참으로 믿기 어려운 일이다. 이번 판결은 행정권력이 법률이 부여한 권한을 넘어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통제하는 경우 이를 저지하는 최후의 보루로서의 사법부의 역할을 망각한 판결로 기록될 것이다.

이 사건 재판부는 외교부의 여권 반납 명령 처분 등이 국민의 생명권 보호를 위한 의무를 이행한 것으로 인식한 듯하다. 그러나 국가의 생명권 보호 의무 이행을 위해 개인의 자유를 무제한 통제할 권한이 외교부에 부여될 수는 없다. 우리 헌법 제37조 제2항은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하기 위한 요건으로 국가안전보장·질서유지·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법률로써 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그 제한 행위는 목적의 정당성, 수단의 적합성, 침해의 최소성, 법익의 균형성을 모두 충족해야 한다. 특히 이 사건의 경우 해초 활동가의 선택이 타인의 권리를 침해할 가능성이 전무하고, 오로지 본인에게만 위험이 될 개연성이 크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법원의 심사는 강도 면에서도 엄격한 심사가 요구되는 것이었다.

외교부가 ‘너의 안전을 위해 자유를 박탈하겠다’는 태도를 취하는 것은 국민을 미성숙한 통제의 대상으로 본다는 점에서 부당하며, 사법부는 이러한 행정부의 오도된 후견적 태도를 바로잡을 책무가 있었다. 그러나 법원은 이러한 시대적 요구를 외면하였다. 헌법이 보장하는 인간의 존엄과 가치, 행복추구권, 거주·이전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한 핵심은 개인의 주체적 선택을 존중하는 데서 출발한다는 점을 망각한 것이다. 나아가 이번 판결이 그대로 확정될 경우 향후 외교부의 입장과 정책에 반하는 국민들에 대하여 여권 반납 명령 및 여권 무효화 처분이 남용될 수 있다는 측면에서도 매우 유감스럽다.

아울러 이번 판결이 ‘생명권 보호 의무’를 대하는 법원의 이중적 잣대를 보여 주었다는 점도 지적되어야 한다. 이 사건 재판부는 국민의 자유를 제한하는 명분으로서의 생명권 보호 의무는 굉장히 넓게 인정하였는데, 이는 다양한 사회적 재난 참사를 거치며 생명권의 침해가 빈번히 일어났음에도 국가의 책임을 매우 좁게 인정해 온 법원의 기존 태도와 선명히 대비된다. 기존의 많은 사회적 참사에서 생명을 보호하지 못한 국가의 책임에 대해서는 관대한 기준을 적용해 왔던 사법부가, 갑자기 이 사건에서는 생명과 안전을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국민의 기본권 침해를 정당화하는 것은 참으로 애석한 일이다.

우리는 대한민국의 행정이 국민의 기본권과 법치주의에 기초한 법치 행정이어야 한다고 믿는다. 외교부의 오도된 후견주의적 관점에 기초한 자의적 행정은 더 이상 반복되어서는 안 되며, 법원 역시 행정청의 부당한 권력 남용을 사후적으로 정당화할 것이 아니라, 국민의 자유와 기본권을 옹호하는 기관으로서의 역할을 다해야 한다. 우리는 헌법상 기본권을 통해 보장되어야 할 국민의 자유와 헌법이 천명한 국제평화주의 원칙을 외면한 이번 판결에 깊은 유감을 표하며 이에 불복할 것을 밝힌다.

2026.8.28.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공익인권변론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