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변의 변론] 촛불집회 참여단체에 대한 보조금 지급중단은 위법

2010-07-28 118




촛불집회 참여단체에 대한 보조금지급중단은 위법


– 한국여성노동자회 사건의 서울고등법원 판결 –


 


 


1. 어둠은 빛을 이길 수 없습니다.


“어둠은 빛을 이길 수 없습니다.” 2008년 촛불집회의 기록과 사진을 담은 책의 제목입니다.

서울광장과 광화문 네거리를 가득 메웠던 촛불의 행렬은 2년이 지난 지금 사진으로 보아도 너무나 장관입니다. 광장의 어둠을 몰아냈던 촛불시민들은 모두들 일상의 생활로 돌아갔습니다. 하지만 촛불집회에 참여했던 시민들 중 일부는 난생 처음 벌금을 내라는 약식명령을 받았고, 미국산 쇠고기의 광우병 위험성을 보도했던 PD들은 명예훼손죄로 고소를 당해 카메라 앞이 아닌 법정에 서야 했습니다. 이들에 대한 재판은 아직도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처럼 촛불집회는 2년이 지난 아직까지도 사실상 ‘현재 진행형’입니다. 이것은 어둠과 빛의 대결입니다. ‘법치주의와 질서’라는 이름의 가면을 쓰고 무리한 법적용을 고집하는 세력이 ‘어둠’이라면, ‘무죄’, ‘위헌’, ‘위법’이라는 판결을 통해 드러나는 것은 단 하나의 촛불만으로도 어둠을 몰아내고야 마는 ‘빛’의 승리입니다.

 
2010년 7. 21. 서울고등법원(제5행정부, 재판장 조용구)은 촛불집회 관련 사건에서 정부의 법적용이 ‘위법’하다는 것을 다시 한 번 확인해 주었습니다. 서울고등법원은, 이날 판결에서 “행정안전부장관이 촛불집회에 참여한 단체에 대해 보조금 지급을 중단한 것은 위법하다”는 판결을 선고했습니다. 사단법인 한국여성노동자회(이하 ‘한국여성노동자회’)가 행정안전부장관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한국여성노동자회의 손을 들어준 것입니다.

 
이 글은 이번 서울고등법원 판결의 의미와, 촛불집회 이후 중앙부처와 지방자치단체 등에서 반복되고 있는 촛불집회 참여단체에 대한 보조금 지급 중단, 확인서 제출 요청이 위법한 이유를 살펴보기 위한 것입니다.



2. 서울고등법원 판결의 의미


(1) 2009년 2월 중순 경찰청장은 행정안전부를 포함하여 정부 각 부처로 공문을 발송합니다. 그 공문의 제목은 ‘08년 불법폭력시위 관련단체 현황통보’인데, 그 공문에는 2008년 광우병국민대책회의에 참여 의사를 표시했던 1,840여개 단체 모두가 ‘불법・폭력 시위 관련 단체’로 기재되어 있습니다. 이 공문에는 심지어 전, 현직 국회의원실, 정당, 참여연대, 경실련, 민변, 한국기자협회는 물론 부산국제영화제, 부천국제영화제까지 포함되어 있어서 문제가 되었던 것을 여러분도 기억하실 것입니다. 이후 행정안전부를 비롯한 중앙관서, 지방자치단체는 바로 이 경찰청 공문에 나와 있는 단체들이 신청한 보조금 지급을 거부하거나 이미 지급하기로 했던 보조금을 중단하는 결정을 합니다. 그리고 여성부 등 일부 부서는 단체들로부터 보조금 지원 신청을 받거나 보조금 지급에 앞서 확인서 제출을 요구하였는데, 그 확인서의 내용은 “불법 폭력 집회에 참여한 사실이 없고, 앞으로도 불법 폭력 집회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것이었습니다. 확인서 제출을 거부하는 단체에 대하여는 역시 보조금 지급이 거부되었습니다.


(2) 위와 같은 정부의 보조금 지급 중단, 지급거부 결정에 대해 행정소송을 제기한 대표적 단체가 바로 한국여성노동자회와 한국여성의전화입니다. 한국여성노동자회는 2008년 행정안전부로부터 이미 3년 동안(2008년부터 2010년까지) 보조금 지급 이 결정된 단체였는데, 행정안전부장관은 2009년도 보조금 지원대상 단체를 발표하면서 한국여성노동자회를 제외하였습니다. 한국여성의전화는 2009년 3월 여성부로부터 보조금 지원 단체로 선정되지만, 이후 앞서 본 것과 같은 확인서 제출을 요구받게 되자 제출을 거부하였고, 여성부장관은 한국여성의전화를 지원 단체에서 제외하는 결정을 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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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여성노동자회와 한국여성의전화는 각각 행정안전부장관과 여성부장관을 피고로 하여 “보조금지급을 중단한(거부한) 처분을 취소하라”는 행정소송을 제기하였습니다. 한국여성의전화는 2009. 12. 10. 제1심(서울행정법원 제14행정부 재판장 성지용)에서 승소판결, 여성부장관이 항소한 서울고등법원에서도 2010. 6. 9. 승소판결을 받았습니다. 여성부는 대법원에 상고하지 않았고 결국 이 사건에서는 한국여성의전화의 승소가 확정되었습니다.

 
반면 한국여성노동자회 사건의 제1심(서울행정법원 제6행정부 재판장 김홍도)은 “원고 한국여성노동자회의 청구를 기각한다”는 패소판결을 선고하였습니다. 패소 판결의 이유는 사실 이 글에서 상세히 설명할 필요조차 느끼지 않습니다만, 한 마디로 “한국여성노동자회는 불법폭력 집회·시위를 주도한 광우병국민대책회의에 참여하여 그 활동을 적극적으로 지지하였으므로 불법폭력 집회·시위 참여단체에 해당하고, 이런 단체에 보조금 지급을 중단한 것은 적법하다”는 것이었습니다.


(3) 한국여성노동자회는 즉시 항소하였고, 서울고등법원은 마침내 위 서울행정법원이 판결이 잘못된 것임을 지적하며, 한국여성노동자회에 승소판결을 선고한 것입니다. 여기서 이번 서울고등법원 판결이 확인하여 주고 있는 내용을 요약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① 첫째, 행정안전부가 2008년도에 이미 한국여성노동자회가 3년 계획을 세워 신청한
                 사업에 대하여 보조금을 지급하기로 결정하였다면, 특별한 사정없이
                 2년차 사업연도에 해당하는 2009년도에 보조금 지급을 중단하는 것은 위법하다.
     ② 둘째, 행정안전부가 보조금 지급을 중단하는 결정을 하면서도 한국여성노동자회에게
                 사전통지를 하거나 의견 제출의 기회를 부여하지 않은 것은 위법하다.
     ③ 셋째, 행정안전부로서는 보조금 지원 대상 단체나 그 구성원이 민주 헌정질서를 파괴하는
                 불법・폭력 집회, 시위를 개최하거나 주도적으로 참여하는 등의 사유로 보조금을
                 계속 지원하는 것이 관련 법령의 목적이나 보조금 지원의 취지 등 공익에 반한다고
                 인정되는 경우에 한하여 보조금의 지원을 중단할 수 있다고 보아야 한다.
     ④ 넷째, 한국여성노동자회가 광우병국민대책회의 홈페이지에 참여의사를 표시한
                 1,842개 단체로 표시되어 있으나, 이와 같은 사실 이외에 한국여성노동자회가
                 불법・폭력 집회, 시위를 개최하거나 주도적으로 참여한 사실을 인정할 수 없다.



3. 마치며 : 영화 ‘꽃다운’을 위하여


 
이번 서울고등법원 판결이 진행 중이던 지난 6월 9일 홍대 앞 시네마 상상마당에서는 “꽃다운”이라는 제목의 영화 상영이 있었습니다. 이 영화는 “1979년 8월 YH무역 여성노동자들의 신민당사 철야농성을 경찰이 강제 진압하는 과정에서 사망한 노동자 김경숙의 삶과 죽음”에 대한 영화입니다. 이 번 사건 원고인 한국여성노동자회가 행정안전부로부터 보조금을 지원받아 추진하고자 했던 주된 사업이 바로 이 영화의 제작이었습니다. 한국여성노동자회는 2008년도부터 기획하였던 이 영화에 대한 보조금 지원이 2009년도에 갑자기 중단되면서 영화 제작에 많은 어려움을 겪어야 했습니다. 30여 년 만에 마련된 ‘새로 쓰는 여성노동자 인권이야기’(한국여성노동자회가 행정안전부에 보조금지원 신청을 한 사업명)는 경찰청장의 어이없는 공문 하나와 행정안전부장관의 보조금 중단결정으로 다시 한 번 벽에 부딪힌 셈입니다.

 
바라건대 이번 서울고등법원 판결을 계기로, 시민사회단체에 대한 보조금 지급을 집회, 시위의 자유, 결사의 자유를 제약하는 도구로 사용하는 위법사례가 반복되지 않기를 바랍니다. 스스로 ‘법치주의’를 내세우면서 법원의 판결에 반하는 행위를 반복한다면, 이는 그들이 내세우는 ‘법치주의’가 단지 가면에 불과함을 자인하는 것이며, 민주주의의 시계를 거꾸로 돌리려는 무모한 시도임을 명심하여야 할 것입니다.






– 글 / 좌세준 변호사  

 


 




< 판 결 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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