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변의 변론]형법 제185조 일반도로교통방해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

2009-12-30 145


<형법 제185조 일반도로교통방해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
 

민변 인턴 3기 송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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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ene 1. Law & Order 


광우병 쇠고기 수입반대 촛불집회, 용산참사, 노동현장 개선을 촉구하는 파업…

이 모든 국민의 목소리 앞에 권력자는 오만한 표정으로 말한다. ‘법을 지켜라! 불법은 용서하지 않는다.’
 


그들은 국민의 간절한 바람이 무엇인지, 국민들이 무엇 때문에 거리로 나왔는지에 대해서는 궁금해 하지 않는다. 오직 ‘법과 질서’만을 외치며 실정법에 조금이라도 위반될 여지가 보이는 국민행동은 모두 ‘법대로’처리할 뿐이다. 이것이 그들이 말하는 ‘법치’이다.


  scene 2. 법치


  … 그들은 국민이 법을 지키게 만드는 것을 법치주의 확립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그것이 법치주의의 본질은 아니다. 법치주의의 본질은 국가와 권력자들이 법에 따라 통치하는 것이다. 법치주의의 반대말은 국민들의 법 무시가 아니라 권력자와 국가의 자의적인 통치 또는 인치라고 하는 게 옳다… 국가와 권력자들은 이제 헌법과 법률의 규정에 따라서 권력을 행사해야 한다. ‘자의적인 권력 행사와 공평하지 못한 법 집행’을 헌법이 금지한 것이다. 이것이 법치주의의 본질이다.(유시민, ‘후불제 민주주의’ 中)


scene 3. 자의적인 권력행사와 공평하지 못한 법 집행


이명박 대통령은 29일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에 대한 특별사면 발표에 대해 “국가적인 관점에서 사면을 결심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세번째 도전에 나서는 평창이 동계올림픽을 반드시 유치하기 위해서는 이 전 회장의 IOC 위원으로서의 활동이 꼭 필요하다는 체육계 전반, 강원도민, 경제계의 강력한 청원이 있어왔다”며 이같이 말했다고 김은혜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한국경제, 12월 30일자 보도)


   1. 일반교통방해


  헌법이 보장한 인간답게 살 권리를 지키기 위해 거리로 나왔던 수많은 시민들. 그들에 대한 공권력의 대응은 ‘법과 질서’였다. 법치의 이름으로 반대자를 처벌 할 수 있는 강력한 근거가 두 가지 있었으니, 첫째는 집시법이었다. 그러나 이 부분에 대해서는 헌법불합치 결정이 내려졌고, 조만간 어떻게든 수정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공권력은 비장의 두 번째 카드를 갖고 있었다. 그것은 바로 형법 제 185조 (일반교통방해)였다. 그리고 이제 민변에서는 이 두 번째 카드에 대해서도 위헌임을 입증하고자 한다.  


2. 사안의 개요 


FTA저지범국민운동본부(이하 ‘범국본’)는 2007.6.29에 종로1가 로터리, 세종로터리 등 차도 전 차선을 점거한 채 집회 행진을 하였다. 피고인은 인권운동사랑방 소속 활동가인데, 이 시위에 가담하여 집회.행진을 하여 차량의 소통을 방해하였다는 이유로 2008.3.26 벌금 100만원에 약식기소되었다. 이에 피고인은 정식재판을 청구하였고, 정식재판에서도 벌금 100만원의 형이 선고되자 항소하였는데 재판계속중인 2009.4.15 형법 제185조(이하 ‘이 사건 법률조항’이라 한다.)의 ‘기타 방법으로’라는 표현이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 원칙에 위배된다고 주장하면서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을 하였다.


  형법(법률 제7623호)
제185조 (일반교통방해) 육로, 수로 또는 교량을 손괴 또는 불통하게 하거나 기타 방법으로 교통을 방해한 자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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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검찰의 주장 vs 민변의 주장


  검찰은 이 사건 법률조항의 ‘기타의 방법’이란 문구는 법관의 보충석 해석을 통하여 “다수인이 도로의 전차로를 점거”하는 행위태양과 같이 “도로의 통행을 불가능하게 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하는 행위”로 제한하여 해석할 수 있으므로 위헌이 아니라는 주장을 피력했다. 그러나 실제 형사실무에 있어서는 단 몇십명이 한 차선의 도로를 불과 5분간 점거하여 집회.시위 하는 경우에도 형법 제185조의 일반교통방해죄가 적용되는 등 검찰 스스로도 이 사건 헌법재판에서 제시하는 견해대로 공소를 제기하지 않고 있음을 감안할 때, 검찰의 주장은 신빙성이 없다고 할 것이다.
실제로, 민변의 주장에 의하면 우리 판례의 경우 이 사건 조항을 적용하는 데 있어 혼란스러운 모습을 보이고 있어 명확성의 원칙이 심각하게 위반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대법원은 “형법 제185조의 일반교통방해죄는…통행을 불가능하게 하거나 현저하게 곤란하게 하는 일체의 행위를 처벌하는 것을 그 목적으로 하고 있다.”(대법원 1995.9.15. 선고 95도1475 판결. 같은 취지의 대법원 2007. 12. 14. 선고 2006도4662 판결.)고 하는 판결이 있는가 하면 또 다른 판결에서는 “‘기타 방법으로 육로의 교통을 방해하는 행위’라고 함은 적어도 손괴 또는 불통하게 하는 행위에 준하는 행위로써 일반의 교통을 불가능 혹은 심히 곤란케 하는 행위라 할 것인데, …시위로 인하여 차량소통에 다소 지장을 주었다 하더라도 이로써 위 형법조문의 기타의 방법으로 교통을 방해하는 행위에는 해당한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2심 재판부의 판결(광주지방법원 1991. 6. 21. 선고 91노586)에 대해 법리오해의 위법이 없다고 판단하고 검사의 상고를 기각한 바 있다는 점을 들어 민변은 이 사건 법률조항이 명확성의 원칙을 심각하게 훼손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또한 이 사건 법률조항은 과잉금지원칙에도 위반된다. 교통을 방해하는 행위에 대한 처벌로 도로교통법은 20만 원 이하의 벌금이나 구류 또는 과료를, 집시법은 ① 50만 원 이하의 벌금, 구류 또는 과료나 ② 6개월 이하의 징역 또는 50만 원 이하의 벌금, 구류 또는 과료를 정하고 있는데 이 사건 법률조항을 위반한 일반교통방해죄의 법정형은 그보다 훨씬 더 중한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 원 이하의 벌금으로 되어 있기 때문이다.
 


민변은 이에 대한 대안으로 이 사건 법률조항의 문언 ‘기타 방법’의 합헌적 해석 기준을 제시한다. 즉 기타 방법’은 앞서 예시된 ‘손괴’, ‘불통’에 동등한 정도, 혹은 그보다 엄밀히 제한된 경우에 한하여 그 적용을 허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과 같이 이 사건 법률조항의 적용을 남발한다면 이는 다분히 집회 시위를 위축시키는 도구로 전락할 것이며 궁극적으로는 국민들의 표현의 자유를 틀어막아 국민들이 정당하게 자신의 의사를 표현할 기회조차 박탈하게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4. 결론
 2009년 한 해가 끝나가는 시점에서 여러 말들이 들린다. 그렇게도 법치를 좋아하던 대통령은 이건희에게만은 ‘법치’가 아닌 ‘관용’을 베풀었다. ‘법대로’진압되었다던 용산사태는 방금 (희)극적으로 합의되었다는 뉴스가 들어온다.
2009년은 ‘법과 질서’의 이름으로 법이 유린되고 파탄나버린 한 해였다. 마치 대한민국 전체가 하나의 타임머신이라도 되는 듯, 급속히 과거로 회귀하는 듯한 양상이다. 법치의 이름으로 행해지는 권력자의 오만방자한 행위는 2010년에도 계속될 것이다.
그러나 많은 이들이 이에 굴하지 않고 끝까지 노력한다면, 그리고 그러한 힘을 조직하고 연대한다면, 새해는 올해보단 조금 낫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가지는 건 사치일까?  


‘때를 얻든지, 못 얻든지 해야 할 사명에 힘쓰고 집중하라.’는 것이 내가 믿는 종교의 가르침이다. 먼 옛날, 부패한 지도층과 정의가 실종되어버린 현실을 개탄하며, ‘오직 정의를 강물같이 공법을 하수같이 흐르게 하라.’던 아모스 선지자의 절규는 오늘의 대한민국에도 여전히 유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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