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변의 변론]체포적부심사제도는 위법한 48시간 구금을 막을 수 있는 구제장치인가?

2010-11-15 106


체포적부심사제도는 위법한 48시간 구금을 막을 수 있는 구제장치인가?


-48시간 구금 위헌 헌법소원 각하 결정(헌법재판소 2010. 9. 30. 선고 2008헌마628 결정)



2008년 이른바 쇠고기 촛불집회에 참여했다가 연행된 사람들은 연행된 후 꼬박 3일을 채워 구금된 후에야 석방되었다. 이들 대부분은 집회 대열에 참여한 것 외에는 특별한 행위를 한 것이 없음에도 경찰의 강제해산과정에서 연행된 사람이었다. 당연하게도 기껏해야 1, 2회 조사 정도로 조사가 종결되었다. 당연히 구속영장 청구사유도 없었고 현장의 경찰도 이런 점을 인정하였다. 우리 형사소송법(제213조의2, 200조의2제5항)과 사법경찰관리집무규칙에 따르면 이럴 경우 사법경찰관리는 이들을 즉시 석방하여야 했다. 그런데도 연행자들은 간단한 조사가 끝난 후에도 유치장에 입감되어 아무 조사도 받지 않은채 48시간을 거의 채우도록 갖혀 있어야 했다. 이것이 과연 정당한 법집행인가? 이런 근본적 의문에서 제기된 것이 이른바 48시간 구금 위헌 헌법소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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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쇠고기 촛불 집회 당시 연행되어 경찰서에서 38시간 내지 46시간 30분 동안 구금되었다가 석방된 시민 9명이 2008. 10. 17. 헌법소원을 제기하였다(헌법재판소 2008헌마 628). 청구인들은 형사소송법과 사법경찰관리집무규칙에 따르면 “사법경찰관리는 현행범인을 체포하거나 인수하였을 때 지체없이 조사하고 계속 구금할 필요가 없다고 인정할 때에는 즉시 석방”하여야 하고 “현행법인의 석방을 위해서는 검사의 수사지휘도 필요 없으므로” 경찰이 체포한 사람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하지 않을 경우 즉시 석방해야 함에도 이를 석방하지 않은 것은 형사소송법이 정한 48시간이라는 구속영장청구 시한을 처벌 수단으로 악용한 것으로서, 영장주의와 적벌절차 원칙을 위반하여 청구인들의 신체의 자유를 침해한 것이고, 기본권 제한에 관한 과잉금지 원칙을 침해하였으며, 일반 형사사건 현행범인과 달리 촛불집회 현행범인 체포된 자들을 차별하여 평등권을 침해하였다는 주장을 하였다.



헌법재판소는 청구시로부터 2년이 지난 2010. 9. 30.에야 결정을 내렸다. ‘각하’였다. 다수 의견은 48시간 구금행위가 위헌이 아닌가라는 청구인의 질문에 대해서는 판단하지도 않았다. 법률에 따른 다른 구제절차가 있을 때는 그 절차를 모두 거친 후에만 헌법소원을 청구할 수 있는데(헌법재판소법 제68조제1항), 이를 거치지 않았으므로 헌법소원 심판 청구가 부적법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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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수의견이 얘기한 다른 구제절차란 ‘체포적부심’ 제도이다. 그 절차에서 체포의 부당함을 주장할 수 있었으니 곧장 헌재에 청구서를 낸 것은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조대현, 송두환 재판관은 각하 결정을 반대(이동흡 재판관도 본안 판단을 주장하였으나 본안 기각 주장을 함)하면서 다수의견을 설득력 있게 비판하였다.



우선 다수의견이 청구의 대상을 잘못 이해하고 있다는 것이다. 청구인들이 구하는 것은 체포 자체가 부당하다는 것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고 48시간의 체포 시한을 악용한 공권력행사의 위헌 여부 판단이었다. 따라서 체포의 적법 여부 판단을 구하는 제도인 체포적부심사는 이런 경우에 처음부터 적절한 구제절차가 될 수 없는 것이라는 점을 다수의견은 간과하였다.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현행 ‘체포적부심’ 제도가 과연 체포된 자에 대한 실효적인 구제절차로서 기능하고 있는가 하는 점이다. 실무에서 구속적부심과 달리 체포적부심 제도는 거의 활용되지 않는다. 아무리 체포가 위법부당하다 하더라도 체포된 사람이나 변호인 모두 체포적부심을 통해 구제받기를 꺼려하기 때문이다. 체포된 사람이 변호인을 접견하고 체포적부심사청구서와 자료를 법원에 제출하고 이를 준비하는 과정을 거치면 대개 이미 48시간이라는 체포시한 마감 시점에 이르게 된다. 게다가 수사 관계 서류와 증거물이 법원에 접수된 때부터 적부심사의 결정 후 검찰청에 반환될 때까지의 기간은 48시간의 체포 시한에 산입되지 않기 때문에 설령 심사청구가 인용되어 석방된다 하더라도 이미 48시간을 훌쩍 넘긴 후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결국 체포적부심사 청구를 한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서 오히려 많은 시간 구금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빨리 석방되기를 원하는 사람이라면 구금 기간이 길어지는 위험부담을 감수하고 체포적부심사청구를 할 기대가능성이 거의 없는 것이다. 그러나 헌법재판관들은 이런 현실을 간과하고 “제도가 있는데 왜 쓰지 않느냐”고 태연하게 묻고 있는 것이다.



이 사건은 비록 본안판단에 이르지 않고 각하 결정을 내렸지만, 현행범체포후 48시간 구금 관행의 문제점과 체포적부심사의 실효성에 대해 향후 많은 쟁점을 고스란히 남겨두고 있다. 헌재의 안일한 판단을 근거로 현장에서 경찰은 촛불집회 연행자들을 조사도 하지 않은 채 일률적으로 48시간을 꽉 채워 구금하는 관행을 계속하려 할 것이다. 그러나 헌재의 생각과는 달리 이런 위법한 관행을 체포적부심사청구를 통해 막는 것은 계속 어려울 것이다. 우리가 영장주의의 예외라고 배우는 ‘현행범체포’와 ‘긴급체포’ 제도. 교과서에는 원칙에 대한 예외이므로 엄격하게 적용되어야 한다는 설명이 당연히 뒤따른다. 그러나 이를 통제할 장치가 현실적으로 없는 상황에서 현행범체포 제도 남용은 심각한 상황이다. 이를 막을 방법은 무엇인지 민변 역시 계속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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