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변의 활동] 비정규직 없는 일터와 사회를 위한 1027 희망촛불행진 참석 후기

2012-11-01 165

비정규직 없는 일터와 사회를 위한 1027 희망촛불행진 참석 후기


글_ 9기 인턴 공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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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어두운 토요일 오후, 서울역은 노란 빛이 어둠을 밝히고 있었다. 커다란 앰프에서 나는 경쾌한 굉음은 우울하게 울려 퍼지는 빗소리를 씻겨냈다. 그곳에선 비정규직과 정리해고 없는 일터를 만들기 위한 10만 촛불 행진이 진행되고 있었다. 대한문 앞에서 진행된 삼보일배를 돕고 온 우리 인턴들은 6시가 되어서야 그 행렬에 합류할 수 있었다. 그곳에서 나눠주는 우비를 입고 축축하게 젖은 바닥에 박스를 깔고 웅크려 앉았다. 그리고 비 때문에 자꾸 꺼지는 촛불을 나누고 보호하며 다른 수많은 촛불들과 같은 시간을 공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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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가 서울역에 도착했을 당시, 단상에는 아직 앳된 대학생이 자신의 힘든 상황을 토로하고 있었다. ‘어른들은 눈을 낮추면 누구나 일자리를 구할 수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눈을 낮추고 낮춰 제가 가진 일자리는 최저임금조차 보장해주지 않습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말이다. 언론에서는 청년실업문제를 연일 보도한다. 그리고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은 말은 ‘눈을 낮추면 누구나 직업을 구할 수 있다.’ 마치 직업이 없는 것은 그들의 잘못이라는 듯이. 과연 그들의 잘못일까? 그들의 잘못을 따지기 전에 왜 그들이 눈을 낮추려 하지 않는지를 생각해 보아야한다. 2012년 현재 시간당 최저임금은 4580원. 주5일제 기준으로 한 달 정도 일했을 때 받게 되는 금액은 75만원이 채 안 된다. 대부분의 아르바이트는 이마저도 보장되지 못하고 있다. 눈을 낮춘 누군가는 받게 될 임금이다. 이 금액으로는 정상적으로 의식주를 해결할 수 없다. 이런 상황에서 무조건 눈을 낮추라고 강요하는 것보다는 눈을 낮추더라도 정상적인 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선행되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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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정규직을 폐지하자는 주장 역시 같은 맥락이다. 한 달 열심히 일해도 100만원 남짓 되는 월급. 이마저도 받지 못하고 언제든지 해고될 수 있는 불안감. 그리고 열악한 근로환경. 결국 비정규직 종사자는 인간답게 살 수 있는 기본적인 인권조차 보호받지 못한다. 이와 관련해서 다산 콜센터 직원이 토로한 것이 인상 깊었다. 하루에도 몇 명이나 울면서 상담전화를 받는다고 한다. 상담인에게 인격적인 모독을 받거나 성희롱을 당하여도 끊을 수 없고, 그런 전화 직후에도 쉬지 못하고 다른 전화를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또한 업무시간 중에는 화장실에 가는 것도 제지당한다고 한다. 근기법에 규정된 휴게시간을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이렇듯 콜센터 직원들은 법에 규정된 권리를 보장받지 못한 채 근로의 의무만을 강요받고 있었다. 기본권의 본질적인 내용이 심각하게 훼손되어도 고용주는 신경 쓰지 않았다. 그들은 언제나 대체가능한 비정규직이기 때문이다. 그들이 이 직업을 견디지 못하고 떠나더라도 이 직업을 찾는 노동자들이 흘러넘친다. 이런 직업이라도 가져야 배를 곯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생존을 인질로 부당한 노동을 강요하는 꼴이다.


  비정규직을 가진 이들의 토로를 직접 들어보니 이런 생각이 더 현실감 있게 다가왔다. 그리고 나뿐만 아니라 수많은 사람들이 같은 것을 느끼고 촛불행진에 참여했을 것이다. 현재 우리가 당장 이 제도를 바꿀 수는 없다. 하지만 이런 행진이 계속되고 같은 문제의식을 가지는 사람이 점점 많아진다면 우리의 의견은 힘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그 때가 되면 우리가 할 수 있는 것도 생길 것이다. 그것이 민주주의니까. 그날을 간절히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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